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 문화의 적(敵), 자살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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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존중 문화의 적(敵), 자살

2019.09.18

지난 9월 10일이 우리나라 ‘자살예방의 날’이며, 전 세계적으로는 ‘세계자살예방의 날’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2003년에 인류 사회의 커다란 걱정거리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자살문제의 심각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자살예방과 대책 마련을 위해 세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정보를 공유하고자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 날(World Suicide Prevention Day)'로 제정했습니다. 그리고 2004년 9월 10일부터 매년 '세계자살예방의 날‘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의 자살이 크게 회자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자살이 연예인들과 같은 특정 계층뿐만 아니라 청소년부터 노인들에게까지 전 세대에서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생명존중 문화’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생명존중 사상은 생명의 존귀함을 소중히 여기는 이념으로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모든 생명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자살은 생명존중 문화를 크게 저해하는 ‘적(敵)’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자살하는 사람의 수는 연간 80만 명 정도로 총사망자의 1.5%에 해당하며, 사망원인 중 15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으며 급격하게 증가해 2003년부터 2016년에 이르기까지 14년간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2,463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4.3명이며, 이는 하루 평균 34.1명으로 42분에 한 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환산이 됩니다. 자살률이 2016년의 25.6명에 비해 1.3명(5.1%)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2017년 OECD 회원국들의 인구 10만 명당 평균 자살률은 12.1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자살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폐암에 이어 5위에 올라 있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혈압성질환(6위)과 알츠하이머(7위)에 이어 8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사망원인별로 볼 때 자살이 5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10대, 20대, 30대의 경우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는 가정해체, 학교폭력, 힘든 입시체제와 취업난, 과도한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자살이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2011년 3월 30일 정부가 앞장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2012년 3월 31일부터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 조성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한 국가적 책임과 예방정책, 자살예방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자살예방의 날'과 같은 날인 9월 10일을 우리 사회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갖는 생명존중 문화 정착과 함께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해 '자살예방의 날'로 지정했으며, 지자체별로 '자살 예방주간'을 마련해 자살예방 교육과 함께 홍보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자살 동기는 10~30세는 정신적 어려움, 31세~50세는 경제적 어려움, 51세~60세는 정신적 어려움, 그리고 61세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 등으로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시도 동기는 정신적 증상이 31.0%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대인관계(21.0%), 말다툼(12.5%), 경제적 문제(9.6%), 질병(6.7%) 순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물질 만능주의의 팽배와 생명경시 풍조 심화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함께 유전적, 심리적 요인 등이 제안되고 있으나, 구체성이 미흡해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을 감소시키는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정책 수립과 대책 마련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라는 존재이고, 부모나 친구 그리고 이웃 사람에게도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자살예방은 정신건강 증진과 함께 가족이나 친구들이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공유할 때 가능할 수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지내는 사람들과 문제를 공유하며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는 사회문화가 조성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링컨이 이야기한 ‘행복해지려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행복한 마음은 함께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의 소중함을 아는 것으로부터 생겨납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나간 시간인 과거를 아프고 후회하는 마음으로 돌아보지 마세요. 인간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가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삶을 살아가며 간직해야 하는 것은 숨을 쉬며 살아있는 지금의 순간들입니다. 그래서 생명은 존중되어야만 하는 존귀한 것입니다. 생명존중 문화의 적(敵)인 자살은 진정한 자기 몫인 지금의 시간을 슬기롭게 이용하며 최선을 다할 때 우리 곁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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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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