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다음 달부터 집 구입 시 주식거래 내역까지 제출해야


내달부터 집사면 주식거래 내역까지 낸다


[전국 부동산 거래 고강도 조사… "집 샀다고 죄인 취급하나"]


투기과열지구서 9억넘는 집사면 제출서류 최대 15종류로 늘어나

조정지역 3억·비규제 6억이상 집 거래에도 자금조달계획서 의무화

스타강사의 불법 중개 등도 단속


    다음 달부터 정부가 전국 부동산 거래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하고 자금 마련 내역도 꼼꼼히 들여다본다. 집을 살 때 구청에 내야 하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서울, 경기 과천·광명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9억원이 넘는 집을 사면, 최대 15종의 서류를 통해 자금 출처를 증명해야 한다. 주택 매입에 쓰이는 자금 흐름 조사를 강화해 편법 증여 등 이상 거래와 투기 세력을 차단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2·16 대책 등 규제 여파로 위축된 주택 거래가 더욱 얼어붙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혼선과 불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15종 서류로 주택 매입 자금 증명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투기 수요에 대한 고강도 집중 조사'의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때는 자금조달계획서와 함께 증빙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1216만원(KB국민은행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구매자 절반 이상은 자금 출처를 문서로 증빙해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각종 자금을 동원해 집을 사는 경우라면, 제출 서류 항목이 최대 15종류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를 살던 무주택자가 10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적금 등 현금, 회사 대출을 이용한 경우라면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회사대출내역 등 최소 6종류의 제출 서류를 함께 내야 한다.


앞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은 전국으로 확대되고 내용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현재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하는 제출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에 한정돼 있다. 다음 달부터는 투기과열지구뿐만 아니라 조정대상지역에서도 3억원 이상 집을 사거나, 비규제 지역에서도 6억원 이상 집을 사면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그동안 서울에 한정됐던 고강도 실거래 조사를 다음 달부터는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기재 항목도 현재는 금액만 적게 돼 있지만, 앞으로는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는지까지 적어야 한다. 자금을 어떻게 건네줄 것인지도 기입해야 한다.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면 그 이유도 적어야 한다. 기록에 남지 않는 현금 거래를 이용하는 이유까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21일에는 집중 조사를 실시할 전담 조직으로 국토부·국세청·금융위 등의 관계기관 직원들이 모인 '부동산 시장 불법 행위 대응반'도 출범했다. 대응반은 부동산 실거래와 자금조달계획서 조사를 총괄하고, 집값 담합, SNS·유튜브 스타 강사 등의 불법 중개, 기획부동산 사기 등의 범죄 행위도 단속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담 조직까지 신설하며 단속을 강화한 핵심 이유는 주택 매입에 쓰이는 수상한 자금의 출처를 잡아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발표된 12·16 대책의 후속 조치로 주택 구입 자금 출처 소명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집 사는 데 쓰이는 자금 흐름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애 첫 집 샀을 뿐인데 투기꾼 취급" 불만도

이처럼 집 사기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부가 서울 아파트 실거래 전수 조사에 나서면서 최근 자금 증명 추가 증빙을 요구받았다는 한 직장인은 "열심히 모으고 대출을 최대로 내고 여기저기 영끌하여 생애 처음 집 하나 샀는데 그게 범죄를 저지르고 투기를 한 나쁜 사람이냐. 집을 산 것뿐인데 소명이라는 작업을 해서 국가에 보고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부동산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다주택자도 아니고 실거주 1주택자도 조사하다니 투기꾼 취급을 받는 것 같다"는 다른 글도 올라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자금 출처 조사가 강화되면 정부가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주택 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단순한 주택 구매까지 과도한 규제로 묶어버리면 잠재 매수자들을 위축시켜 안 그래도 줄어든 거래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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