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한국 기술로 마스크 대란 막을 수 있는데..." - 김익수 일본 신슈대 교수


"마스크 대란, 순수 한국 기술로 막을 방법 있는데…"


[인터뷰] 나노필터 대량생산 장비 개발한 김익수 일본 신슈대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필터 대란, 막을 방안이 있습니다. 그것도 순수 한국 기술로 가능한데, 이건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고 있는 겁니다."(김익수 일본 신슈대학교 섬유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마스크 품귀 현상에 그야말로 온 나라가, 아니 전세계가 마스크 대란에 빠졌다. 지난 5일 정부가 세번째 마스크 수급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음주부터는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 구매날짜를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 카드까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탄 보건용품 업체들의 마스크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마스크 등 보건용품 유통교란사범 전담수사팀`까지 만들어 마스크 제조·유통업체 압수수색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 긴급수급조정조치`도 발동했다.




이게 다 마스크 필터가 부족한 탓이다? 물론 그 부분도 크겠지만, 마스크 필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제조업계의 태만(?)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관련업계의 질타가 나왔다.


마스크 대란을 간단하게 막을 방법이 있다는 김익수 신슈대 교수와 5일 오후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재 일본 신슈대 국제 파이버 공학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며, 국내 나노소재 전문기업인 레몬과 나노필터 대량생산 장비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레몬은 톱텍의 자회사다.


김 교수는 유통단계에서의 농간도 있겠지만, 필터가 없어서 마스크제조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다거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태라고 꼬집었다.


현재 마스크필터 대란의 주범 중 하나는 중국산 `MB(Melt Blown) 필터`다. MB필터는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차단 필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KF(Korea Filter) 인증 마스크를 만드는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중국산 MB필터 수입 중단으로 마스크 원재료 품귀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국내에서 MB 필터를 제작하는 공장들이 생산능력을 초과해 그야말로 풀가동에 나섰지만 정부가 장담하는 하루 1000만장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6일 서울 시내 한 약국 안내. [사진 최기성 기자]




그는 "MB필터가 아닌 나노필터로도 충분히 KF94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데, 필터가 없어서 마스크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화가 났다"며 "마스크대란을 한국 기술로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업체들은 물론 정부도 MB필터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는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 생산량을 하루 평균 1000만장에서 1400만장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는가.


A. 한국에서 하루 1000만장 생산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마스크용 MB필터 양에는 한계가 있는데, 1000만장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내 MB필터 생산량이 적은 이유가 따로 있는지.


A. MB필터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보니 10여년 전부터 중국으로 생산업체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사태는 중국에서 제품들이 넘어오지 못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중국산 MB필터는 믿을 만 한가.


A. 당연히 제품 질에도 문제가 있다. 중국산 필터로 만든 마스크 일부는 일괄적으로 KF94 수준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제품별로 상태가 천차만별이라고 보면된다.


-MB필터를 대체할 수 있는 필터가 국내에 있다고 설명하셨는데?


A. 국내 마스크 제조공장은 136개 정도인데, 이 중 30여곳이 MB필터를 구하지 못해 가동 중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공장 대부분은 중국산 MB필터를 사용해왔던 곳이다. 반면 한곳에서만 나노필터를 사용해 마스크를 제작, KF94인증을 받고 판매 중이다.


-MB필터와 나노필터의 차이점은?


A. MB필터는 정전기 방식으로 먼지를 잡아내는 방식인데, 장시간 착용하면 입김이 나오면서 정전기 발생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MB필터로 만든 마스크는 3시간 정도만 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반면 나노필터는 100나노미터급 섬유를 정밀하고 균일하게 짠 나노섬유 구조망인 `나노 멤브레인(Nano Membrane, 나노섬유로 된 천)이다. 그물을 아주 작고 촘촘하게 만든 구조라 습기 문제에도 자유로워 나노필터 마스크는 보통 2~3일, 잘 관리한다면 최대 7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MB필터 마스크보다 훨씬 숨쉬기도 편한데다가, 일본에서 받은 실험결과 균을 99%까지 잡아낸다(통과시키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나노필터 구조도 [자료 = 김익수 신슈대 교수]


-왜 나노필터 마스크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가.


A. 가격 때문이다. 기존 MB필터의 가격은 톤당 1만5000원 선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 후 톤당 7만에서 8만까지 올랐다. 거꾸로 기존 나노필터 가격은 MB필터보다 높은 수준이라 외면받았는데, 현재는 거의 반값에 그친다.(나노필터는 ㎡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절대 비교가 안됨. 톤으로 환산하면 3만5000원선이 나온다고 설명)




-그렇다면 왜 국내 30여 곳의 마스크제조 공장들이 나노필터로 바꿔서 생산하지 않는 것인가.


A. 인증 문제가 있다. MB필터로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과는 다른 제품으로 분류돼 다시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나마 최근 한 업체가 나노필터를 인지했다. 나노필터 대량생산 장비를 함께 개발한 레몬은 지난 3일 한 업체와 필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으며, 이 외에 2~3군데에서도 추가 연락이 왔다고 한다.


하루에 나노원단 30만㎡이면 마스크 1000만장 넘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민 불안, 마스크 제작단계부터 실마리를 풀면 된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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