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어도 시원한 빌딩 만드는 기술 VIDEO: NEW RayMagic gypsum panel

폭염 속 전기 없어도 시원한 빌딩 만든다


뜨거운 열기 하늘로 방출하는 '복사냉각 기술' 활용

주간 6도, 야간 13도가량 건물 냉각효과 입증


    한차례 태풍이 지나고 비를 뿌리며 누그러지나 싶었지만 여전히 폭염의 기세가 등등하다. 도심 한복판 숨막힐 듯한 더위 속에 있다가 에어컨 가동중인 빌딩만큼 반가운 것은 없다. 도심에는 태양열을 한껏 받아들이는 아스팔트와 빌딩숲이 가득하지만 에어컨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폭염도 이겨낼 만하다.


태양열을 받아들이는 아스팔트와 빌딩숲으로 가득 찬 도심. 전기를 쓰지 않으면서도 빌딩의 온도를 낮춰주는 '복사냉각 기술'이 효과를 입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비싼 전기료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 도심에 있는 빌딩이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중 에어컨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만 15%가 쓰인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지난해 말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력 소비가 많은 중국 상하이의 경우 여름철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전력소비가 14.5% 늘어난다. 국내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전력수급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전기를 쓰지 않고도 도심 속 빌딩을 시원하게 만들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4년 전기 안쓰는 건물 냉방 시스템을 미래를 바꿀 아이디어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들어 주목받는 기술이 복사냉각을 이용한 방식이다. 낯에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지표면이 밤새 열을 방출하며 온도가 내려가듯 빌딩 속 열기를 복사를 통해 바깥으로 방출해 전기를 쓰지 않고도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최근 연구되고 있는 에너지 자립형 기술 가운데 가장 유망한 냉방기술로 손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광 복사냉각 장치.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미국 버팔로대 연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과학기술대(KAUST), 미국 위스콘신대매디슨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공동 연구진은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이라는 고분자 물질에 알루미늄을 코팅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건물 냉각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러티’에 발표됐다. 


discovery.kaust.ed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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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은 태양빛을 반사하는 효과가 있다. PDMS라는 고분자 물질은 주변 공기에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PDMS에 알루미늄을 코팅한 사각형 형태의 소재를 바닥으로 하고 태양빛을 흡수하는 소재를 제작해 벽처럼 비스듬히 세웠다. 가로세로는 각각 25.4cm, 높이는 45.72cm인 사각뿔을 뒤집은 듯한 형태다.  특정 방향으로 빛을 쏠 수 있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구조를 모방해 열을 하늘 방향으로만 방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디자인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을 효율적인 복사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차가운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으로 실험한 결과 내부 공간의 기온을 주간에는 6도 가량, 야간에는 약 11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류주(Lyu Zhou) 버팔로공대 및 응용과학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 물질은 열복사를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전기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빌딩을 냉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술적으로 가로·세로 25m 크기의 지붕을 연구진의 시스템으로 덮으려면 약 1만개의 시스템 유닛이 필요하다. 류주 연구원은 “큰 규모의 빌딩을 식히려면 수많은 시스템 유닛을 만들어 빌딩 지붕을 덮어야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저렴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버팔로대 연구진이 개발한 복사냉각 시스템. 미국 버팔로대 제공


복사냉각 방식으로 빌딩을 식히는 연구는 처음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샨후이 팬(Shanhui Fan) 교수는 2014년 11월 전기를 쓰지 않고 빌딩을 식히는 ‘광 복사냉각’ 장치를 개발해고안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흔히 열은 물질을 흐르는 전도나 가열된 공기가 흐르는 대류, 물체로부터 열이 방출되는 복사 방식으로 전달된다.  팬 교수 연구진은 이 중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통한 열 복사 방식에 주목했다.


적외선 카메라가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열을 감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진은 알루미늄 호일보다도 얇은 1.8㎛(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두께의 초박형 물질에 이산화규소와 산화하프늄을 불규칙적인 두께로 덧씌어 마치 거울과 같은 초박형 다층구조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의 내부 구조는 특정 주파수 적외선을 외부로 내뿜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열 방출과 태양빛 반사를 결합해 낮 시간 온도를 주변보다 약 5도 정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팬 교수는 2017년 이 연구를 더 진전시켜 같은 원리로 광 복사냉각 장치 표면을 흐르는 물의 온도를 주변 기온보다 낮추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현재 팬 교수와 동료들은 ‘스카이쿨시스템즈(Skycoolsystems)’라는 회사를 창업해 광 복사냉각 장치의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팬 교수는 “건물 내부의 열을 시스템에 전달하는 방법과 큰 빌딩에 적용할 수 있는 대규모 패널을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미래에는 전기에너지 없이 빌딩을 냉각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심 빌딩 옥상에 복사냉각 시스템을 설치해 빌딩 내부의 열을 하늘로 방출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빌딩이 받아들인 열을 하늘로 복사시켜 방출해 빌딩의 온도를 낮춘다. 미국 스탠퍼드대 제공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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