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일몰제 한달 앞..."정비사업 20곳 무더기 중단 우려"


정비사업 20곳 무더기 중단 우려…서울 집값 더 불안하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 중 진행이 느린 곳을 일괄적으로 구역 해제하는 ‘정비구역 일몰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총 39곳의 사업지가 일몰제 적용을 받는 가운데 이 중 절반 가까운 단지들이 사업 존폐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 상한제 등 기존의 정비사업 규제에다 일몰제로 초기 단계 정비사업지들까지 해제될 경우 장기적으로 서울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2012년 1월 30일 기준으로 조합추진위원회 단계의 사업지들에 적용된다. 2016년 3월2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이 구역들이 올해 3월 2일까지 조합 설립을 하지 못할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한다.


일몰제 3월2일 일괄 적용

(에스앤에스편집자주)


[땅집고] 지난 1일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창립 총회가 열렸다. 이날 조합설립 주민 동의율은 96.58%를 기록했다./서초진흥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제공




서울에서 일몰제를 적용 받는 정비구역 사업지는 총 39곳이다. 이 중 조합설립을 마쳐 일몰제를 벗어난 사업지는 11곳 뿐이다. 일몰제를 벗어난 사업지는 청량리6, 신반포4차 등 9곳이 조합설립을 마쳤고 여의도 광장아파트와 신길10은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28곳은 3월 2일까지 일몰제를 벗어나기 위해 주민 동의 등의 절차 진행을 서두르고 있다.


 

[땅집고] 2월 종합설립총회 예정 일자./박기홍 기자


조합창립총회 잇따라 개최… “일몰제 피하고 보자”

현재 조합창립총회를 열어 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구역은 4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길 2, 성수 2구역은 지난달, 서초진흥과 미아4-1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이달 1일 조합창립총회를 열었다. 서초 진흥과 미아4-1구역의 조합설립 동의율은 각각 95%, 80% 정도로 신청 기준이 되는 전체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다. 이어 관할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 일몰제를 벗어날 수 있다. 미아4-1 추진위 관계자는 “장위 뉴타운 등으로 강북 아파트 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기존에 정비사업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찬성으로 많이 돌아서 조합 설립 동의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이밖에도 신반포2차, 미아9-2구역, 장미1·2·3차 등 정비사업지 4곳도 이달 중 조합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토지소유자간 또는 아파트 주민과 상가 소유주 사이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됐지만, 일몰제 기한이 도래하면서 조합원들이 뜻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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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기한 연장 신청한 곳 상당수… 서울시 모호한 기준에 현장은 혼란

하지만, 3월 2일까지 조합 설립 신청이 시간상 불가능한 나머지 20개 구역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구역 해제라는 악재까지 겹칠 경우, 집값 하락 뿐 아니라 정비사업을 다시 재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지역은 일몰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몰 기한 연장 신청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압구정3, 신반포25차, 봉천12, 흑석1구역 등 8곳이 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 20조 6항에 의하면 정비구역의 토지등소유자가 30% 이상 동의할 경우 관할 구청에 일몰제 적용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증산4구역이 32%의 주민 동의율에도 정비사업지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어 ‘30%’라는 동의율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사업이 연장될 지는 불투명하다. 증산4구역은 2014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가 설립됐지만, 2년 안에 조합설립을 하지 못해 일몰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 연장 신청을 한 구역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더 이상 정비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동의율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일몰제 연장 신청을 반려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몰제 연장 신청에 관한 사항은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최종 해제 여부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재정비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달려있어 서울시의 방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수2, 신설1, 방배삼호 등 6곳이 이달 내 일몰기한 연장을 신청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서울시 기준이 모호한 면이 있어 일부 구역에서는 동의율을 더 높이기 위해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동의율이 30% 이상이 아니라 40%, 50% 이상 돼야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했다. 반면, 사업 진척이 없는 미아11구역, 여의도 미성, 신반포26차 등 나머지 6곳은 일몰기한 연장 신청도 어려운 상황이라 일몰제 적용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모습./조선DB


재개발·재건축 규제에 일몰제까지 적용하면…공급량 축소 불가피

일몰제로 대규모로 정비구역 해제가 진행될 경우 주택 시장에 “앞으로 재개발, 재건축으로 주택이 공급될 지역이 많지 않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게 된다. 정비구역해제나 재개발·재건축 지역 모두 실제로 주택 공급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예 무더기로 구역지정이 해제되는 것은 주택시장에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확정하는 것이다. 시장에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명확한 메시를 주는 것이어서 집값 불안 요인이 된다.




2012년 이후 서울 내 정비사업 구역 683곳 가운데 400곳 가까이 해제됐다. 이로 인한 주택 공급량 감소 추정치는 약 25만 가구에 달한다. 정비사업 해제로 인한 공급 축소는 서울 집값 폭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시 주택 공급이 대부분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는 지난해 기준 서울 지역 내 주택 공급량의 81%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다고 파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답보 상태면 서울의 공급량 부족으로 나타나 기존 주택 가격이 또 다시 오를 수 있다”며 “일몰제가 주택시장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일몰제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효과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일몰제를 계기로 지연됐던 사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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