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구조 개편..."비급여 보장 선택 가입 추진"


[단독] 착한 실손도 바뀐다…비급여 전체 ‘특약’으로 분리


비급여 보장 선택 가입하는 방안 유력검토

차보험식 할인할증…등급 나눠 가격차등화

의료이용량 적으면 보험료 낮춰 전환 독려

 

    제2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3차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비급여 전체에 대한 보장을 특약으로 분리해 가입을 선택하게 하고, 의료이용량에 따라 가입자를 9등급으로 나눠 매년 보험료에 차등을 두도록 하는 안이 유력하다.


보험테크 - 티스토리




급여‧비급여 완전분리 검토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으로 구성된 ‘실손상품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현재 판매하는 신실손(착한실손)보험을 대체할 새로운 실손보험 출시를 논의 중이다.


실손보험은 그간 2번의 개편이 있어왔다.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된 ‘표준화실손’, 2017년 4월 이후 판매하는 ‘신실손’ 등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지 않는 급여의 일부와 비급여 전체 의료비를 보장한다. 다만 신실손부터는 과잉진료가 예견되는 특정 비급여 3종(도수치료‧비급여주사‧MRI)을 특약으로 따로 가입하도록 했다.


TF는 급여와 비급여 보장을 나눠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급여를 주계약으로 보장하고, 비급여를 특약으로 선택 가입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


현재 판매하는 신실손은 급여와 비급여의 입원을 상해‧질병 각각 연간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통원은 연간 180회 한도로 회당 30만원까지다.




특약에 포함되는 특정 비급여 3종의 경우 각각 연간 △도수치료 최대 350만원, 50회 △비급여주사 최대 250만원, 50회 △MRI 300만원 등까지 보장해준다. 자기부담률(의료비 중 본인부담 비중)은 급여 10~20%, 비급여 20%, 특약 비급여 3종 30%다.


새롭게 검토하는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통원치료 및 비급여에 대한 보장횟수 축소를 골자로 한다. 주계약인 급여치료의 경우 입·통원 합산 연간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하고, 통원은 회당 20만원으로 제한한다.


비급여 전체를 담당하는 특약은 입·통원 연간 5000만원 한도, 회당 20만원씩 최대 100회까지 보장한다. 자기부담금은 급여(주계약)과 비급여(특약) 모두 30%로 기존대비 10% 오르는 내용을 담았다.


보험료 차등 둬 ‘전환 활성화’


이번 실손 개편안은 과거 판매된 실손 대비 보장이 크게 줄어든다. TF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 등 의료이용량이 적은 가입자를 새로운 실손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 논의되는 실손보험료 차등제는 자동차보험에서 운영하는 ‘오프밸런스(Off-balance)’ 방식을 차용한다. 보험금 지급이 많은 계약자일수록 보험료를 더 받고, 보험금 지급이 적으면 보험료를 깎아준다. 운전자가 사고를 많이 낼수록 자동차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같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가입자의 연평균 의료이용량에 따라 할인‧할증을 9단계로 구분해 보험료를 매기기로 논의됐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소액청구자(미청구자 포함) 비중은 94% 수준이다. 보험료 차등제를 통해 대다수의 실손 가입자는 새로운 실손에서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정부는 구실손의 보험료를 9% 올리는 한편, 신실손은 비슷한 수준으로 인하했다. 과잉진료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존 실손 가입자의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선 보장을 줄이되 보험료도 낮추는 기조를 이번 개편안에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법무법인과 보험연구원의 연구용역을 예정하고 있다. 논리적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손보험은 3500만명이 가입한 정책성보험으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보완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정부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결함이 비급여 진료의 팽창을 가져온다고 보고 있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실손 들려면 피 뽑고 소변검사…가입 문턱 높인 보험사


    실손의료보험 신규 가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가 기존에는 방문진단심사를 받지 않았던 20대에게도 혈액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디마케팅(demarketing)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다. 디마케팅은 자사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방법이다.

 

“실손 팔수록 손해” 절차 번거롭게

20대도 간호사 찾아와 건강 체크


가장 대표적인 디마케팅 방식은 방문진단심사 강화를 통해 가입을 번거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방문진단은 간호사가 실손보험 가입 희망고객을 찾아가 혈압·혈액·소변 검사 등을 해 보험 가입 여부를 심사한다. 검사에서 특정 질환이 확인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을 거절하는 식이다.

 

기존 고객 보장 덜한 상품 전환 땐

권유한 설계사에 인센티브 주기도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화손해보험은 올해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41세에서 20세로 낮췄다. 기존에는 질병 발생 위험도가 높더라도 20~30대의 경우 서면 심사를 거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가 결정됐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부터 방문진단심사에 혈액검사를 추가했다. 롯데손해보험도 방문진단심사 기준은 21세이다. 메리츠화재도 1월부터 기존 66세 이상만 의무적으로 했던 방문진단심사를 61세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받도록 기준을 바꿨다.

 

업계 상위 업체들도 실손 보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인수 심사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인수 심사기준이 강화되면 실손보험 신규 가입 시 고객의 위험도를 보다 깐깐하게 보게 된다.

 

2019년 급감한 손해보험사 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해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한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지점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매월 손해율이 140% 이상인 지점의 경우 30~60대 가입 희망고객은 비급여 특약 가입하려면 방문진단심사를 받아야 한다. DB손해보험은 과거 판매했던 자사 구(舊)실손·표준화실손 가입자를 현재 판매하는 신(新)실손으로 전환시키면 보험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17년 3월 이전 판매됐던 구실손·표준화실손은 비급여에 대한 보장이 넓어 신실손보다 손해율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손해율이 높은 상품이다 보니 당분간 신규 판매를 줄이고 우량 고객 위주로 운영하기 위해 인수조건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중 나오는 실손보험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는 이런 기류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도 디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7년부터 자동차 보험 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등 영업축소에 나섰다. 롯데손보 등도 자동차보험 영업 조직을 축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등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따른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