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바이오주...시총 순위 지각변동


증시 집어삼킨 바이오株…시총 순위 지각변동


에이치엘비 필두 바이오주 거래 폭발하며 동반 '급등'

21개월 만에 장중 코스닥 대장주 바뀌기도


    에이치엘비(028300)를 필두로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주식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급기야 21개월 만에 코스닥 1위 자리가 뒤바뀌는 등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과열 양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숏커버 등 수급 장세에 걸맞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거래대금 상위종목(표=김다은 기자)


에이치엘비·신라젠·헬릭스미스, 하루 거래대금 2.3조

22일 국내 주식시장은 바이오주가 집어삼켰다. 에이치엘비를 비롯해 신라젠(215600) 헬릭스미스(08499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등 바이오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거래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통상 거래대금 1위를 놓치지 않는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5476억원을 기록하며 4위로 떨어졌고 1~3위는 에이치엘비, 신라젠, 헬릭스미스가 차지했다. 이 가운데 에이치엘비는 1조1665억원의 폭발적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신라젠(5956억원), 헬릭스미스(5818억원)까지 합치면 코스닥 세 종목의 거래가 하루에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은 6조2000억원을 넘기면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요 바이오 기업 20개사의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어서며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공매도 물량 손절 매수로 주가상승 가속화

"과열 우려" VS "숏커버 종목에 집중"


주가 변동성도 극심했다. 오전 중 바이오 기업들이 무더기 시세를 분출하며 코스닥 지수를 1.7% 이상 들어올리더니 오후 들어 에이치엘비가 방향을 틀면서 다소 상승세가 주춤해지기도 했다. 에이치엘비는 이날 7.7% 급등하며 전날 상한가에 이어 사흘째 상승, 신고가를 또 다시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7조943억원으로 불어났다. 장중 한때 25% 가까이 폭등하면서 시총이 8조2000억원대로 증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치고 코스닥 대장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스닥 1위 종목이 뒤바뀐 것이다.


헬릭스미스도 이날 11%대 급등하며 지난달 임상 실패 쇼크로 인해 하락한 주가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신라젠도 장중 17% 넘게 폭등하면서 거래가 급증했다. 이 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6% 상승 마감했고 메지온(140410) 안트로젠(065660) 아이진(185490) 인트로메딕(150840) 등도 급등세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 뿐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으로도 열기가 번지며 셀트리온(068270)이 5% 넘게 상승 마감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1%대 올랐다. 한미약품(128940)과 한미사이언스(008930)도 각각 1.5% 상승했다.




대규모 숏커버가 주가상승 가속화…과열 우려도

바이오주의 폭발적 시세는 에이치엘비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말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주가가 한달 여 만에 4배 이상 폭등하면서 침체돼 있던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격히 되살렸다.


여기에 숏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치며 주가 상승을 더욱 가속화했다. 에이치엘비가 진행 중이던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에 대거 베팅했던 공매도 물량이 주가 상승으로 인해 손실 폭을 키우자 대량으로 손절 매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숏스퀴즈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렇자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매도 물량이 많은 바이오 종목들에 동반 숏커버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이날 화려한 바이오주 랠리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에이치엘비 대차잔고 비율은 41%대에 달하고 신라젠은 49%, 헬릭스미스는 38%를 넘어서고 있다.


폭등으로 거래정지 중인 에이치엘비/다음증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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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화려한 수급 장세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다소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신용잔고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거품이 빠질 때 반대매매 탄환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주요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 실패 소식으로 낙폭이 컸던 바이오 종목들의 1단계 주가 회복이 이뤄졌지만 추가 강세에는 신뢰 있는 임상데이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제 계약금이 큰 대규모 기술수출, 신뢰성 있는 글로벌 임상데이터 발표, 상업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과 같은 검증된 데이터나 계약이 발표돼야 의미 있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수급 장세는 수급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경훈 KTB투자증권 퀀트 담당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여러 글로벌 악재 속에 일희일비하는 장을 거듭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주식 펀더멘털과 괴리가 큰 순환매 수급 장세를 탄생시켰다”며 “매매 패턴이 빨라진 시장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시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숏커버링 종목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대웅 기자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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