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유리가 최고 건축자재로"


"분해 100만년 걸리는 폐유리, '뻥튀기' 공정 거쳐 최고 건축자재로"

이철태 단국대 명예교수


친환경 발포유리비드 상용화 성공 

연간 20만톤 폐유리 재활용 길

"환경오염 해결 통해 수익창출 보람"


      지난 13일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장 한켠에는 사람의 키보다 높은 언덕 전체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소주병과 맥주병, 자양강장제병, 와인병 등 수많은 유리병과 깨진 유리들이 뒤섞인 일반 쓰레기 사이로 모습을 내밀었다. "저걸 전부요?" 기자의 질문에 공장의 책임 연구원인 이명수 한국환경파트너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저걸 전부요!"



한국발포유리, 수거된 공병들. 2019.12.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쓰다 버린 유리 '분쇄·열처리·탄소발포' 재활용 기술 개발 

재활용이 힘든 유리는 대부분 일반 쓰레기와 매립장에 함께 묻힌다. 국내에선 해마다 폐유리가 50만톤가량 발생하는데, 이 중 20만톤 정도가 이 수순을 밟는다. 유리가 땅에 묻혀 흙으로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0만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시작이 3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모래에서 뽑아낸 유리는 인류 문명보다 더 아득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이철태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는 재활용이 어려운 폐유리병을 건축 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땅에 묻었던 유리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평가다. 이 교수가 속한 환경부 산하 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 한국발포유리 공장에서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철태 단국대 명예교수가 1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한국발포유리(주)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유리병이 많이 버려지는 이유는 '색깔'이 같은 병끼리 재활용해서다. 가령 소주병은 녹색 소주병끼리, 맥주병은 갈색 맥주병끼리 재활용한다. 이 때문에 검은색 와인병처럼 국내에서 주로 생산되지 않는 색의 유리병은 대부분 버려진다. 수거 과정에서 깨진 병 등 부산물이 많은 점도 또 다른 이유다. 작은 파편이나 유리가루는 용광로에서 날아기에 재활용이 어렵다. 이 역시 다른 쓰레기와 함께 땅에 묻힌다.


시멘트 모래보다 경량·고강도…내연·방음성 갖춰 초고층 시공 최적

사업단은 이런 유리를 더욱 잘게 부순 뒤 900도 이상의 특수한 열처리를 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미세한 기포를 발생시켜 작은 알갱이 모양인 '발포유리비드'와 '인공모래'를 만들어내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모든 유리를 잘게 빻았기에 기존 유리병의 색상이 무엇이었는지 상관없다. 그동안 버려졌던 사기·도자기 조각도 재활용할 수 있고, 이물질이 묻은 유리도 열로 태우기에 다시 쓸 수 있다.


이 교수는 "모든 유리를 모아서 아주 곱게 분쇄한 다음 옥수수처럼 뻥튀기하는 '발포' 과정을 거치면 동그란 발포유리비드가 된다"며 "발포하는 데 들어가는 핵심 성분은 탄소이기에, 유리병에 일반적인 크기로 붙은 종이 라벨은 오히려 재활용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발포유리, 완성된 발포유리비드. 2019.12.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발포유리비드는 가볍고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단에 따르면 시멘트에 발포유리비드를 첨가한 제품의 강도는 기존의 시멘트 모래 제품의 90% 수준이다. 강도가 비슷한 반면 무게는 시멘트 제품의 60%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바인더를 사용할 경우에는 시멘트 제품의 무게보다 3분의 1까지 가볍게 할 수 있다. 거기다 불이 붙지 않고 소음을 흡수·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그래서 높아질수록 하중이 커지는 초고층 건축물에 사용할 경우 장점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건축물에는 시멘트뿐만 아니라 보온재·단열재와 흡음 시설이 들어가야 하는데, 기존 제품과 강도와 효과가 비슷하면서도 무게는 훨씬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기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해당 제품을 폐기할 경우에는 분리수거해 다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인공모래의 경우에는 보도블록을 만들 수 있는데, 야간에 빛의 반사율이 높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형 화재 사고의 경우 보통 스티로폼이 들어있는 보온재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기본이 유리이기에 불이 안 붙고 가볍기까지 하다"며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고부가가치 건축 자재를 생산해 활용하고 천연 자원을 아낄 수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국발포유리, 인공모래 및 발포유리비드가 만들어지는 공장. 




화성공장 이어 전국 5~6곳 확대 기대…베트남과 수출 논의도 

가장 큰 효과는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매년 국내에서만 약 20만톤이 땅에 묻히는 폐유리를 발포유리비드 및 인공모래로 바꿔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기에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냈고,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달성하며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단은 이로 인해 연간 500억원의 부가가치와 막대한 환경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발포유리 화성 공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폐유리는 연간 9000톤으로 추산된다. 아직은 경기권 서부지역 폐유리만 처리하고 있지만, 전국 각지와 제주도에 5~6개까지 공장이 늘어나면 현재의 폐유리 재활용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에는 베트남 정부 관계자가 해당 공장을 방문해 견학하고 플랜트 수출을 논의하기도 했다. 사업단은 플랜트 6기를 수출할 경우 약 180억원의 판매 수입까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이 교수는 "해당 기술은 다른 제품과 달리 미래에 생길 수 있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며 성장할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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