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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만난 영재 소녀들

2020.01.29

살다가 처음 경험하거나 새로 알게 된 지식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거나 흥미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모임에서 어떤 친구가 평생 처음으로 집에서 설거지한 경험을 공개하며 “너희는 해 보지 못했지?” 하는 투로 말한 일이 그렇습니다. 그는 친구들의 얼굴에서 “뭘 그래?” 하는 반응을 보고서야 대부분 그 정도 일은 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몇 달 사이 유튜브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영상을 즐기곤 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거나 경험했을 일을 새로운 일인 양 말하는 우를 범하려 합니다. 받은 인상이 너무 강해 말하고 싶은 걸 어쩔 수 없네요. 수많은 영상을 보았는데 그중 다섯 명의 음악 영재 소녀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두 소녀 이야기입니다. ‘아메리카즈 갓 탤런트’의 재키 이뱅코와 ‘홀란즈 갓 탤런트’의 아미라 빌리히하겐입니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오페라 아리아를 부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키는 2010년 열 살 때, 아미라는 2013년 아홉 살 때의 일입니다.
이들의 노래를 처음 들을 때 놀랐습니다. 도저히 어린아이의 소리라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아미라의 경우 방송 나흘 후 그의 노래라고 믿지 못해서 집으로 찾아온 기자들 앞에서 다시 불러야 했습니다. 재키의 노래도 립싱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는데, 다음 날의 생방송에서 즉흥 연주를 하여 전날의 방송이 자신의 실제 소리임을 확인해 주어야 했습니다.
이들의 인기는 엄청났습니다. 재키는 첫 방송 직후부터 음반을 발매하고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미라도 유럽 각국과 미국에서 연주회에 참여하고 음반을 내었습니다. 여러 방송 인터뷰에도 출연하였습니다. 유명 가수들과 협연한 점도 둘이 같습니다. 재키의 경우 초기에 사라 브라이트만이나 조수미와 협연을 하였습니다. 이후 이들은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함께 큰 무대에 서게 됩니다. 2019년에는 각기 큰 규모의 크리스마스 연주회를 하였습니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은 소녀들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외한의 안목으로 볼 때 둘에게 나이가 든 만큼의 소리 변화는 있는데 기량이 뚜렷이 좋아졌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둘 다 아직 노래에 감정을 잘 싣지는 못한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워낙 어린 나이에 놀라운 재능을 보였으니 몇 년이 더 지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다음으로 말할 영재는 카롤리나 프로첸코입니다. 미국의 산타 모니카에서 길거리 연주를 하고 그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여섯 살인 2014년에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하였습니다. 이주하던 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고, 아홉 살 때부터 길거리 연주에 나섰습니다. 영상 올리기를 시작한 지 2년이 좀 넘은 지금 연주 동영상은 유튜브와 다른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포함하면 누적 조회 수가 5억을 넘는다고 합니다.
클래식 훈련을 받고 있지만 연주곡은 대체로 대중음악입니다. 레퍼토리는 폭이 넓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셀린 디온, 저스틴 비버 등의 곡을 비롯하여 한국 걸그룹과 이루마의 곡도 들어보았습니다. 새 노래를 한 시간이면 익히며 직접 약간의 편곡을 한답니다. 카롤리나도 앞의 두 소녀처럼 여러 차례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음반도 내고 있습니다. 항상 미소 띤 얼굴로 연주하면서 악상을 표정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표현하는 걸 보면 성인 연주자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더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소녀도 있습니다. 클레어 크로스비입니다. 세 살 때부터 유튜브에 노래하는 영상을 올려 왔습니다. 아직 일곱 살인 이 어린 소녀가 노래하는 모습에는 깜찍함과 어른스러움이 동시에 있습니다. 재키나 아미라보다 어린 나이에 노래하는데 그들보다 더 자연스럽다는 느낌 이외의 무언가가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이백만이 훨씬 넘습니다. 첫 돌 며칠 뒤 건반을 두들기기 시작하더니 같은 멜로디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치고 나중에는 노래로까지 불렀다니 놀랍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높은 음역을 아주 편하게 처리합니다. 이 대단한 아가씨는 디즈니 영화의 노래를 많이 부르며 잠자는 숲속의 미녀, 엘사 공주, 인어공주를 좋아한답니다.

알마 도이처도 있습니다. 여섯 살에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으며 일곱 살에는 단편 오페라를, 열 살에는 본격적인 장편 오페라 『신데렐라』를 작곡했습니다. 『신데렐라』는 작곡 다음 해인 2016년에 주빈 메타의 지휘로 빈 국립오페라가 초연하였고 얼마 후에 미국 무대에도 올랐습니다. 2005년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알마는 영재 작곡가,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립니다.
자신의 오페라 연습을 하는 가수들에게 작곡자로서 악상을 설명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2019년에는 알마의 곡만으로 카네기 홀 연주회가 열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시한 주제에 맞춰 즉흥곡으로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영상도 여럿 있습니다.
이 영재의 생각은 당당합니다. 자신의 곡이 21세기의 사조에 맞지 않는다는 비평에 대해 신문 인터뷰나 유튜브 영상에서 “음악에는 멜로디와 화음이 있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라고 대꾸합니다. 자신을 모차르트와 비교하는 신문 기사들에 대해서는 “나는 제2의 모차르트가 아닙니다. 나는 알마입니다”라고 답합니다.

“내가 이 영재들의 영상을 왜 그렇게 많이 보았을까?” 하는 자문을 해봅니다. 자기 일을 탁월하게 하거나 남다른 열정을 지니고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감동하고 눈물까지 흘리곤 했습니다. 회사 근무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몇 개의 뮤지컬 작품에서 출연자들의 탁월한 노래나 연기에 눈물 흘리기도 했고 훌륭한 무대 연출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면 감동했습니다. 이번에 만난 영재 소녀들에게서 눈물이 나올 정도의 탁월함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의 놀라운 재능,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이들이 좀더 성장해서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날을 기대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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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홍승철

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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