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대출 기준 '감정가→시세'...재건축 단지 비상걸렸다


이주비대출 기준 '감정가→시세'..강남 재건축 '핵폭탄' 터지나

 

15억원 넘는 강남 초중기 단지 이주비 규제 대상
안전진단+분양가 상한제+초과이익환수제 '4중고'

 

     정부의 이주비대출 규제로 재건축 단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출 실행 여부가 기존 감정가격 기준이 아닌 시세 기준으로 바뀌어서다. 시세가 15억원을 훌쩍 넘는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 등 초·중기 사업장이 대상이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아직 추진위원회 단계인 이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이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이어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이주비대출 규제를 적용받는다. /사진출처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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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비 감정가→시세 기준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정비사업 이주비대출은 시세조사기관의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KB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 둘 중 하나라도 15억원을 넘을 경우 대출이 차단된다.

‘12·16 대책’이 발표된 16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초·중기 정비사업장이 대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주비대출은 생활안정자금이 아닌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한 주택구입목적에 해당하기 때문에 규제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주비대출은 그동안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한도가 결정됐다. 정비사업구역의 감정가격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종전자산평가를 할 때 결정된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실제 이주가 진행될 때까지 대개 5~7년의 시차가 있다. 현재 시세가 20억~30억원을 육박하더라도 과거 감정가격이 15억원 이하라면 대출규제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주비대출을 시세 기준으로 바꾸면서 강남권 대다수 재건축 단지가 사정권에 들게 됐다. 아직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를 넘지 못해 유예를 피할 수 없는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5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의 중형 면적대 주택형의 KB시세는 각각 22억과 23억원이다. 모든 주택형이 15억을 웃돈다. 사업 막바지가 될 때까지 대출규제가 유효할 경우 조합원들은 이주비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제시한 초고가 주택의 기준이 ‘15억 초과 아파트’인 까닭에 재개발과 단독주택 재건축이 해당되는지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기도 했다. 한 단독주택 재건축조합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조합원들에게 어떤 안내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재개발과 단독주택 또한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못 박았다.

재개발과 형평성 논란 불 보듯
논란이 없는 건 아니다. 재개발이나 단독주택 재건축은 기존대로 시세가 아닌 감정가격 기준이다. 구역을 이루는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거래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개발이나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시세 정보가 뚜렷하지 않다”며 “이들 구역은 감정가격 기준으로 15억 초과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장 거래가액이 20억원을 넘더라도 감정가가 15억 아래라면 대출규제를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가격 산정 기준이 다르면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비대출은 대환대출의 개념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은 집이 멸실되기 전 이주비를 받아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기존 대출을 갚고 새로 이사갈 집을 구한다. 대출이 막혀 이주를 못 하는 조합원이 늘수록 사업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조합이 금융권 이주비대출 대신 시공사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막대한 돈을 끌어와 조합원들에게 빌려줘야 한다. 이 경우 일반 이주비대출보다 높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높은 이자비용은 결국 조합원 개개인의 부담으로 돌아가 사업성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구역에 비해 재건축단지들의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시세를 기준으로 이주비대출 한도를 결정해야 하는 데다 다른 규제까지 ‘4중고’ 상황에 놓이게 돼서다. 대출규제 외에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안전진단 강화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차례로 적용받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겹겹이 쌓인 규제로 사업성 하락이 아닌 사업 진행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며 “타격을 입고 멈춰서는 사업장이 늘게 되면 서울의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형진/윤진우 기자 withmold@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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