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째 부동산 대책] "총선 신경쓰다 타이밍 놓쳤다"


선거 신경쓰다 타이밍 놓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19번째 부동산 대책이 20일 나왔다. 경기도 수원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하고, 이 지역뿐 아니라 다른 조정대상지역까지 모두 대출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의 '풍선 효과'로 수·용·성(수원·용인·성남) 등 수도권 남부 집값이 급등하자 이를 막기 위해 내놓은 보완 대책이다. 조정대상지역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핀셋 규제' 3단계 중,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에 이어 강도가 낮은 대책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줄어들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시장에선 이번 대책이 집값 상승세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타이밍이 늦었고, 너무 자주 대책을 내놔 시장에 내성(耐性)이 생겼다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단시간에 강남 집값 때려잡기'라는 정치적 목표에 집착해 땜질식 규제만 연이어 내놓다 공급 확대 등 종합 대책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조정지역 대출 조이고 5곳 신규 지정

정부는 이날 최근 집값이 급등한 수원 영통구·권선구·장안구와 안양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 지역들은 12·16 대책 후 아파트 값 상승률이 수도권 평균(1.12%)보다 월등히 높았던 곳이다. 이로써 전국 조정대상지역은 39곳에서 44곳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또, 기존 60%였던 조정대상지역의 LTV를 50%로 낮췄고, 주택 가격 9억원 초과분의 LTV는 30%로 더 낮췄다. 10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대출 가능액이 6억원에서 4억8000만원으로 줄어든다. 과거 6개월~1년 6개월이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늘려, 분양권 전매를 막았다. 정부는 또 21일부터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만들고 불법 거래 및 시세 교란 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失期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인기 지역을 겨냥한 규제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규제들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컸다. 2017년 다(多)주택자 양도세를 늘리자 지방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서울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면서 서울 집값만 급등했다. 2018~2019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자 공급이 줄면서 신축 아파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시장 원리보다는 정치적 의도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효과도 없고 시장 내성만 키웠다"고 평가한다.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여당 눈치를 보다가 규제 시점까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집값 상승세가 이미 안성·시흥·화성(안·시·성) 등으로 번진 상태"라며 "설 이후에 바로 규제 지역으로 지정했으면 훨씬 효과가 있었을 텐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여당 반발로 규제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용·성 대부분이 이미 조정대상지역인 탓에 투기과열지구 등 더 센 규제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수·용·성 지역구 13곳 중 9곳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눈치를 보느라 이 지역 규제 강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나와서 그런지 이번 대책은 지금껏 정부가 서울을 대상으로 냈던 규제들에 비해 범위나 강도가 약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풍선 효과 불 보듯 뻔해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영향으로 수·용·성 등 수도권 시장은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세금·청약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갭(gap)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차단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매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에 1100조원에 달하는 유동 자금이 있는 데다, '부동산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옮아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벌써 '안·시·성' '김·부·검(김포·부천·검단)' 등의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서울 내에 9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비(非)강남권에 대한 추가 대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 지역들의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값 상승 지역에 대한 '두더지 잡기'식 규제책은 단기적 집값 진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급 확대 대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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