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21세기 초 인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유전 정보인 'DNA' 염기서열을 모두 알아냈다. 성장, 질병, 노화 등 생명 활동의 모든 정보를 담은 DNA 부호를 해독하면서 혁명적인 무병장수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연구 초반 10만 개 이상의 유전자를 발견하리라 추측했던 것과 달리 인간의 유전자는 단 2만3000개뿐이었다. 이는 미생물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숫자였다.

Medical Xpress

 


edited by kcontents

그러나 곧 과학계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이 유전자들의 조합으로 생산되며, 하나의 유전자로 수천 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유전자 자체가 변하지 않아도 활동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처럼 유전 정보의 변화 없이 유전자의 활동이 바뀌어 후대에 유전되는 현상을 ‘후성 유전’이라고 부른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를 보면 후성 유전적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건강 상태, 수명 등에 차이가 생긴다. 부모로부터 난치병 유전자를 물려받고도 한 명은 발병하고 한 명은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무엇일까?

 


후성 유전체의 도구는 소위 말하는 ‘스위치’다. 이 스위치들은 DNA에 어떤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유전자 가운데 어떤 것을 쓰고 어떤 것을 쓰지 않을지 결정한다. 앞서 언급한 쌍둥이 중 난치병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건강한 삶을 산 경우는 발병 관련 유전자 스위치를 끄고, 치유 관련 유전자 스위치를 켰기 때문이다. 이때 유전자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 ▲​감정 ▲​경험 ▲​행동 등 세포 밖의 신호다. 다시 말해 내가 어떤 마음 상태이고, 무엇을 먹고, 어떤 행동과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유전자의 활동 방식이 변한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지만 인류는 더 값진 것을 얻었다. 타고난 유전적 운명에 의해 살아야 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 건강, 질병, 체질 등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반가운 사실을 말이다. 유전적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생물학적 창조의 주체는 바로 ‘나’이다.​
이송미 《미라클》 저자
헬스조선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