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제3의 신종 감염병 출현 가능성 있다"


전문가들 "제2,제3의 신종 감염병 출현 가능성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신종 감염병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신종 감염병 출현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간 알려지지 않은 감염병이 발발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주제의 긴급 공동원탁토론회에서 “1960~1990년대 페니실린 등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학계에서는 감염병을 정복했다는 낙관론이 떠올랐지만, 1990년대 이후에도 에볼라출혈열과 페스트 등이 출현했다”며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과 치료방법을 찾을 만큼 기술이 발전했지만, 감염병 문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따로 분류해 검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를 겪어본 경험이 있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실제로 2000년대 들어서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신종 인플루엔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5~7년 주기로 감염병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을 가진 균이나, 동물과 사람 모두를 감염시키는 인수공통전염병 등도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로 인구 증가와 자연과의 접촉 확대를 지목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노령화하고 있으며, 기술발전으로 사람이 가지 않던 지역을 발전시키거나 지역간 이동이 쉬워졌다”며 “세균과 바이러스 등 병원체 스스로도 숙주를 효율적으로 감염시키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을 예측한 감염병 목록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종도 후보에 올랐지만 세계 보건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단기적으로 전파되는 것보다는 유행성출혈열이나 뎅기열처럼 만성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것을 더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현재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살피고, 앞으로 비슷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논의했다. 


과거의 ‘메르스 경험’을 토대로 대응 체계화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주제의 긴급 공동원탁토론회에서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마다 환자가 너무 많아 공중보건 인프라가 미흡하고, 지역사회에서도 방역 등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국내 병원 시설이 신종 전염병에 대해 얼마나 대비가 돼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며 “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는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메르스 때와 비교해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이날 참석자들은 “2015년 전국을 공포로 떨게 한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이후 감염병 대응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며 과거에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구 교수는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마다 환자가 너무 많아 공중보건 인프라가 미흡하고, 지역사회에서도 방역 등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국내 병원 시설이 신종 전염병에 대해 얼마나 대비가 돼 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며 “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는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이 메르스 때와 비교해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대응 방식이 바이러스 확산을 100%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역 수준에서 한 군데라도 빈틈이 발생하는 경우 예기치 못한 확산이 일어날 수 있고, 방역 방법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은 “해외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감염자를 막아 전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만약 이를 실패해 지역사회까지 확산된다면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역사회 내 의심환자를 확인해 조기 진단하고, 감염자와 관련이 없더라도 폐렴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을 전수조사해 혹시 놓치고 있는 감염경로는 없는지 조사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백신 개발 등 각계 전문가들의 연구 필요

부하령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과학기술 발전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더라도 단기간에 염기서열을 분석, 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어떻게 진단할 것인지 방법도 빨리 이뤄졌다”며 “안타까운 점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이 아직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 책임연구원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79.5% 비슷하고 특히 인간 세포에 침입할 때 같은 수용체(ACE2)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 이런 정보들을 토대로 다른 신종 바이러스보다는 비교적 빨리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며 “하지만 개발과 상용화에 최소 1년 이상 걸린다”고 예상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다른 바이러스 감염질환과 마찬가지로 60세 이상,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는 기저 질환자에게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어떤 환자는 기침과 고열 등 경미한 증상으로 끝나지만, 어떤 환자는 생명을 잃을 만큼 심각한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 책임연구원은 “지금은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일을 억제해 치료하는 방식의 항바이러스제를 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숙주와 바이러스와의 관계를 연구해 차세대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숙주의 면역계를 피해 세포를 침입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내 이를 방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은 “해외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국내로 들어오는 감염자를 막아 전염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만약 이를 실패해 지역사회까지 확산된다면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법을 민간 병원에까지 보급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보다 빨리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을 잘 대응하려면 전문가들이 각 분야 특성에 맞게 연구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감염 전문가들은 환자를 치료하거나 치료방법을 찾고, 예방의학과 역학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앞으로 어떻게 확산될지 거시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진단검사 전문가들은 진단방법을 개발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전문가들이 지식을 생산해 대중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실 방역연계범부처감염병연구개발사업단장은 “신종 전염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건당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이 필요하고,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상황을 예측, 분석할 수 있도록 각 분야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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