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에 던져진 국민의 당혹감"


[사설] '한 번도 경험 못한 나라'에 던져진 국민의 당혹감

 

 

    현장 기업들의 체감(體感) 경기를 나타내는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한 달 새 10포인트나 떨어져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낙폭이 더 크다.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에 7포인트 이상 떨어져 역대 세 번째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20일 이후 6% 폭락했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2% 떨어졌다.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2월 들어 금값이 9.3% 급등했다. 해외시장까지 급락하면서 한국 금융을 더욱 요동치게 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펼쳐지는 '복합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경제 낙관론을 펴왔던 정부도 이제는 "비상"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정부는 우한 코로나 탓을 하고 싶겠지만 경제는 이 사태 전에 이미 골병이 들었다. 전염병으로 설상가상이 돼 피해가 더 커지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로 내려앉았고, 산업 생산은 19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10년 만의 최대 감소, 제조업 생산능력 48년 만의 최대 폭 하락, 제조업 가동률 21년 만의 최악 등등이 모두 작년의 경제 성적표다. 온통 세금을 퍼부어야 겨우 성장률 2.0%에 턱걸이하는 지경이다.

지난 3년 가까운 기간에 경제 추락은 국민의 삶에 직격탄을 던졌다. 경제의 허리인 30~40대 가장들의 좋은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졌다. 풀타임 일자리가 118만개 감소하고, 주력 근로 층인 40대 일자리가 50개월 연속 감소했으며, '그냥 쉬었다'는 구직 포기자는 1년 새 19만명 늘었다. 세금으로 만든 60대 이상 용돈 알바만 엄청나게 늘었고 정부는 이 숫자로 '고용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무리하게 강행한 주 52시간제가 근로자 월급을 평균 33만원 줄어들게 했다. 주 52시간제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들만의 잔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자영업 경기와 서민 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14%나 감소하는 믿기 힘든 일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세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국가 부채는 2년 새 80조원 불어났다. 건전 재정을 최고의 강점으로 갖고 있던 나라가 이제 빚까지 내기 시작했다. 이 추세면 경제의 최후 보루인 재정마저 부실화를 막을 수 없다.



경제만이 아니다. 화려한 김정은 쇼 뒤에 남은 것은 북핵 미사일과 흔들리는 한·미 동맹뿐이다. 지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실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미 동맹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과는 사실상 적대국 관계로 바뀌었다. 그래도 북한과 중국을 향한 일방적 구애는 멈추지 않는다. 국민이 외국에서 강제 격리를 당하는데 외교부 장관은 어디에 있는지 존재도 없다. 지난 3년간 북핵 쇼 외에 진짜 외교 안보는 진공 상태와 같았다.
이념이 과학을 이긴 탈원전 폭주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형 원전산업을 몰락 위기로 몰았다. 희대의 파렴치범 조국 전 장관을 끝까지 비호해 국민을 분열시켰다. 입법 사법 행정 모두를 점령하듯 자기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뒤로는 울산 선거 공작을 벌이고 이를 수사하는 검찰을 공중분해시켰다.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선거제도를 강제로 바꾸는 폭거까지 저질렀다. 민주화 운동권이라면서 법치와 민주를 다 흔들었다.

중국발(發) 바이러스는 이렇게 흔들리고 취약해진 나라를 덮쳤다. 이웃에 전염병이 돌면 제일 먼저 문을 닫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다. 세계의 정상적 나라가 다 그렇게 한다. 그런데 시진핑 방한을 성사시킨다고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국민 안전을 두고서도 과학보다 정치가 우선이다. 잠시 확진자가 주춤하자 대통령은 "곧 종식된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제 확진자가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1위가 됐다. 한국민을 입국 거부하는 나라가 증가하면서 '코리안이 코로나 됐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이제 미국마저 한국민을 입국 제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렇게 위기가 진행되는데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에서 파안대소하고 낯 뜨거운 아첨이 벌어졌다. 그래도 뛰어난 정치 기술로 마치 특정 종교나 특정 지역이 바이러스 발생지인 양 몰아가고 있다.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투다.

 


지금 민심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인 상황이다. 확진자가 1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상황에서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국민은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실제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이렇게 온 것이냐고 개탄한다. 그 나라에 원하지 않게 던져진 국민은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마스크 쓴 문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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