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여전히 일본인에 호의적"...아직은 성숙한 대한민국 국민들


하루 만에 내려진 명동의 'No 재팬' 배너


"반일감정 부추기지 말라"

'성숙한 대응' 목소리에 철회


     “TV나 인터넷에 있는 말이 전부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들을 100%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지에 가면 진실을 알 수 있다고 할 순 없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은 역시 현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바로 1주일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글의 일부다. 지난달 27~30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일본인은 일본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한국이 ‘축하한다’며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TV나 인터넷에 휘둘리는 한 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 글은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서울 중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한국 네티즌이 보이는 호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중구는 6일 오전 ‘노/보이콧 재팬/가지 않습니다/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배너기 722개를 서울 중심가인 광화문과 명동 일대 도로변에 내걸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론은 중구가 던진 메시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1만7412명에 달하는 네티즌이 중구가 게시한 배너기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명동 광화문에 일대에 설치했다가 하룻만에 철거된 노재팬 현수막/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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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깃발이 내걸릴수록 한국에 호의를 가진 소수의 일본인마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 일본 언론사의 서울 특파원은 “오전부터 여러 언론사에서 중구가 내건 깃발을 찍어갔다”며 “광화문과 명동은 서울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이 같은 지역에 깃발을 내걸었다는 것은 ‘한국에 관광을 오지 말라’는 서울시민 전체의 여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명동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도 “한국인들은 친절하지만 깃발은 적대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우익’처럼 지방자치단체가 반일 감정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양호 구청장은 “모든 국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 대통령과 정부가 향후 있을 협상과 외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만들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했다. 배너기를 내거는 것이 협상카드라는 뜻이었겠지만 정작 외교부와의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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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구청장도 이날 오후 3시께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일본 국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배너기를 즉시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이었을까. 일순간 중구가 서울 전체의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 게 우연은 아니었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외교적 행보는 어디까지일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jwp@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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