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바꾼 신풍속도..."사람들 안 나간다"


"신종 코로나가 바꾼 신풍속도" 쇼핑·외식 접었다…"방콕 구매·따릉이 거절·마스크 낀 하객"


백화점·마트 등 매출 감소 직격탄…식당가 썰렁·문화센터 환불 문의 급증

'모바일로 생필품 구매' 온라인쇼핑 급증…외식도 꺼려 '배달 주문' ↑

공유경제 기피 '따릉이 찬밥'…목욕탕과 병원 등 사람 많은 곳 찾지 않아


     "2차 감염자가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다 감염이 됐는데, 다른 사람 침이 튈까 불안해서 식당을 갈 수 없어요. 당분간 사람이 많은 백화점과 마트는 피하고 온라인으로 쇼핑하고, 음식 배달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손때가 많이 묻은 지하철과 버스도 불안하고, 따릉이도 이용을 안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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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접촉을 하지 않은 '언택트(untact)'로 구매 및 외식 등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고 너도나도 방콕(방에 콕 박혀있기)을 선택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텅텅 비고, 대신 온라인 거래와 배달이 급증하는 등 생활 패턴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백화점·면세점·마트 썰렁…식당 울상

국내 2~3차 감염자가 나온 이후 첫 주말인 2일 오후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A 백화점 유아동복 매장에는 단 한명의 손님도 볼 수 없었다. 유아동복 매장 관계자는 "주말 동안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이 아예 없다"면서 "당연히 매출이 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서울의 한 쇼핑몰 의류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주말 점심 시간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는 식당가도 좌석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한 매장이 많았다. 마스크를 낀 직원이 손님보다 많은 곳도 눈에 띄었다. 한 식당 매장 직원은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는데, 주말 매출이 평소보다 50%는 빠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화센터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문화센터 관계자는 "아동 관련 수업이 많아 현재 환분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덮은 한 주부는 서울 구로구의 B 마트에 온 후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떠나는 모습이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을 했는데, 평소 먹는 유제품 브랜드가 없어 급하게 사러 왔다"면서 "이것만 사고 빨리 자리를 뜰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당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주말에는 대기 순서가 길게 늘어졌던 한 식당 매장 관계자는 "전염병만 돌면 장사는 망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외식업체의 매출은 한 달 새 34% 이상 감소했다.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손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말 매출은 전년보다 12.6% 감소했다. 2주전에 비해서는 7.7%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주말 하루 평균 7만~8만명이던 본점 입장객이 30% 이상 줄면서 본점 매출만 30% 줄었다"며 "전체 매출은 11%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면세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롯데면세점은 1~2일 매출이 2주전보다 30% 줄었다고 밝혔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을 구매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집돌이·집순이 자처" 방콕 쇼핑

소비는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SSG닷컴은 1~2일 매출이 2주전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11번가에서는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생필품 판매가 전주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반조리·가정식은 전월대비 1095%나 급증했고 라면(129%), 생수(116%), 냉동·간편과일(103%), 즉석밥(58%) 등도 주문량이 증가했다.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 출고량은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에 달했고 마켓컬리의 최근 3일간 일평균 매출 역시 22% 늘었다. 매출 증가를 견인한 품목들은 계란, 우유, 갈비탕 등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이나 가정간편식(HMR)이었다.


배달도 늘어나는 추세다. 설 연휴 기간(1월24~27일) 배달 전문업체 배달의민족에 접수된 주문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60% 늘어난 540만 건에 달했다. 배민 측 "보통 설 연휴 직후엔 명절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아 주문량이 평소 대비 15% 정도 감소하는데, 올해는 지난달 31일, 이달 1일 이틀간 평소 대비 10% 정도 늘어난 상황"이라며 "주문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며했다.


박혜연(32) 씨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도착하니까 편리하다"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외식도 그냥 배달로 대체하면서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가 15명으로 늘어난 2일 서울의 한 쇼핑몰 의류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찬밥'된 공유경제…달라진 하객 풍경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이나 '타인과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을 꺼리는 탓에 공유경제도 순식간에 찬반 신세가 됐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여의도 직장인 최충현(35) 씨는 "길 한복판에 자전거를 세워두는 데 솔직히 위생은 보장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지하철이나 버스도 불안하고 당분간은 차를 갖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따릉이의 이용객수는 전주대비 5% 감소했다.


목욕탕, 수영장, 헬스장, 병원 등 전염병 공포에 전통적으로 취약한 곳 역시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다. 구로구의 한 찜질방 관계자는 "정말 거짓말처럼 손님이 90%는 줄었다"면서 "손소독제를 비치해 놓았지만 방법 없어 속만 타들어 간다"고 울먹였다. 서대문구의 한 내과는 "정말 너무 아프지 않은 이상은 병원에 오려고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예년 이맘때 감기 등 환자가 많았는데, 환자 방문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모바일 생필품 쇼핑이 급증하고 있다.




예식장 풍경도 달라졌다. 서울 청담동 한 예식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하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20~30대 젊은 하객과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하객들이 마스크를 대다수 착용하고 있었다. 예약 상담실의 웨딩플래너를 제외한 주차장 안내요원과 직원 대다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손 세정제 역시 예식장과 연회장, 주차장 입구마다 배치됐다. 서울 마포구 한 예식장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 사용을 권장하는 안내문을 예식장 정문에 붙여 놓고 하객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한 웨딩플래너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손 세정제도 곳곳에 비치해 놓았고 그저 하객 분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오시기를 바랄 뿐"이라며 "하객 분들을 일일이 검사하고 입장시킬 수 없는 노릇이고 무사히 이번 사태가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근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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