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탁구, 도쿄 올림픽 빨간불...북에 석패..."그러나 신유빈에 희망을 봤다"


女탁구,北에 석패 '도쿄행 벼랑끝'...北차효심 꺾은 15세 신유빈 '희망'

    한국 여자탁구가 도쿄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전에서 북한에 석패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벼랑끝에 몰렸다. 그러나 북한 왼손에이스 차효심을 보란듯이 돌려세운 '15세 당찬 막내' 신유빈(수원 청명중 졸)의 활약은 희망이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서효원(한국마사회), 이은혜(대한항공) 최효주, 이시온(이상 삼성생명), 신유빈으로 이뤄진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23일 밤(한국시각)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도쿄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 16강 남북대결에서 게임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서효원 vs 김송이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아시아선수권에서 전지희-서효원-신유빈으로 나선 대표팀이 북한에 0대3으로 완패했었다. 4개월만에 성사된 남북의 리턴매치, 승리한 팀에게 도쿄올림픽 티켓이 부여되는 16강전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서효원

제1복식에서 최효주-신유빈조가 북한 차효심-김남해조와 맞붙었다. 2-2, 3-3, 5-5, 6-6…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손발은 맞춰온 북한 대표 에이스조를 상대로 신유빈의 오른손과 최효주의 왼손이 맞아들며 오히려 8-6으로 앞서나갔다. 11-7로 첫 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1-6까지 밀렸지만 차근차근 6-5까지 따라붙었다. 예기치 않은 일격에 다급해진 북한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후 북한의 플레이가 살아나며 11-7로 2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 역시 9-9까지 서로 1점씩 주고받는 '시소게임' 끝에 9-11로 내줬다. 배수진을 친 4세트 신유빈의 포어드라이브가 작렬했다. 5-2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5-5로 타이를 허용하며 이후 또다시 피말리는 시소게임이 시작됐다. 10-10 듀스에서 2점을 내리 내줬다. 10-12.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최효주+신유빈 vs 차효심+김남해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제2단식은 양팀 '수비 에이스' 맞대결이었다. 공격하는 수비수 서효원과 리우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이자 평양오픈 4연패를 기록한 북한 톱랭커 김송이가 맞섰다. 1세트를 5-11로 내줬다. 2세트 서효원의 드라이브가 맞아들며 11-7로 2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3세트 김송이가 리드를 잡았지만 서효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9-9까지 따라붙었다. 10-10 듀스 접전에서 서효원과 김송이가 날선 드라이브를 한차례씩 주고 받았다. 11-11, 12-12, 13-13, 막상막하의 승부끝에 13-15로 석패했다. 4세트 배수의 진, 서효원은 5-2로 앞서다 5-6 역전을 허용했으나 다시 잇달아 4득점하며 9-7로 재역전했다. 9-9, 타이끝에 다시 엎치락뒤치락 듀스전쟁이 시작됐다. 서효원이 10-12로 패했다. 세트스코어 1대3, 마지막 한끗이 아쉬웠다.


게임스코어 0대2, 지면 끝장인 제3단식, 벼랑끝 승부가 시작됐다. '열다섯 살 강심장 막내'신유빈은 이날 경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4개월전 아시아선수권 당시 0대3으로 완패했던 북한 왼손 에이스 차효심과 당당히 맞섰다. 1세트 신유빈은 당돌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베테랑 차효심을 11-8로 돌려세웠다. 2세트를 9-11로 내줬지만 3세트를 잡아냈다. 4-3에서 작렬한 신유빈의 드라이브는 환상적이었다. 듀스게임을 15-13으로 이겨내며 다시 세트스코어를 2-1로 뒤집었다. 4세트 차효심을 멘탈과 실력에서 완전히 압도했다. 단 1점만을 내줬다. 11-1로 마무리했다. 세트스코어 3대1 승리를 확정지었다. 당찬 막내 덕분에 영패의 수모를 면했다. 4개월만의 리턴매치에서 눈부신 성장을 선보이며,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이자 희망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ITTF 해설자도 신유빈의 활약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어린 선수 정말 대단하다"며 일본 남자탁구 신동, 하리모토에 빗댔다. "열다섯의 어린 소녀가 미소를 띤 채 대단한 경기를 하고 있다" "열다섯살 선수의 정말 인상적인 경기, 판타스틱한 백스핀, 포어드라이브, 나이를 믿기 어려운 놀라운 컨트롤"이라며 폭풍칭찬을 쏟아냈다.

신유빈 vs 차효심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막내의 파이팅에 맏언니 서효원도 마지막 힘을 냈다. 제4단식 북한 김남해를 상대로 1세트를 11-9로 따냈다. 2세트에도 우위를 점했으나 마지막 듀스 대결에서 범실하며 12-14로 내줬다. 3세트, 앞서나가던 서효원이 8-8에서 8-10까지 추격을 허용했고 10-12로 지고 말았다. 4세트 기세가 오른 김남해가 6-0까지 앞서나가더니 서효원이 4-11로 패했다. 세트스코어 1대3, 게임스코어 1대3. 북한에 도쿄올림픽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국을 결정하는 이번 대회 경기방식은 '지면 떨어지는' 넉아웃 토너먼트 방식이다.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국은 16개국. 이번 세계 단체 예선에서는 이미 출전권을 획득한 6개 대륙 챔피언과 개최국 일본을 제외한 9장의 남은 티켓을 놓고 전세계 탁구강국들이 격돌했다. 9개팀 출전권 결정대회인 만큼 준결승, 결승전 없이 16강에서 승리한 8강 국가에게 출전권을 부여하고, 16강에서 패한 8개팀끼리 다시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팀에게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티켓을 부여한다.

서효원 vs 김남해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이제 대한민국 여자탁구팀이 도쿄올림픽에 가려면 이 남은 단 한 장의 티켓을 반드시 따야만 하는 사상 초유의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북한, 싱가포르, 홍콩, 루마니아 등 난적들이 모두 8강에 진출하면 '패자부활 8강 2라운드'엔 네덜란드, 포르투갈, 인도 등 상대적 약체들만 남게 된다. 네덜란드는 싱가포르에 풀세트 접전로 분전했지만 그 과정에서 주전이 부상했다. 객관적 전력상 한국의 티켓 획득 가능성이 높지만 심적 부담과 이변 등 변수가 관건이다. 비록 듀스 게임에서 북한을 넘지 못하고 패했지만 신유빈의 폭풍성장 및 경기내용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추교성 여자탁구대표팀 감독 내정자, 당예서 코치 ,이은혜, 이시온의 뜨거운 벤치 응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현장에서 선수단을 지원중인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한국마사회 총감독)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라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것만 착실히 한다면 모두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국 여자탁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 현정화-양영자의 여자복식 금메달 이후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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