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고수하며…온실가스 3분의1 줄이겠다는 정부


환경부 2030 기후변화 로드맵


전문가들 "사실상 불가능"

英·佛선 다시 원전 확대 추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의 32.5%(총 2억7650만t)를 줄이기로 했다.


환경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석탄발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대표되는 에너지 정책 전환이다. 다만 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탈석탄` 정책까지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2차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평가하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계획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7억910만t이었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5억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8대 부문(전환·산업·건물·수송·폐기물·공공·농축산·산림)에서 대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한다. 또 2028년까지 형광등 단계적 퇴출,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대·수소차 85만대 도입, 배출량 중 유상할당 비중 상향 조정, 산업 현장에서 중유의 액화천연가스(LNG) 교체 등이 세부 계획으로 담겼다.



이 중 핵심은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환경부는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금지하고 노후된 발전소는 폐쇄하며,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확대하는 친환경 에너지믹스 전환을 선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중 87%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고 있다"며 "배출 감축 핵심은 전력 부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이은 탈석탄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주요 전력 공급원인 원전과 석탄발전을 동시에 배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없는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여기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만큼 남는 선택은 LNG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아직 원전이나 석탄발전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현재 태양광 전기는 원전보다 세 배 비싸고, LNG는 원전 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다시 원전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원전은 가장 큰 저탄소 전력 공급원이다.


프랑스는 15년 내에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넘게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원전 종주국` 영국도 2030년까지 원전 12기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두 나라 모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네트 제로(net zero)`를 선언했는데, 이 같은 정책 실현의 일환으로 원전을 택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전기료 인상 등 카드도 있지만 과연 이 정부가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최저임금·주52시간은 '땜질', 탈원전·대북정책은 아예 노터치


총선 앞두고 여론 악화되자… 근본 틀은 놔둔채 일부 보완 시늉

靑 "정권 정체성과 관련" 이유로 탈원전·대북정책은 손도 안대

재계·전문가 "구렁이 담넘듯 책임피하지 말고 정책 대전환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에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탈원전과 노동정책, 재정 주도 정책 등 핵심 정책의 근본 틀은 바꾸지 않고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도 폐기나 수정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심(民心) 이반 조짐이 뚜렷해지자 다급하게 일부 경제정책만 일시적 보완에 나선 것이다. 노조와 시민단체, 친문 지지층 등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의 방향 자체를 바꾸지 못한 채 미세 조정만 하는 모습이다. 대북(對北) 정책과 탈원전 정책은 "정권 정체성의 문제"라며 요지부동이다. 일부에선 총선용 '정책 분식(粉飾)'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을 수정할 때는 과오(過誤)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확실하게 전환해야 한다"며 "근본 틀을 바꾸지 않는 미봉책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슬쩍 빠진 소주성, 대기업 박수, 건설 부양까지

문 대통령은 지난해 1분기 빈부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지는 등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마이웨이'를 고수했었다. 임기 내 1만원 달성 공약 추진 의지도 강했다. 그러나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이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2.9%로 결정된 것을 기점으로 정부는 슬쩍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시 여당은 "노사가 합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는 결과"라며 환영 논평도 냈다. 최근에는 국책 연구소인 노동연구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7월 정해진 2018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결정에 참여한 공익위원 9명 중 8명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현 정부의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며 정부 책임론까지 피하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 변화 기류 그래픽/사진=연합뉴스




'소주성'의 다른 축인 '주 52시간제'의 경우 내년부터 50~300인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이 다가오자 다급하게 6개월 유예 등을 검토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개정안의 입법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어정쩡한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소집한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주 52시간제 보완 방안이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계도 기간을 6개월 정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노동계 눈치를 보며 발표를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SOS'를 치고 있다. 총선 때까지 일시적으로 52시간제 시행을 유보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선 일단 '소주성'이 사라졌다. '소주성' 기조는 유지하지만 간판은 '포용 국가'로 바꾸려는 모습이다. 또한 청와대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방문 등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활동을 연일 홍보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방치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자 경제로 국면을 전환하자는 구상이 깔려 있다.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정부를 '토건 정부'로 비판할 때와 달라진 태도다.


재계와 경제학자들은 명확한 자기비판과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주성의 부작용이 변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며 책임을 안 지려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의 경제 전문가들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3정조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국책연구원장들을 향해 "꿀 먹은 벙어리냐. 그렇게 비판이 쏟아져도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말 한마디 없다"면서 "잘못됐으면 수정하도록 노력하라. 직(職)을 걸고 하라. 잘했으면 적극적으로 홍보하라"고 했다. 그는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 냉철히 돌아보고 더 비상한 각오로 남은 반을 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노동계에선 "노무현 정부 때처럼 다시 우회전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탈원전, 對北 노선 등 요지부동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에선 부분적 수정에 나섰지만 탈원전과 대북(對北) 정책에선 요지부동이다. 원전 산업의 파괴가 일자리 및 지역 경제 파탄으로 확산하고 있고, 미·북 관계는 물론 북한에도 모멸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지만 두 정책에 대해선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우상 기자 김지섭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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