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Mercury,Hg), 이제 한국에서도 퇴출된다.



유리관에 채운 수은… 형광등 밝히고, 온도 재주고, 혈압 측정해주고… 굿바이! 인류 문명의 동반자

'미나마타 협약' 내년 2월 발효

   수은(Hg)이 퇴장한다.

'상온에서 물처럼 액체로 존재하는 은'이라서 이름이 수은(水銀)이다. 원자번호 80. 오래전부터 문명을 지탱해온 금속이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온도계와 혈압계, 형광등과 화장품 등에 사용돼온 수은이 한국 사회에서도 퇴출된다. 유리관에 채운 수은 기둥의 높이로 온도를 나타내는 '수은주' 또한 실물을 잃고 단어만 남을 처지다.

진료실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모습. 미나마타 협약에 따라 내년 2월 말부터는 병원에서 수은 혈압계 사용이 금지된다. / 조선일보DB



환경부와 외교부는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 국내 적용을 위한 절차를 마치고 지난 22일 유엔 사무국에 비준서를 제출했다. 90일 뒤인 내년 2월 말부터 국내에서 발효될 예정이다. 미나마타 협약은 수은 첨가 제품(모두 8종)에서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2013년 채택한 국제조약. 현재 114국이 비준을 마쳤다. 수은 함량이 높은 형광등과 전지는 제조와 수출입이 금지되고 수은이 들어간 혈압계 등 의료기기도 진료실에서 쓸 수 없게 된다.

수은 없이는 작동이 안 되는 형광등은 수은 함량을 극소량 이하로 제한한다. 이미 유통 중인 형광등은 그대로 판매가 가능하다. 환경부 폐기물정책과는 "수은 온도계나 수은 혈압계 등은 2015년부터 제조·수입·판매를 막았지만 그 이전에 구입해 병원 등에서 사용 중인 것은 차차 금지할 계획"이라며 "치과용 아말감도 사용 저감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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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독성이 강한 중금속이다. 몸으로 흡수되는 속도에 비해 배출 속도는 극단적으로 느리다. 계속 섭취하면 인체에 쌓이고 허용량을 넘으면 신경계 질환을 일으킨다. 미나마타병이 대표적이다. 1956년 일본 미나마타의 공장에서 폐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나온 메틸수은이 크릴새우, 정어리 등 먹이사슬을 거쳐 큰 물고기(참다랑어)에게 축적됐다.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2000여명이 사지마비, 언어장애를 겪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원 3000여명)는 '무(無)수은 혈압계 공동구매'를 추진 중이다. 수은 혈압계와 이별하고 전자식 혈압계로 저렴하게 갈아타자는 취지다. 이정용 총무이사는 "수은 혈압계 사용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의사가 적지 않다"며 "큰 혼란은 없지만 '어떻게 폐기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당장은 수은을 회수해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적어,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일단 보관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수은 온도계가 깨지면 즉시 환기하고 두꺼운 종이로 모아 밀폐용기에 넣은 다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된다.

19세기에 등장한 수은 혈압계는 압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병원에 있는 아날로그 측정 기구 중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평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파독(派獨) 간호사들 사진과 함께 그들이 쓴 수은 혈압계가 전시돼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액체 로봇 T-1000의 모티브가 됐다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수은 자체가 주인공이 돼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간다.



사라지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 진료실에서 수은이 밀려나면서 고혈압 진단 기준이 바뀐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수은 혈압계로는 측정값이 140/90mmHg일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하는데, 전자식 혈압계를 쓰면 그 기준이 135/85mmHg로 5mmHg 낮아진다"며 "수은 혈압계와 달리 전자식 혈압계는 오차가 커 정기적으로 영점 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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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은 해수·토양·대기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미량 존재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 연안 수산물 중에서는 곰장어(먹장어)의 수은 농도가 가장 짙었고 우럭(조피볼락), 대구, 참다랑어 순으로 조사됐다. 임산부는 수은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수은이 많이 든 어류는 주 1회 이하로 섭취하는 게 좋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수은의 퇴장은 위험하지 않은 대체물이 있기 때문이고 기술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휘발유나 페인트에 많이 사용하던 납(Pb)이 1980년대 말 무연 휘발유 등이 도입되면서 퇴출된 것과 같다"며 "수은 폐기물은 정부가 책임지고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바이, 수은'이다.
박돈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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