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제 맞설 미래 유망한 핵심 유망기술은


미래 유망한 전략 아이템 대공개


KISTI, 일본 규제 맞설 소재 및 장비 선정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첫눈이 기다려지는 이맘때가 되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를 좌우할 핵심 유망기술을 제시해 주는 행사가 열린다. 바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주최하는 ‘미래 유망기술 세미나’다.


‘미래를 설계하다(shape the future), 데이터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미래 유망기술의 발굴과 이를 활용한 기술사업화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올해 미래 유망기술은 소재와 부품, 장비 등으로 꾸며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 김준래/ScienceTimes


기술 아닌 소재와 장비를 중심으로 아이템 선정

KISTI가 올해 발표한 미래 유망기술은 과거와 달리 기술이 아닌 소재와 부품, 장비 등으로 꾸며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위기대응 전략 아이템’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10개의 소재와 부품, 그리고 장비들은 국내 제조업이 앞으로 주력해야 할 품목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KISTI가 기술이 아닌 소재와 부품 위주로 발표한 이유는 최근 벌어진 일본의 수출규제 때문이다. 일본이 단행한 전략물자 수출제한 조치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소 및 중견기업이 집중해야 할 품목들을 유망 기술의 일환으로 선정한 것이다.


10대 전략 아이템 선정 절차 ⓒ KISTI


KISTI의 발표에 따르면 대일 수입 비중이 30% 이상이고, 수입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인 767개의 품목을 대상으로 전략 아이템을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출입 정보와 대일 수입 비중, 그리고 무역수지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첨단 계량정보로 분석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정성적인 스크리닝을 수행하여 최종 10개의 전략 아이템을 선정했다.


선정된 전략 아이템 10선은 △고순도불화수소 △수산화니켈 △평판디스플레이용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 △실리콘 웨이퍼 △반도체 제조용 에폭시 수지 △수소연료 저장용 탄소섬유 △석영도가니 △웨이퍼 가공용 CMP 장비 △포토레지스트 도포기와 현상기(Photoresist Coater & Developer) 등이다.




미래에 유망할 10대 전략 아이템


다음은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미래 유망 아이템 10선의 세부 내역이다.


고순도 불화수소(high purity hydrogen fluoride)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에칭 공정과 세정 공정에 쓰이는 재료로서, 일본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저순도 불화수소가 사용 가능한 공정에는 국내산이나 중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썼고, 민감한 공정에는 일본산 초고순도 기체 불화수소를 사용해 왔다. 지난해 대일 수입의존도는 41.9%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재고 보유기간이 짧아서 적시 공급이 필수인 만큼, 수출규제 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 소재다.


수산화니켈(nickel hydroxide)

수산화니켈은 전기 자동차용 이차전지 양극활성 물질 및 첨가제로 사용되는 소재로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무려 98%에 이른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나, 국내 생산이 거의 없어서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설 경우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용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

극자외선(EUV) 공정은 초미세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필수 공정인데, 블랭크 마스크는 이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다. 국내 기업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83.5%에 달하지만, 수작업이 많은 반면에 시장은 크지 않아서 국내 기업들에게는 진입 매력도가 떨어지는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면 국내 제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s)

반도체 제조 과정 중 빛을 인식하기 위해 사용되는 감광재로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소재다. 국내 기업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지난해 기준 93.2%에 달할 정도로 세계시장 대부분을 일본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소모량이 적어 국내 제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기술장벽이 높아서 향후 수출규제가 시작되면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 공정 개념도 ⓒ KISTI


실리콘 웨이퍼(silicon wafer)

반도체 제조에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서, 태양전지 제조에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다른 전략 아이템들과는 달리 다양한 공급처가 있지만, 수백 개에 달하는 세부 공정마다 웨이퍼가 특화되어 있어서, 이를 변경하면 최적화에 최대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순도가 높은 일본산에 52.8%를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에폭시 수지(epoxy resin)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큰 소재 중 하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87.4%를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출 기업인 니폰 카야쿠와 미츠비시케미칼은 기술격차를 무기로 내수가격 대비 2배 가까이 높게 수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수소 연료 저장용 탄소섬유(carbon fiber)

아직까지는 수소가 연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아서 별다른 영향은 없으나, 수소 자동차 등 수소 경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집중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대일 수입의존도는 39.1%며, 일본의 주요 수출 기업인 도레이와의 기술격차도 큰 편이다.


석영 도가니(quartz crucibles)

반도체 제조용인 고순도의 석영 도가니는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품목이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거의 100%일 만큼 절대적인 소재이지만, 시장이 작아서 국내에는 생산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웨이퍼 가공용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반도체 표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로서, 점차 사용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일 수입의존도가 88.9%에 달할 만큼 일본과 기술격차가 커서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토레지스트 도포기 및 현상기(Photoresist Coater & Developer)

웨이퍼 표면에 감광액을 균일하게 도포한 후, 빠르게 회전하여 균일한 두께의 얇은 막을 형성하는 장비다.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87%를 독점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지난해 98.7%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김준래 객원기자stimes@naver.com ScienceTimes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