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바라카 원전 기적 보고싶다


조환익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전남대 석좌교수


UAE 운영허가권 계기로
韓 원전 기술력 재조명

코로나로 모든 산업계 비명
'수출효자' 원전 힘실어주고
일자리 창출 불 지폈으면



    '코로나' 대란으로 드디어 운영 허가를 받고 대대적으로 계획됐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연료 장전식 행사가 대폭 축소되는 것 같다. 한국형 원전 기술의 승리를 세계에 빛나게 하고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참 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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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원전 수주부터 건설, 운영 준비의 모든 과정이 기적과 같다. 한 번도 원전 수출 경험이 없었던 한국은 수주 전쟁에서 가장 열세였다. 세계 최강의 원전 기술을 자랑하던 프랑스, 원전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던 미·일 연합군과 전쟁에서 한국은 수주 예상 10%의 열세였다. 그러나 UAE는 원전 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경제성과 안전성에서 믿을 만한 원전 보유국을 찾다 보니 한국을 선택하는 모험(?)을 저질렀다.

그들은 한국의 원전 기술을 공정하게 평가했으며, '어떻게든 해내는 정신력'을 높이 샀다. 세계는 한국을 '월드컵 첫 출전에 우승'을 했다고 부러워했다.

수주 성공에서 숨은 공은 우리가 북한 신포에 건설하려다 중단된 경수로 발전소 계약과 건설 준비 경험이다. 그때 수만 쪽에 달하는 각종 협약서와 건설 계획 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자료 제출 면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예상도 못했던 속도와 품질을 보여줬다.

 


건설 과정은 더욱 기적적이다. 2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축복'이란 뜻의 바라카에서 첫 삽을 뜰 때 참석자들은 '축복'보다 '고난'을 생각했다. 아무리 국내에서 원전 건설 경험이 많다 해도 사막의 모래폭풍과 50도가 되는 열사의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정교한 건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모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UAE 측도 처음부터 한국 건설팀에 신뢰를 가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경험이 많은 용병들에게 건설 지휘와 감독을 맡겼고, 한국 건설팀과는 사사건건 갈등 및 대립을 겪었다. 우리 식의 돌파력과 집중력, 건설 방식도 그들 매뉴얼 관점에서는 늘 불만투성이였다. 툭하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 기약 없이 공사는 중단됐고,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몽땅 우리 차지였다.

늦어진 공기를 밤새우는 돌관 작업을 통해 만회해가는 우리 건설팀을 보면서 UAE 측은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UAE 원자력공사 사장은 한국어로 '합시다, 갑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한전 사장이었던 필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표했고, 한국 전력팀 방식에 손을 들어주면서 용병들은 결국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원자력 짝퉁 부품 사건 등 악재들이 적지 않았으나 우리를 믿어줬고, 우리는 10년간 현장 내 인명 피해 없는 안전으로 보답했다. UAE와 한국 측은 한배를 탔다는 의식을 갖고, 여수 밤바다와 보성 녹차밭에서 마음을 하나로 하는 단합대회를 갖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원전 4기 건설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건설에 들어간 콘크리트가 세계 최고 부르즈칼리파 빌딩의 4배, 케이블이 서울~부산 간의 30배 거리로, 세계 역사상 최대 공사였다. 건설·운영의 경제효과는 84조원으로, 중형차 350만대 수출과 맞먹는다. 우리 원전 관련 기업 700여 개가 19만개 일자리를 만들었다.

Barakah Nuclear Energy PlantAbu Dhabi Med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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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더 큰 가치는 자신감과 성취감이었다. 한때 세계 원전 시장 석권을 눈앞에 두고, 영국 원전 우선협상권도 얻었던 우리에게 현재의 상황은 딴판이다. 탈원전의 길로 들어서면서 원전 생태계는 위축되고, 경쟁 상대에는 이런 호재가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팎으로 꽉 막힌 우리 경제의 숨통, 원전 수출만 한 것이 있을까? 영국과의 교섭도 재개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동구, 동남아 등에 대한 원전 시장 개척도 불을 다시 지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탈원전 정책도 좀 유연해져야 한다. 바라카의 기적이 이어지기 위해선….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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