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사례] ‘구두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재판 나오다 안나오다' 피고인 불출석 판결해도 될까


‘구두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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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로 약속한 추가 용역 대금?


    외주 앱 개발 스타트업 A를 운영하는 민준은 대기업 B로부터 사업을 수주하고 쾌재를 불렀습니다.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회사가 몇 달 정도는 걱정 없이 운영될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의 계약금이 입금되었고 이번 일만 잘 처리해 주면 앞으로도 계속 외주를 주겠다는 B사 담당자의 말에 민준은 기쁜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B사의 요청이 너무 변덕스러워서 직원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개발이 대략 90% 정도 완료되었을 때쯤 B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컨셉과 기능으로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그동안 어떤 요구에도 웃음을 잃은 적이 없었던 민준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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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담당자에게 프로젝트를 수정하는 대신 30%의 추가 용역대금을 요청했습니다. B사는 처음에는 15% 정도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민준이 완강하게 나오자, 그 자리에서 30% 추가 지급에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회사 내부 절차상의 이유로 당장 계약서 날인은 어렵고, 약속대로 추가 용역대금은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민준은 계약서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구두 계약도 유효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고, 또 B사 담당자를 더 몰아세웠다가는 앞으로의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돼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단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구두 계약 이후부터 B사와 회의를 할 때마다 핸드폰으로 몰래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마침내 개발이 완료되고 성공적으로 런칭된 후 최초 계약에 대한 용역대금 잔금이 입금되었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30%의 추가 용역대금은 입금되지 않았습니다. 민준은 B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합의한 기억도 없고 자기는 다른 계열회사로 자리를 옮겼으니 새로운 담당자와 이야기하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담당자는 이전 담당자로부터 그런 사항을 전해 들은 바도 없고,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금액을 집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민준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야 했습니다.


‘구두 계약’이 있었다는 사실 입증해야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상대방의 구두 약속만 믿고 일을 진행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위 사례에서처럼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A는 대기업 B로부터 추가 용역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위 사례에서 추가 용역대금에 관한 구두 계약이 있었지만 B사가 계속해서 발뺌하면 스타트업 A는 구두 계약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한 줄기 희망이라면 민준이 만일을 대비하여 녹음을 해 둔 것인데 위 사례에서는 구두 약속 당시가 아닌 구두 약속 이후부터 녹음을 했기 때문에 입증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 은 역시 ‘계약서 작성’

녹음도 완벽한 입증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분쟁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가져온 녹음을 들어보면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는 사람은 100만원에 사겠다고 하고, 파는 사람은 200만원에 팔겠다고 했는데 서로 합의했다고 착각하고 헤어지는 경우입니다. 또, 구두 합의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서로 인정하지만 내용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스타트업 A와 대기업 B가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B사 담당자 말처럼 단순히 내부 절차상 문제였다면 이메일로 추가 용역대금에 관한 확답을 받아 놓았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B사 담당자가 나쁜 마음을 품고 의도적으로 민준을 속인 것이라면 이메일에서는 교묘하게 추가 용역대금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녹음과 이메일이 있다고 해도 계약의 존재 및 내용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꼭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기 어려운 상황도 분명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구두 약속이 지켜질 확률을 그렇게 높지 않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이며, 등장 인물, 회사, 단체, 서비스, 제품은 실존하는 것과 무관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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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나오다 안나오다' 피고인 불출석 판결해도 될까


연속 불출석한 경우에만 가능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 결과를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행 법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다가 안 나오다가 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모씨(38)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9도5426 판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받은 이씨는 음주운전을 한 혐의를 인정받아 1심 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부터가 문제였다.


이씨는 2심 첫 재판과 두 번째 재판에 출석했다. 하지만 이씨는 세 번째 재판에 본인이 나오지 않은 채 변호인만 출석했다. 네 번째 재판에 출석한 이씨는 다시 다섯 번째 재판에 불출석했다.


문제는 다섯 번째 재판이 선고기일이었다는 점이다. 2심 법원은 이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했다. 이것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이 적법하게 선고된 것인지 판단하고 이것이 잘못됐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더라도 제4회 공판기일에 출석한 이상 ‘피고인이 2회 연속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의 출석 없이 제5회 공판기일을 개정해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의 문구에 따라 2회 연속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어도 판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피고인의 불출석이 2회 연속된 상태가 아니라 피고인이 출석하다 안하다를 반복하는 경우였기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판결을 선고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관련조항


형사소송법

제276조(피고인의 출석권)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 단, 피고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대리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제365조(피고인의 출정)

①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한다.

②피고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

송민경 (변호사)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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