[삐뚤어진 에너지 정책] 이제야 원전 전문가 찾는 정부


[단독] "월성 원전 수명 알려달라"… 이제야 전문가 찾는 정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 임의로 4개월 연기
새 포화시설 제때 못 지으면 월성 원전 가동 중단될수도
"부정확하다" 비판 일자 전문가에 다시 연구용역 맡겨



    정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인 맥스터(건식저장시설의 일종) 포화시점을 다시 검증해달라고 전문가집단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정부는 월성 3호기가 정비 등으로 가동을 8개월가량 멈추자 이 기간에 사용후핵연료가 나오지 않았다며 임의로 맥스터의 포화시점을 기존 예측 시기보다 4개월 늦춰 2022년 3월로 확정·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자체 추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다시 전문가집단에 포화시점을 재 산정해달라고 한 것이다.

작년 8월 20일 월성원전 방폐장 관련 동경주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주민 피해대책 제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 2단계 방폐물 처분장 공사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맥스터 포화시점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포화시점에 맞춰 새로 맥스터를 완공해야 월성 원전을 계속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예측했던 포화시점(2021년 11월)과 맥스터 건설 기간(19개월 가량)을 고려하면 당장 오는 4월에 맥스터 착공에 들어가야한다. 그러나 정부가 포화시점을 4개월 늦추면서 맥스터 착공시점도 8월로 미뤄졌다. 만약 포화시점 예측 시기가 잘못돼 새 맥스터를 제때 완공하지 못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월성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달 이 학회에 월성 원전 맥스터의 포화시점을 다시 산정해달라고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정부 관계자는 "(맥스터) 포화시점이 4개월 늦어졌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어 재산정을 맡긴 것"이라고 했다.

국내 원전은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별도의 습식저장시설(수조)에 보관하고 있다. 월성 원전에는 습식저장시설에서 열이 어느 정도 식은 사용후핵연료를 옮겨 놓는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건물)이 있는데 이런 건식저장시설 중 하나를 맥스터라고 한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월성 원전에 맥스터 7기를 건설해 2010년부터 이용해왔는데 맥스터 저장률이 94.2%(2019년 12월 기준)에 달하자 정부는 전문가 집단인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맥스터의 포화시점(저장율 100%)을 추산해달라고 했다. 학회는 지난해 2월 연구용역보고서를 내고 포화시점을 2021년 11월로 계산했다.

맥스터가 포화되면 월성 2~4호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수원은 맥스터 7기를 추가로 짓겠다며 허가권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지난 1월 이를 허가했다. 2021년 11월을 포화시점으로 하면 맥스터의 건축기간(19개월)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올해 4월에는 맥스터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을 재검토하겠다며 지난해 5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와 산업부는 지난 달 12일 "기존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인 2021년 11월은 2018년말을 기준으로 추정한 것인데 이후 원전 정비 일정 연장 등으로 포화시점에 4개월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고 발표했다. 또 맥스터 착공기간도 4개월 늦춘 8월로 잡았다. 월성 3호기가 정비를 하기 위해 8개월간 가동을 멈췄는데 이 기간에 사용후핵연료가 배출이 안 된 것을 근거로 재검토위와 산업부가 4개월이라는 기간을 임의로 정한 것이다.

 


재검토위원회 위원은 주로 인문사회, 법률 분야 전문가들이어서 원전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15명의 위원은 변호사와 행정학과, 사회학과, 통계학과, 신문방송학과, 국제정책대학원 등의 교수진들로 대부분 구성됐다. 과학분야 전문가는 화학과 교수 1명뿐이다.

비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재검토위와 정부가 임의로 포화시점을 늦춰 논란이 일자 다시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 포화시점 검토를 요청한 것이다.

월성원전 맥스터 모습/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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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는 현재 4명의 원전 전문가들을 팀으로 해서 포화시점 재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산정 작업이 끝나면 25명으로 구성된 학회 이사회가 연구용역보고서를 심의의결한 후 정부와 재검토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학회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맥스터 포화시점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월성 3호기의 정비로 사용후핵연료 배출이 줄었기 때문에 포화시점이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발표대로 4개월이 늦어진 것인지 아니면 3개월이나 2개월이 늦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팀의 결론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세종=정해용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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