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억 있어야 부자?… 올해는 투자 안 늘릴 것"

"67억 있어야 부자… 올해는 투자 안 늘릴 것"


[KB금융 '2019 한국 부자보고서']


부자 작년보다 4% 늘어 32만여명… 경기둔화로 5년내 가장 적게 증가

10명 중 4명, 자산 잃은 경험있어… 그중 56%가 주식서 가장 큰 손실

장기 유망 투자처로 부동산 꼽아


우리나라 부자들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을 장기적으로 유망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불확실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부자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관망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설문조사한 '2019 한국 부자보고서'를 발표했다. KB금융의 부자보고서는 2011년부터 매년 발표되고 있으며 올해로 9번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는 작년 말 32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4.4%) 늘어났다. 2014년 23만7000명에서 부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작년 증가율은 최근 5년 내 가장 낮았다. 이는 작년 경기 둔화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산 증가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이 장기 유망 투자처, 올해는 투자 관망

부자들은 3년 이상 장기 유망 투자처로 부동산(62%)을 금융자산(35%)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이 선택했다. 부동산에선 빌딩·상가(25%), 거주 외 주택(15%), 거주 주택(13%)이 꼽혔고, 금융자산에선 주식(12%)·펀드(8%) 등이 선호됐다. 2019년 투자 계획은 '현상 유지'가 압도적이었다. 거주 외 부동산(22%)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 유형에서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은 10% 이하에 그쳤다. 작년 이 답변들은 20~30%대로 올해보다 2~3배 높았다. 올해 금융자산 가운데에선 예·적금으로 보유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주식(28%), 펀드(21%), 투자·저축성 보험(14%) 순이었다. 부동산의 경우는 빌딩·상가(34%), 일반 아파트(22%), 재건축 아파트(20%), 토지·임야(16%) 순으로 투자 의사가 높았다.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미·중 무역 분쟁과 작년 11·3부동산 규제 대책 후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보류하는 부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국 부자들 현황 표


대신 부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절반 이상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방식은 펀드나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통한 '간접투자'를 선호했다. 지역은 베트남(57%)·싱가포르(32%)·중국(31%)·말레이시아(26%) 순으로 아시아 국가 위주였다. 유럽(20%)·미국(14%)은 아시아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평균 67억원은 있어야 부자

부자들이 대답한 '한국에서 부자로 인정할 수 있는 총자산 기준'은 평균 67억원이었다. 부자 가구의 실제 연소득은 평균 2억2000만원으로 일반가구(5700만원)의 4배에 달했다. 부자 중 절반 가까이(46%)는 스스로를 부자로 인식하고 있었다. 수도권에 70%(22만6000명)가 몰려 살고, 서울에선 강남·서초·종로·성북·용산 등 자치구에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엔 부산(2만4000명)·대구(1만5000명)·경남(1만명)이 부자가 많이 사는 지역으로 꼽혔다.


부자들의 투자 성향은 일반인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부자 중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손실도 감내할 수 있다는 '공격적 투자 성향' 비중은 17%로 일반인(9%)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부자 10명 중 4명은 최근 3년간 자산 손실을 경험했고, 가장 큰 손실을 본 자산은 주식(56%)과 펀드(25%)라고 답했다. 부동산 투자 손실 응답 비율은 1~3%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신 부자들은 부동산 6년, 금융자산 3년 등 장기 투자를 통해 단기간의 가격변동 위험을 낮추려는 성향을 보였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가 사업에서 나오는 소득(47%)과 부동산 투자(22%)에서 주로 비롯된다고 응답했다. 연간 소득 중 근로·사업을 통한 노동소득이 63%로 가장 높았고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투자로 번 재산소득은 33%에 그쳤다. 보고서는 노동소득이 부자들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들은 부를 늘리기 위한 종잣돈의 최소액을 5억원으로 봤고, 자신들이 5억원을 만들기까지 평균 12년이 걸린 것으로 대답했다. 응답자 중 60%가 40대에 금융자산이 5억원을 넘었다고 답변했다.




'지금 세금을 내더라도 자산을 증여하겠느냐'는 질문엔 38%가 '그렇다'고 대답해, '아니다'(20%)는 대답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자의 34%는 가업 승계 계획을 갖고 있지만,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이나 폐업하겠다는 비율도 3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승계 포기의 이유로는 '자녀가 기업을 물려받을 의향이 없어서'(46%), '적절한 후계자가 없어서'(21%) 등이 꼽혔다.

최형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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