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나무 잘라 콘크리트 빚는 여성 건설노동자, '형틀 목수'들의 이야기


    “제가 원래 손재주가 좋아요. 학창 시절에는 뜨개질로 특상도 받았고, 수 놓고 그림 그리는 것도 친구들이 ‘경미야 네 것 좀 빌려줘’ 할 정도였다니까요.(웃음) 아가씨 때는 이런 일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도 못했죠. 세월이 흘러 어쩌다 하게 됐는데 아주 잘 맞았어요.(3년차 형틀목수 전경미씨)”


철근과 콘크리트로 가득한 건설현장과 여성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건설판에서 묵묵히 존재감을 키워 나가는 여성들이 있다. 6일 경향신문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은 2~3년차 형틀목수 전경미씨(57)와 남한나씨(36)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형틀목수 작업 모습


버젓한 공방에서 가구나 조형물을 섬세한 솜씨로 깎아내는 장인. ‘목수’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형틀목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헬멧과 각종 안전장비로 무장한 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철근 더미를 민첩하게 넘나드는 모습에서, 건설 현장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나무 다루는 목수’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달 16일 저녁 경기 안산의 건설기능학교에서 만난 남씨와 전씨는 먼지투성이 작업복 차림이었다. 작업을 막 마치고 온 터라 약간 피곤해 보였다. 경기 남부 중소도시의 아파트·상가를 짓는 현장에서 일한다는 두 여성 노동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콘크리트 건물의 50%는 형틀(목수)이 책임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단단한 콘크리트와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어떤 관계일까? 굳기 전 콘크리트는 액체 상태다. 이 걸쭉한 액체를 벽과 기둥으로 빚어내기 위해선 일종의 ‘거푸집’이 필요하다. 형틀목수가 이 틀을 엮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유로폼(규격화된 콘크리트 거푸집 자재)과 각목 따위를 이리저리 이어붙여 콘크리트를 쏟아부을 거대한 틀거리를 짜낸다. 설계도면에 그려진 추상적인 면과 선을 현실 세계에 처음으로 구현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형틀목수들은 흔히 “수직과 수평에 목숨을 거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건설현장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형틀목수 역시 개당 20㎏ 육박하는 폼을 하루 수십~수백번 날라야 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매우 고되다. 전 목수는 “처음 일할 때는 무거운 폼을 하루종일 나르고 나면 손가락이 펴지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자재가 널린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작업복은 온통 긁힌 자국, 몸은 멍투성이가 되게 마련이다. 그런 것 치고 두 노동자는 거친 현장에 빠르게 적응한 편이다. 남 목수는 입직 2년 만에 형틀 반장의 자리에 올랐다. 남성 목수 10여명을 지휘하는 자리다. 전씨는 젊은 시절 패션업에 종사해서인지 몰라도 눈썰미가 날카롭다. 전씨 팀의 반장은 매번 마무리 때마다 “전 목수가 꼭 한번 봐줘야 된다”며 당부하곤 한다.


3년차 형틀목수 전경미씨가 경기 안산의 건설기능학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유진 인턴PD




두 여성 모두 건설현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전씨는 20대 시절 데미안·논노 등 내로라하는 여성의류 전문업체에서 상품을 발주·입고시키는 업무를 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5년간 치킨집도 했다. 남씨는 대학 시절 화학을 전공했다. 보습학원에서 수학·과학을 가르치면서 학비를 벌었다. 교사를 꿈꿨고, 교육대학원에도 진학했다. 결혼하고 나서는 청소년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서로 다른 궤적의 행로를 걸었던 두 여성의 공통점이라면 결혼 뒤 경력이 뚝 끊겼다는 것. 남씨는 결혼 뒤 9년간 집에만 있었다고 했다. “교사의 꿈을 접고 집에서 아이들만 돌봤었고, 남편을 따라 (연고가 없는)다른 도시로 가서 살았기 때문에 바깥 생활을 거의 안 했어요. 가정 생활만 하다 보니 스스로 위축이 되는 거에요.” 그러던 차에 전씨는 이웃집 아저씨의, 남씨는 시아버지의 권유로 건설현장에 발을 디뎠다. 평생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형틀목수라는 직업은 의외로 잘 맞았다고 했다. 전씨의 말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 현장에 들어가면 확 트인 공간에서 일을 하니까. (본인이 완성한 현장은)일부러 그 근처를 지나가기도 해요. ‘아, 내가 지은 건물이구나. 너무 예뻐.’ 우리 애들한테 ‘엄마가 만든 건데 너무 예쁘지 않니?’ 하면서 사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해요(웃음).”


두 여성 목수는 특유의 눈썰미와 손재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지만, 보통의 여성들에게 건설현장은 아직 우호적인 일터가 아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건설 여성노동자는 약 13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10% 가까이 된다. 하지만 현장이 워낙 남성 중심이어서 화장실, 탈의실 등 기본적인 여성 편의시설은 미비한 경우가 다반사다. “남편은 뭐하는데 여기에 왔느냐”“술 한잔 하자” 같은 성폭력·성희롱도 비일비재하다. 여성 노동자를 ‘직업인’이 아닌 ‘여성’으로 보는 편견 섞인 시선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탓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1061601001#csidxf601a17154d96d49ce7711dd0d87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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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1061601001#csidx8d0987ae2f179e58bb06edfd7b4ab22 


김상범 기자·최유진 인턴PD ksb1231@kyunghyang.com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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