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한수원 상대 소송 준비?


두산重 vs 한수원, 갈등 현실화 되나


신한울 3·4호기 매몰비용 두고 ‘평행선’

소송 가능성 나와


    정부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백지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사실무근이라 밝혔으나 수주 부진과 탈원전 정책 등 요인으로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천억원이 넘는 매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설치된 두산중공업 1400MW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출처=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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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한수원, 신한울 3·4호기 매몰비용 두고 입장차  

2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2008년 수립된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됐다. 이후 부지 매입을 대부분 마쳤고 한전기술(주)과 종합설계 용역 계약이 맺어졌다. 2017년 2월에 산업부로부터 사업허가를 받았고 공사도 시작됐다. 예정대로라면 2021년에 준공돼야 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주기기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공정률 약 30%에서 건설이 중지됐다. 지난해 6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천지1·2호기 등 건설 백지화 안건을 추진하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중지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사업 참여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 제작에 적잖은 금액을 투입한 만큼 사업종결로 인한 보상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원전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이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신한울 3·4호기 관련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지역사회 등의 피해 추산액은 총 1조원 이상이다. 


우선 신한울 3·4호기와 관련 한수원은 대략 6407억원의 피해가 추산된다. 공사·용역에 1368억원, 인건비·홍보비 등에 409억원이 예상돼고, 추가예상금액으로 지역지원금 1400억원과 주기기 사전제작비 323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소송 발생시 배상금액 등이 추가적으로 더해질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투입비를 놓고는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다. 한수원은 3230억, 두산중공업은 4927억원 수준으로 주장하고 있다. 상세항목별로 보면 원자료 설비를 두고 한수원은 2846억원, 두산중공업은 4505억원이다. 터빈 발전기 투입에는 한수원이 384억원, 두산중공업이 422억원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건설 허가 취소 시점(2021년 2월) 기준 피해 추산액을 놓고도 두산중공업은 추가 피해액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사전 제작분으로 인한 보관비용으로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에서 각각 연간 12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장차의 문제가 크다. 한수원은 배상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했고, 두산중공업은 배상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좀 더 여유 있게 금액을 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지보상 비용, 기대이익, 금융비용, 투자비, 보관료 등의 예상 비용을 산정하는데 차이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갈등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위원장)은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감에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백지화와 관련해 두산중공업은 소송을 준비하는 모양새”라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원활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한울 3호기 관련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의 피해 추산액. 출처=윤한홍 의원실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자 회사는 부인하고 나섰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소송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중지인지 백지화인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원만히 잘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두산중공업, 실적 악화 등 부담에 소송설 ‘솔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양측 간 입장차가 지속될 경우 두산중공업이 결국 소송을 진행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친환경 기조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업황 부진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겹치면서 시련을 겪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14조7611억원, 영업익은 1조17억원을 거뒀다. 2017년과 비교할 경우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9.7%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선방에 따른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 영업익은 2017년 6608억원에서 지난해 8481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경우 수주가 줄면서 별도기준 영업익은 줄었다. 


별도기준으로 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4조1017억원, 영업이익 1846억원을 냈다. 2017년보다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5.4%, 18.4% 줄어든 수치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두산중공업은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17년 280.2%에서 지난해 299.1%까지 18.9%포인트(p)나 치솟았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으로도 부채비율이 146.3%에서 211.1%까지 뛰었다. 1년 사이에 64.8%p가 증가한 셈이다. 




실제 두산중공업의 수주액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띄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조정연결기준) 2016년 6조원에 달하던 신규수주실적은 2017년 5조7000억원으로  축소됐고, 2018년에는 3조8000억원 수준으로 또 한 번 줄어들었다. 수주 잔고 역시 2017년 17조3000억원에서 2018년 15조7000억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여기에 갚을 돈도 만만찮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11월 1000억원의 회사채에 대응해야 한다. 12월에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3700억원의 만기도 도래한다. RCPS의 경우 전환권 행사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2.5년내에 차환해야 하는 금액은 1조200억원에 달한다.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지난 8월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조정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에 대해 사업기반 및 수익구조 약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신평은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도입 백지화, 노후화된 원전의 단계적 폐쇄 등 에너지믹스 변경 정책으로 수주잔고 감소세를 겪고 있다”며 “대외적으로도 친환경에너지 정책 기조와 경기 불확실성 고조 등이 이어져 수익성이 둔화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또한 ‘두산중공업-부정적발감사가 필요한 시점’ 보고서를 통해 두산중공업의 재무실적에 관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보고서는 두산중공업의 ▲장기부채가 전체부채의 60%를 차지하는 점 ▲2017년 1월 상장 후 주가가 75.1% 하락한 점 ▲두산중공업의 자금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은행이 지급을 보증한 회사채에 의존하는 비중 (수출입은행 62%·무역보험공사 54%)이 상당하며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거론했다. 


두산중공업의 신규수주와 수주잔고. 출처=한국신용평가




아울러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은 일감절벽을 마주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7년 원전부문 공장 가동률이 100%였지만 올해는 50%로 반토막이 났다. 내년에는 10% 미만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올 초 경영 악화로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이 2개월 유급휴직을 하기도 했다. 지난 2년 간 회사를 떠난 직원은 4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매몰비용은 회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풍력과 가스터빈 등 새로운 먹거리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 상황이지만 단기간에 사업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전했다. 이어 “원전 수출이 진행되더라도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원전생태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소송까지 가지 않도록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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