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룹 한국, 언제든 日의 추가보복 사정권


B그룹 한국 언제든 추가보복 사정권…日, 규제품목 확대할 수도


日정부 CP인증기업 1400곳

화낙·도레이·스미토모 포함

전자·차·기계업종 한숨돌려

CP기업 거래없는 中企는 불안


韓日 경제전쟁 / 국내 산업계 파장 


    일본 정부가 7일 수출무역관리령과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을 공포하며 수출 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져도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자율준수규정(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CP 인증 기업과 거래가 많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기업, 증권사들이 분석한 포괄허가취급요령 개정안에는 새로운 규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개정안은 한국에 대해 일반포괄허가는 불허하고 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허용하고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 외에 이번 개정을 통해 CP기업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제한하는 품목의 새 지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이 속한 B그룹은 CP 기업을 통한 특별일반포괄허가제조차 무력화할 수 있는 별도 품목 규제가 가능한 그룹이다. 





이번에는 추가 품목 조치가 빠졌지만, 향후 일본 경제산업성 `입맛`에 따라 1차 반도체 소재 수출통제 조치처럼 얼마든지 특별일반포괄허가제 적용이 불가능한 추가 품목을 지정해 건별 허가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B그룹에 속한 국가가 총 16개국이라면서도 일본이 전체 국가를 밝히지 않는 것도 국가별로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품목 수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들로선 그만큼 불확실성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CP 기업은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 자율 준수 규정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해 접수증을 발급받은 기업을 말한다. 수출관리가 잘되고 있다고 인정받은 기업들로, 수출에 대한 개별 허가를 면제받고 `특별일반포괄허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국 기업이 CP 기업 측에서 전략물자를 수입하면 특별일반포괄허가제가 적용돼 수출심사 신청서류 2종, 처리 기간 일주일로 허가가 되고 포괄허가 기간도 3년이어서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올랐을 때와 사실상 같은 효과를 본다. 단, 향후 일본 정부가 개별 품목을 추가 규제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CP기업 632곳을 공개하고 있으며 업계 추산은 총 1400여 곳에 이른다. 화학·기계 분야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포함된다. 미쓰비시·스미토모·히타치 같은 기계·화학·중공업 계열사와 덴소·오므론·아이신·자트코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부품사, 화낙·후지를 포함한 공작기계 기업도 들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웨이퍼를 공급받는 신에쓰화학과 섬코는 공개 명단에 없지만 CP 인증 기업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대기업과 1차 협력사들이 거래하는 일본 대기업은 거의 CP 인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일본이 CP 인증 기업과의 거래에 적용할 새 규제를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기업들에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전했다. 




수출규제에 전면 노출된 전자·반도체 대기업들은 우선 CP 인증 기업과의 거래로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소재·장비 국산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9월 말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테스트를 완료하더라도 수율, 고객사 승인 등의 문제로 이를 실제 라인에 적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3개 품목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긴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방안 수립, 영향 여부 점검, 대체 거래처 발굴 등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일본에 있는 협력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재고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자동차는 상황이 더 낫다. CP 인증 기업에는 자동차 부품사뿐 아니라 도레이(탄소섬유)·아사히카세이(배터리 분리막)·NXP(차량용 반도체) 같은 미래차 관련 거래 기업까지 들어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르노삼성·쌍용자동차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며 소재·부품 국산화에 주력해 95% 이상 국산화율을 달성한 상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기업들은 독일과 중국 등지로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고 오히려 엔화에 대한 원화값이 약세를 보이며 일본차와 경합하는 수출 시장에서 완성차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CP 인증 기업과의 거래 확대가 어려울 경우 수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CP 인증 기업과 기존 거래가 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용어 설명

CP 기업 : 일본 경제산업성에 내부 자율 준수 규정(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을 제출해 전략물자 수출관리 능력을 인증받은 일본 기업. CP 기업은 일본 정부가 정한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나라에 수출할 때도 화이트리스트처럼 수출 절차를 간소화한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적용받는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안병준 기자 / 이종혁 기자 / 황순민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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