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경고음, 韓 반면교사 삼아야 l "대통령도 손못대는 아르헨 勞組마피아


칠레의 경고음, 韓 반면교사 삼아야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성장의 꽃길 걷던 칠레 경제

불치병 수준의 복지 포퓰리즘

과도한 反기업·親노동 정책 탓

다시 서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한국도 포퓰리즘 늪 못 벗어나면

칠레의 전철을 밟지 않겠나



 

    칠레 사태가 심상치 않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이 발단이 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백 명의 학생들로 시작된 시위는 이제 100만 명의 시민들이 합세하며 거리를 메웠고, 방화·약탈·폭력이 난무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확대됐다.




한때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하고 자유로운 국가였다. ‘남미의 오아시스’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였다. 한국의 첫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이 칠레일 만큼 개방된 경제였고, 국제사회의 신뢰도 대단했다. 필자가 2002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칠레는 한국과 신용등급이 같았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와 같은 신용등급이라니 언뜻 이해도 안 되고 자존심도 상해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칠레가 한국보다 외국인 투자에 더 친화적이며 각종 정보나 통계도 훨씬 투명하단다. 여기에 자원마저 풍부하다.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35%를 보유하고 있으며, 농축산물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했다. 칠레는 성장의 꽃길을 걷는 남미의 모범 국가였다.


그러던 칠레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저앉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주요 수출품이던 구리 가격의 폭락이 계기였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좌파 정부의 복지 포퓰리즘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칠레의 좌파 정부인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2006~2010년, 2014~2018년 정부 주도로 대규모 공공서비스 확대 정책을 시행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교육까지 공짜로 받게 했다. 달콤한 명분을 내세워 의료, 주거보조금 예산도 확 늘렸다. 당시 공공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세 배가 넘었으니 재정이 버틸 재간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천문학적인 복지 비용을 법인세 인상으로 충당하려 했다. 20%였던 법인세율을 27%까지 올렸다. 친(親)노동 정책이 추진됐다. 파업 중 대체 근로를 금지하고 해고 요건은 대폭 강화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실질임금 상승률은 50%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이런 반(反)기업 친노동 정책은 국제사회의 외면을 불렀다. 외국인직접투자는 2014년 238억달러에서 2017년 58억달러로 4분의 1 토막 났다. 경제성장률도 급락했다. 연평균 5.3% 성장하던 경제가 연평균 1.7%까지 주저앉았다. 반세기 동안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번성하던 칠레의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더 암울한 것은 포퓰리즘 병이 거의 불치병 수준이라는 점이다. 2018년 칠레판 트럼프로 불리던 피녜라가 집권하면서 이 병을 고쳐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하철 요금을 겨우 50원 올렸다가 극심한 혼란만 일어났다. 칠레는 기업과 중산층이 붕괴되고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커지며 무너지고 있지만, 이젠 어떤 치료제도 쓸 수 없는 안타까운 상태다.


More than 5,000 people have been detained since protests began

Chilean President Sebastián Piñera has announced reforms aimed at ending days of violent protests.

https://www.bbc.com/news/world-latin-america-50148714

BBC.com

edited by kcontents


칠레의 사례는 과연 남의 일일까? 칠레의 과거는 우리의 현재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선심성 복지 급증과 이에 따른 근로 의욕 감소, 무리한 재정 확대, 급격한 임금 인상,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법인세 인상, 외국인투자와 경제성장률 감소 등 지금의 한국과 너무나 똑같다. 어쩌면 우리 상황이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원 부국도 아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국가이니 말이다. 잠재성장률도 급락 중이다. 이대로 포퓰리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올해 우리나라 재정수지 적자는 선진국에서 권고하는 건전재정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나랏빚은 700조원이 넘었건만 국세 수입은 법인세를 빼고 모두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곳간에 작물을 쌓아두면 썩는다”며 개선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제 다음 행보는 칠레처럼 뻔하지 않겠는가. 부족한 재정을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올려서 채우려 할 것이고, 투자와 일자리는 감소하고, 경제는 점점 나빠질 것이다. 지금 당장 이 지독한 포퓰리즘 늪에서 나와야 하는데, 안타까워 가슴만 답답해진다. 부디 총선을 앞둔 대한민국이 ‘칠레의 경고음’을 심각하게 듣길 바란다.

한국경제


"대통령도 손못대는 아르헨 勞組마피아… 이민갑니다"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0년 운송회사 사장의 한숨

"여기선 운송노조 위원장이 프로축구 회장 할 정도로 세다

기부금 안내면 파업 무기로 협박"


    아르헨티나에서 트럭 화물 운송 회사를 운영하는 로베르토 갈라르사(Galarza ·54·사진) 대표 집에는 싸다 만 짐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는 "가족과 프랑스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 노동조합과 이 때문에 급등하는 인건비에 눌려 회사가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3~4년 전 10만달러였던 회사 월 매출액은 지금 반 토막 났다. 작년 12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만난 갈라르사 대표는 "20여 년간 회사를 유지해왔지만 이젠 한계"라고 했다.


로베르토 갈라르사


그는 작년 운송노조 위원장에게서 기부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협박에 가까웠다. 아르헨티나 최대 산별 노조인 운송노조는 이 회사 노조의 상급 조직이다. 기부하라는 곳은 프로축구 구단이었다. 운송노조 위원장은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구단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위원장은 좌파 정당인 정의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조의 자금력을 앞세워 프로축구 구단 회장직에도 올랐다. 한국에선 기업주가 맡는 일을 그가 하는 것이다. 노조의 위상을 알려준다. 갈라르사 대표는 "요청을 거부하면 파업을 조장하기 때문에 응해야 했다"며 "마피아 같다"고 말했다.




총파업으로 툭하면 국가를 마비시키는 노조는 아르헨티나에서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최대 정치 세력이다. 1940년대부터 좌파 정치인들은 친(親)노동 정책을 남발하는 '노조 포퓰리즘'으로 노동자의 절반이 가입한 노조의 지지를 얻었다. 작년 말 취임한 정의당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 직후 달려간 곳도 최대 노조 단체인 노동자총연맹이었다. 그는 "노조는 새 정부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고, 그 공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갈라르사 대표는 재작년 운송노조에서 "물가가 올랐으니 노조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통상 보너스 외에 3만페소(약 60만원)씩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월급(4만페소)의 75% 수준으로, 연 2회 통상 보너스와는 별개였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르헨티나 의회에는 퇴직금과 자녀 수당을 두 배로 올리는 법이 상정돼 있다. 갈라르사 대표는 "법이 통과되면 사장보다 많이 버는 직원도 생긴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최형석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0069.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