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청약 버거우면 '보류지' 노려라


청약의 벽에 지쳤다면 신축 입주 가능한 '보류지' 노려라


누락·착오나 소송 등에 대비해 유보해두는 물량 '보류지'

집값 연이어 오르면서 높은 매각가에도 인기 누리는 상황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에 불과한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을 앞두면서 신축 아파트 보류지의 몸값이 날로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보류지는 사업시행자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와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가구 중 일부를 분양하지 않고 유보하는 물량입니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남겨놓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보류지

보류지란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만일의 상황(조합원 물량 누락·착오·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체 가구 수의 1%를 여분으로 남겨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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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이 30가구 미만일 경우 입찰을 통해 최고가에 매각됩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도 참여 가능한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게다가 보통 인근 시세보다 1억원 가량 낮은 가격에 입찰이 가능해 투자자산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조합에서도 이를 선반영해 보류지 가격을 시세 이상으로 책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그럼에도 공급 위축에 대한 불안을 느낀 수요자들과 나날이 치솟는 당첨 가점에 지친 저가점자들이 보류지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보류지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보류지 매각 입찰을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 재건축 '보라매 SK뷰'의 경우 84㎡(전용면적)가 14억11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조합 측이 13억3000만원으로 매각예정가를 설정했는데 지난 11월 같은 면적 분양권이 12억341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할 때 시세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매각에 나선 84㎡ 5가구 모두 매각예정가보다 2700만~8100만원 높은 가격으로 응찰이 이뤄졌고 4개가 나온 59㎡ 역시 1개 가구를 빼고 모두 낙찰됐습니다. 84㎡의 경우 6억 후반대였던 분양가에 비하면 2배가 넘는 가격임에도 상당한 인기를 누린 셈입니다.




더불어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새 아파트 공급 감소 우려가 높아지면서 보류지 입찰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게다가 입주 시점까지만 행해졌던 분양권 전매제한이 상한제 적용 단지의 경우 입주 후 최대 10년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바로 입주 가능한 신축 물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몇 달 후면 바로 입주가 가능한 보류지를 눈여겨볼만한 이유입니다.


보류지 매각 정보를 알아보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서울에서 공급되는 보류지의 경우 해당 조합은 의무적으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정비사업 정보 사이트인 '클린업 시스템'에 입찰 공고를 내야만 합니다. 관심 있는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들어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조합 사무실에 직접 문의하거나, 신문에 나오는 매각 공고를 유심히 확인하는 것입니다.


최근 보류지 매각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의 매각 공고(제공= 서울시)




다만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만 합니다. 통상 입찰시 5000만원 내외의 보증금이 있어야 하고 계약 시점에 바로 계약금 10%를 내야 합니다. 중도금 대출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 잔금을 치르는 기간도 촉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보라매 SK뷰의 경우 지난달 24일 낙찰 결과가 발표됐는데 1주일 후인 31일 계약을 진행한 후, 이후 오는 3월말까지 나머지 잔금을 모두 치뤄야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앞으로 보류지 시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대 1%까지 보류지로 남기는 게 가능하지만 원래 제도의 취지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목적이었던 만큼 금융 비용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만 남기고 모두 분양을 하는 게 조합 입장에서는 더 좋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에 이어 오는 4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시행되면 정비사업의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조합 측에서는 관련한 금융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추후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해 보류지를 1% 한도에 맞춰 최대한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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