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도로도 개통됐는데 이참에 을릉도 한번 가?


관광객 유치에 효자노릇 톡톡…울릉일주도로 달려보니


    울릉도는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이다. 두 섬 모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지만,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 제주 한라산과 360여 곳의 오름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지만, 울릉 성인봉과 송곳산·노인봉은 깎아지는 듯한 산세가 험하다. 제주도가 여자라면, 울릉도는 남자다.

 

한국 대표 섬이지만 관광 불편했던 울릉도

지난해 3월 일주도로 개통하며 관광객 9%↑

“개통 후 시계 반대 방향 관광 코스로 변해”

관음도·해중전망대·나리분지…볼거리 가득


지난해 3월 울릉도 일주도로가 개통하면서 울릉도 관광이 훨씬 편리해졌다. 관음도에서 바라본 울릉 일주도로. 김정석 기자




제주도엔 국제공항이 있다. 반면 울릉도는 공항이 없다. 배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섬을 찾는 관광객 수도 천지 차다. 울릉을 찾는 관광객이 적은 요인은 낮은 접근성 말고도 또 있었다. 면적 72.91㎢의 작은 섬을 한 번에 도는 일주도로가 없어 불편했기 때문이다.


경북 울릉군 일주도로를 달릴 때 자주 만날 수 있는 형태의 터널. 해안 절벽을 뚫어 길을 낸 모습이 독특하다. 김정석 기자

 

하지만 지난해 3월 일주도로가 착공한 지 55년 만에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확 늘었다. 17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38만6501명이 울릉도를 찾았다. 이는 전년 35만3617명보다 3만2884명(9%) 늘어난 숫자다. 울릉 관광객은 2011년 처음 35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12년 37만5000여 명, 2013년 41만5000여 명에 이르렀지만,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여파로 2014년 26만7010명, 2015년 28만8547명까지 떨어졌다.


중앙일보



edited by kcontents

 

관광객을 38만 명 선까지 끌어올린 ‘효자’ 울릉 일주도로를 차를 타고 달려봤다. 드라이브엔 김명호 울릉군 공보팀장이 함께했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울릉 일주도로 한 바퀴엔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비경과 울릉 특유의 지질유산을 품고 있는 관광명소들이 즐비했다.

 

55년만에 뚫린 도로…울릉 관광스타일 바꿔

일주도로의 시작은 도동마을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김 팀장은 일주도로가 개통되면서 울릉 관광 스타일도 180도 변했다고 했다. “일주도로가 뚫리기 전엔 관광객들이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았죠. 그렇지 않으면 10여분 만에 일주도로가 끊겨 있던 구간과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게 일반적이죠.”

 

도동마을에서 북쪽으로 5분 정도 달리니 저동마을이 나타났다. 울릉의 대표 어항인 저동항이 있는 마을이다. 김 팀장은 “저동마을은 오징어 산업으로 유명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오징어가 연간 150t가량 잡혔는데, 지금은 연 5~6t 수준이다. 저동마을 주민도 이제 관광객 상대로 장사해서 먹고산다”고 전했다. 


경북 울릉군 저동항. 오징어 산업이 활성화된 어항이었지만 최근 오징어 조업량이 급감했다. 김정석 기자



 

다시 북쪽으로 10여분을 더 달리니 새로 개통한 내수전터널과 와달리터널이 나타났다. 터널이 개통하면서 총연장 44.5㎞ 도로가 완성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울릉을 둘러보려면 다시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왕복 시간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북면 천부리 섬목에서 울릉읍 저동리까지 4.75㎞ 구간이 뚫리면서 저동마을에서 천부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다.

 

관음도부터 대풍감까지…천혜비경 품은 길

터널을 벗어나는 순간 일주도로 명소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명소는 관음도다. 관음도는 높이 106m, 둘레 800m 크기의 섬으로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 섬이다. 2012년 울릉도와 관음도를 잇는 140m 길이의 연도교가 놓였다. 관음도 입구에서 만난 김도윤 지질해설사는 “관음도는 과거 깍새(슴새)가 많이 살아 깍새섬이라고도 불렸다”며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이나 주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유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음도에서 윤슬이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를 감상한 뒤 다시 일주도로를 탔다. 조금 달리니 삼선암(三仙巖)이 바다 위로 솟아 있었다. 삼선암은 해안침식으로 육지와 분리된 3개의 바위섬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세 명의 선녀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막내 선녀가 호위를 위해 내려온 장수와 눈이 맞자, 이에 격노한 옥황상제가 선녀 셋을 모두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는 전설이다. 김 팀장이 삼선암 봉우리에 있는 향나무 하나를 가리켰다. “울릉도는 3무(無) 5다(多) 섬입니다. 뱀과 공해·도둑이 없고 물과 미인·돌과 바람 그리고 향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경북 울릉군 관음도. 2012년 연도교가 놓여 걸어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김정석 기자


경북 울릉군 관음도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경. 김정석 기자

 

서쪽 길을 따라 죽암몽돌해변이 다가올 때쯤 김 팀장이 일주도로를 벗어나 샛길로 들어섰다. 언덕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서 “맑게 갠 날이면 독도까지 보이는 석포 일출일몰 전망대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대 곁엔 안용복기념관과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도 있었다. 내친김에 안용복기념관을 관람했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독도와 울릉도를 지켜낸 인물. 안용복기념관에는 안용복의 활동을 담은 기록과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천부항이 있는 북면에 다다르면 나리분지로 향할 수 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로 불리는 나리분지는 반경 2㎞ 남짓의 작은 땅이다.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 먹고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 골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나리분지 안에는 알봉·용출소·성인봉 원시림 등 지질명소가 많다. 

 

나리분지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은 울릉도에서 나리분지의 가치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풀었다. “조선 초 쇄환(刷還) 정책으로 울릉주민들을 본토로 이주시켜 수백 년간 울릉도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종 때 왜구에게 울릉도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검찰사 이규원(1833~1901)을 보내 실태 조사를 시켰죠. 이규원은 나리분지를 확인한 뒤 이곳을 행정·군사 중심지로 삼아야 한다고 고종에게 진언합니다. 이런 기록이 그가 쓴 『울릉도검찰일기』에 나옵니다.”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분지 안에 위치한 투막집. 조선 후기 울릉도 개척민들이 살던 주거 형태다. 김정석 기자




나리분지를 내려와 다시 일주도로로 복귀했다. 일주도로를 돌며 빼놓지 말아야 할 명소는 해중전망대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 바닷속 풍경을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망대다. 해중전망대 아래로 내려가니 마치 잠수함에서 창밖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복어, 전갱이, 노래미 등 다양한 수중 생물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서울~울릉 오가는 울릉공항도 5년 뒤 들어서 

해중전망대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쪽으로 달려 다다른 섬의 북서쪽 끝. 태하 해안산책로가 나왔다. 이곳은 한국 10대 비경 지역으로 꼽힌다. 파도와 바람에 의해 특이하게 침식된 지형이 발달해 수려한 해안절경을 자랑한다. 지난해 울릉군이 경관교량을 만들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의 대풍감(待風坎)이 절경을 자랑한다.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 해중전망대. 바닷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망대다. 김정석 기자


경북 울릉군 북면 천부리 해중전망대 내부. 수심 5m 깊이에서 바닷속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김정석 기자



 

섬 서쪽을 돌아 남쪽으로 내려오는 내내 해안 절벽을 뚫어 낸 도로가 울릉도만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지금도 일주도로를 개선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일주도로를 달리다 섬의 정남쪽에 위치한 사동항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울릉공항이 지어질 예정이다. 울릉군은 사업비 6633억원을 들여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항을 건설할 예정이다. 활주로는 폭 140m, 길이 1200m 규모. 2025년부터 서울과 울릉을 오갈 전망이다. 

 

일주도로를 한 바퀴 다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곳곳에 위치한 관광명소에서 충분히 시간을 누려도 한나절이면 넉넉하다. 택시를 이용해 일주도로 관광을 하는 이들도 많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일주도로가 개통돼 관광이 크게 활성화됐다. 예전과 비교해 관광객들이 최소 반나절의 여유를 얻게 된 셈이다. 앞으로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경북 울릉군 사동항 인근 울릉공항 건설 예정지 풍경. 2025년 준공되면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서울과 울릉을 오가게 된다. 김정석 기자




울릉공항 조감도. [사진 해양수산부]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