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진정 ‘에코섬’이 되려면 [민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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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진정 ‘에코섬’이 되려면  [민경보]

2020.01.18

제주도를 생각하면 괜스레 속상합니다. 속상하다 못해 왠지 가슴이 아픕니다. 고향도 아니고 첫사랑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신혼 여행지여서 그런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고향보다 더 많이 다녀온 곳입니다. 제주도는 다릅니다. 흉내 낼 수 없는 말부터 여러 가지로 참 많이도 다른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것은 어느 곳과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아름다운 곳이 죄송하지만 이제 더 이상 환경과 생태가 잘 보전되는 에코섬(eco-island)은 아닌 것을. 우리가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보기 싫은 것은 어디다가 쑤셔 넣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형국입니다. 처박아 놓았던 보기 싫은 것들이 이제 도서지방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주만큼은 아니길 바랐는데. 제주특별자치도 아닙니까. 얼마든지 특별한 자치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녹색제품 강의를 위해 공공기관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녹색제품은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2에 의해 환경마크와 GR마크를 받은 재활용 물품으로, 이 법 제6조에 의해 공공기관은 녹색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구매교육을 실시하는 환경부의 계획에 따라 제주에도 몇 번 다녀왔지만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첫째는 환경세법 제정입니다. 제주도라는 특별한 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환경세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폐기물 생산자, 배출자이므로 제주에 들어가려면 환경세를 내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두 번째는 도내의 모든 차를 무공해 차량으로 전면 교체하는 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순차적이 아니라 언제까지라고 시한을 정해놓고 신속히 이루어 내야 합니다. 아마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제주에서 시험받기를 갈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주만 한 입지조건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세 번째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야 합니다. 기존 국가법은 제주의 특성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법에서 모든 자원을 아끼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것을 명문화함은 물론 폐기물과 관련된 아주 강한 벌칙 부과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제주도의 모든 폐기물을 자원화하자고 선포해야 합니다. 제주도에는 거의 모든 자원이 육지로부터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매립장과 소각장 규모로는 제주의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문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비닐류 포함)입니다. 이제 수출길이 막힌 폐플라스틱의 처리는 재활용밖에 없게 됐습니다. 플라스틱의 단점이 썩지 않는 것이라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제품을 공모해보십시오.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비행장 건설을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제주 사람들한테 욕먹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주는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행객(폐기물 다량 생산자)의 숫자를 제한해야 합니다. 환경 범죄자들은 입도(入道)를 불허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제주 대신 외국으로 갈까봐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 줄을 설 것입니다. 그래야 제주의 제주다움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폐기물의 자원화는 도백(道伯)이 마음만 먹으면 시의회 의원들과 의원입법으로 법제화해서 바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제주는 정부의 환경정책과는 다른 제주만의 환경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후손들과 세계인들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정책 입안자들은 참 이상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꼭 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장담하건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지금의 제주를 있는 그대로 보고, 진정한 에코섬으로 만들기 위한 제주만의 사례를 만들어 나가면 세계에서 배우러 오게 할 수 있습니다.

“신은 항상 용서하시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하지 않습니까? 호주의 산불 재앙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제주의 수위(水位)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얘기를 주제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주제넘는 이야기가 많이 개진되고, 활발하게 의견이 교환돼야 합니다. 제주도를 생각하면 너무도 속이 상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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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민경보

(사)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상근 부회장. 1955년 경북 영주 출생. 단국대 영문과 졸. 1996년 덕흥전자부품(주) CEO를 거쳐 (주)토프라텍 창업. 2001년 IMF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이 지구를 떠나려다 1999년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한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에서 계속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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