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 稅부담에 전세살이로 내려앉아


은퇴자들 稅부담에…집 팔고 살던 집 전세로


공시가·종부세 크게 오르자

궁여지책 주택 매각 잇달아


   # 서울 강남구 한 재건축 단지에 20년째 살고 있는 은퇴자 김 모씨(63)는 얼마 전 살던 집을 팔고 그 집에 전세로 들어가기로 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집은 시세가 26억원으로 올해 기준 공시가격이 20억원을 넘는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김씨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올 한 해 5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냈다. 김씨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크게 올린다는데 계속 오르는 세금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온 가족이 정착해 익숙해진 동네를 떠날 수 없어 전세로라도 살던 집에 계속 머무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은퇴한 1주택자들이 살던 집을 팔고 그 집에 다시 전세로 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급격한 보유세 인상 정책으로 인해 집을 계속 보유하기 어려워진 은퇴자들이 전세살이를 해서라도 살던 동네에 머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씁쓸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강남권 중개업소 등에 은퇴 고령층 1주택자를 중심으로 살던 집을 매각하고 곧바로 전세로 들어가는 조건으로 제값을 받아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익숙한 동네 안떠나도 되고

매수자는 초기자금 부담 줄어


전세금 1억 더 올려주기도

"1주택 은퇴자 세부담 줄여야"



강남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5억원을 초과하는 비싼 아파트는 대출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전세가 껴 있어야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전세로 들어가는 것을 조건으로 매수자를 찾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자들이 멀쩡히 살던 자기 집을 팔고 스스로 전세살이를 택하는 것은 지나친 보유세 부담 때문이다. 물론 고령자 1주택자의 경우 12·16 대책에서 강화된 종부세 장기보유 세액공제(60세부터 연령대별 공제율 10% 상향) 등으로 정부 주장처럼 다주택자에 비해선 세 부담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임대보증금 인상, 반전세 전환 등으로 세입자들에게 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는 것과 달리 1주택 은퇴자들은 고정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세금 인상분을 맨몸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느끼는 압박감이 훨씬 큰 상황이다. 여기에 공제 혜택이 강화돼도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 때문에 은퇴자들이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결과적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시뮬레이션(내년 공시가격 상승률 10% 인상 가정)한 결과에 따르면 대치선경, 반포주공1단지 등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의 중대형 평형을 보유한 고령층 1주택자의 내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은 올해보다 15% 이상 늘어난다. 우 팀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때문에 보유세 부담은 내년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인상률이 높지 않더라도 고정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살던 집을 팔고 집주인이 곧바로 전세로 들어가면 집을 매수하려는 매수자 입장에서도 공실 부담이 없고 초기 자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15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매도자(집주인)가 내는 전세금만큼 은행 대출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은퇴자들은 매수자 측 초기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전세금을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높여주는 `꼼수`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자기 집을 팔고 그 집에 전세로 들어가는 경우엔 보통 계약기간이 4년 이상으로 길고 보증금도 매수자를 생각해 올려주는 사례가 많다"며 "한 집이 비싸게 계약되면 주변 시세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고령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혜택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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