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지역 해제된 부산은 지금] 투자자들 '부산행'..."해약 속출·고가 낙찰"/ "하루 1억씩 올라"


"해약 속출·고가 낙찰"...투자자들 '부산행'


조정지역 해제로 양도세·대출·청약 규제 풀려

경매·분양도 단기 과열 조짐…공급과잉은 부담


“앉아서 4000만원을 벌었는데 기쁘지 않네요.”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던 김모 씨의 말이다.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분양권을 4000만원에 계약했지만 이틀 만에 파기됐다. 그새 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까닭이다. 김씨는 계약금에다 4000만원을 추가로 얹어 돌려받았다. 그는 “매도인이 선뜻 배액배상을 하겠다고 나섰다”며 “예정에 없던 현금이 생겼지만 더 오를 거라고 봤던 아파트를 놓치게 돼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왼쪽)와 마린시티(오른쪽). 해운대구는 연제·동래구와 함께 지난 8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2016년 11월 지정된 지 3년 만이다. 한경DB


규제 풀었더니…‘급 열탕’

부산 부동산시장이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있다. 매매가격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3년 만에 규제까지 풀린 까닭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관보를 통해 해운대구와 연제·동래구 등 3개 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고시했다. 이들 지역이 규제를 받게된 지 꼭 3년 만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대출규제는 사라지고 세금 계산식도 변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0%에서 70%로 늘어나고 유주택자의 기존주택 매각 조건은 없어졌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최고 62%의 중과세율도 일반세율로 바뀌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의 부산행 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2년 내리 떨어진 집값이 이젠 오를 일만 남았다고 봐서다. 우동 A공인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서 문의전화가 급증했다”며 “급매로 나왔던 매물도 쏙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B공인 관계자는 “‘해운대SK뷰’ 전용면적 84㎡의 호가는 발표 직후 2000만원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부산 집값은 올해 들어 주택 중위가격이 대전에 추월당할 정도로 약세를 보였다. 중위가격이란 모든 집을 가격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주택의 가격이다. 그러나 부산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마지막주 0.06% 오르면서 116주 만에 상승반전했다. 연제구와 수영구 등 인근 지역도 같은 시기 2년 넘게 이어지던 하락장을 끝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규제 해제가 너무 섣부른 게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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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선행 지표로 통하는 경매 시장 분위기는 이미 반전했다. 유찰을 거듭하던 아파트와 상가 물건이 모두 낙찰됐다. 조정대상지역 발표 하루 뒤였던 지난 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진행된 해운대구와 수영구의 아파트 8건과 다세대주택 3건, 상가 1건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이 가운데 10건은 한 차례 이상 유찰됐던 물건이다. 응찰자가 가장 많이 몰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 전용 84㎡는 감정가를 웃도는 5억6315만원에 낙찰됐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조정대상지역 해제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입주량 부담…세금 사고 주의

분양시장도 기지개를 펼 조짐이다. 해운대구 반여동에 들어서는 ‘센텀KCC스위첸’ 모델하우스엔 지난 주말 동안 2만명이 몰렸다. 이 단지는 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 고시된 8일에 맞춰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절묘하게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조정대상지역에선 청약통장 2년·거주 1년 요건을 갖춰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지지만 규제 해제로 청약통장 가입 6개월만 경과해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당첨자들의 대출과 세금 요건이 유리해지는 데다 전매제한도 확 줄어서다. 그간 해운대 등 조정대상지역에선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을 되팔 수 없었지만 앞으론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하다. 분양권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세도 50% 단일세율에서 보유기간별 차등 적용으로 바뀌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진다면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남은 공급물량이 만만찮다. 여전히 수급 여건이 나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만5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부산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에도 2만4900가구 규모를 유지할 전망이다. 2017년부터 4년 누적 10만 가구 공급이 집중되는 셈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가운데 남양주 왕숙신도시와 하남 교산신도시를 합친 규모다.



공급 예비 물량도 많다. 옛 시가지에선 정비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가 집계한 재개발·재건축 추진 구역은 모두 121곳이다. 이 가운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사업 8부능선을 넘은 정비구역이 27곳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들 단지는 앞으로 5~7년 내에 입주하게 된다.




집값 움직임과 별개로 규제 해제에 따른 세금 사고 가능성은 커졌다. 1주택자가 집을 팔 때 비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거주요건 때문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017년 8월 2일 이후 매수한 주택은 2년 이상 거주해야 9억원까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에선 취득 시기나 거주 기간과 상관없이 2년 동안 보유만 하면 된다. 그러나 부산의 규제 해제 지역에서 곧바로 거주요건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을 때 취득한 주택이라면 거주기간 2년을 채워야 비과세가 가능하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양도세 중과세는 조정지역 해제와 동시에 사라지지만 비과세는 취득 시기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며 “예컨대 지난달 해운대의 집을 매수해 소유권이전까지 완료했다면 양도시기와 관계없이 2년 거주 후 매각해야 1주택 비과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a 한국경제


"하루 1억씩 올라" 고삐 풀리자 미친 듯 치솟는 부산 집값


[땅집고] “하루 만에 프리미엄이 1억원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부동산 중개를 10년 넘게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13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 한 중개업소 A소장은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 엿새째인 이날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 소장에 따르면 해운대 해변 앞 ‘엘시티 더샵’ 아파트의 경우 가장 큰 75평짜리를 기준으로 며칠 사이 프리미엄이 5억원이 넘게 붙었다. 규제 해제 전 23억원을 호가하던 이 매물이 이날 기준 호가가 3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작은 주택 형인 58평의 경우는 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 이상 형성된 상태다. 해당 평수 가운데 일부는 조정 해제 전 6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있었다.




부산은 해운대·수영·동래구가 지난 8일 이후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서 1순위 청약 요건이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고,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에서 빠졌다. 그러자 부산 지역 주택시장에서는 당장 아파트와 분양권 값이 뛰고 있고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땅집고]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고층 아파트들./조선DB


해운대와 함께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수영구 재건축 아파트들도 입주권 매물이 싹 사라졌다. 부산 최대 재개발 예정 단지인 남천 삼익비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만 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년간 동래구(-2.4%), 수영구(-1.1%), 해운대구 (-3.5%)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규제 해제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업계에서는 몇 달 전부터 부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서울 등 외지인들이 원정 투자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이 꿈틀댈 조짐이 보였다고 지적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과 그 외 타 지역 거주자들이 부산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올해 초만 해도 매달 200~300건이었는데, 지난 8월과 9월에는 각각 400건대를 넘어섰다. 부산 해운대구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 일주일보다 0.06% 오르면서 111주 만에 집값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부산 해운대·수영구의 경우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라 전국에서 유동 자금이 몰리면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서울 큰손들이 부산 아파트를 싹쓸이해서 집값만 올려놓고 정작 실수요자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에도 전면 규제를 해제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 표심 잡기용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해운대의 한 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지난 2년간 지역 부동산 시장을 다 죽여 놓았다가 갑자기 해제 발표를 해서 시장이 하루아침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돈에 빠졌다”며 “그러니 총선용 선심성 정책이란 지적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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