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전 건설 않고 해외수출 지원한다?..."버티지 말고 과감히 탈원전 포기해야"



세계 최대 원전 기업에 손내민 정부…"한국 부품 좀 써주세요"

부품업체, 탈원전 직격탄
폴란드 이어 러시아에 세일즈

    정부가 세계 최대 원전 기업인 로사톰(ROSATOM)을 상대로 원전 세일즈에 나선다. 로사톰은 러시아 국영기업으로 세계 원전 건설시장 1위 기업(수주액 기준)이다. 국내 중소 원전부품 기업들이 러시아 기업이 수주한 원전 건설에 함께 참여해 부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외국 원전 기업에 국내 기업과 함께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끄러운 원전 강국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ROSATOM)의 기업 로고 / 블룸버그



정부 원전산업 담당자들이 모스크바를 찾는 것은 로사톰(ROSATOM) 본사에서 알렉세이 리카체프 로사톰 회장 등 경영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로사톰은 러시아 정부(원자력부)에서 운영하는 국영 기업이자 세계 최대 원전 건설사다. 현재 중국, 인도, 터키, 이란 등 12개국에서 3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또 50여 개국에서 원전을 짓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액 기준(1335억 달러·약 159조5000억원)으로 세계 1위 기업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때에 부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만 영업을 해왔던 중소 원전 부품 기업들이 세계 굴지 기업의 원전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로사톰 본사와 자회사 관계자를 국내 원전 부품 기업들과 만나게 해주는 칵테일 파티를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로사톰 방문에 앞서 폴란드도 방문해 국내 원전 기업 세일즈를 펼쳤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지난 3일 폴란드를 방문해 예드비가 에밀라비치 폴란드 개발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차관은 원전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을 부탁하고 한국 중소 원전 기업들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폴란드 에너지부는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원전 건설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고위급 관료들을 중심으로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고사(枯死)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1997년 6조5235억원(한국원자력산업회의 기준)에서 20년 만인 2016년 27조4513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지난 2017년 매출은 23조8855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줄었다. 



원전 산업 매출 감소는 통계가 집계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고,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이 무산된데 따른 영향이다. 대형 원전 건설이 무산되면서 매출이 줄고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관료들이 자기들의 재임 시기에 원자력 산업이 완전히 망하는 것을 보기 어려우니까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근원적인 해결책인 국내 원전은 건설하지 않고 해외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세종=정해용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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