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원 세계 물시장 개척”… 실험기지 만든 환경공단


   “물과 관련된 실험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19일 오전 10시 반 대구 달성군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정수, 하수, 폐수, 재이용 처리시설이 있는 실증플랜트 안에 들어서자 웅∼ 하는 기계음과 함께 이치우 한국환경공단 국가물산업클러스터 기업홍보부장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그는 노출된 형태의 수조와 배관을 가리키며 “투입하는 약품을 바꾸거나 양을 조절하는 등 변화를 줄 수 있게끔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기업이 물 관련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로 내놓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기반시설이다. 달성군 일대 14만5000m² 터에 2016년부터 3년간 공사해 지난달 시험·연구시설과 실증플랜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을 세웠다. 지난해부터 한국환경공단이 관리를 맡고 있는 물산업클러스터는 9월 공식 가동을 앞두고 22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대구 달성군 국가 물산업클러스터 실증플랜트 내부 모습. 모든 공정을 관찰할 수 있고 때때로 기업의 요구에 맞춰 변형해 사용할 수도 있게 수조와 배관을 노출했다. 기업들은 모든 단계마다 계측기를 달아 수치를 체크하며 기술을 시험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물 기술 육성 테스트베드

“당연히 실증실험을 할 수 있어서 좋죠.”




물산업클러스터가 완공되기도 전인 지난해 9월 인근 집적단지에 입주한 정수처리업체 ‘미드니’ 최인종 대표는 실증플랜트를 물산업클러스터 최고의 강점으로 꼽았다. 최 대표는 “새롭게 개발한 물 관련 기술을 어디서 실험해 검증하나요”라고 반문하며 “실제 하수처리장에서 할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할 경우에도 거쳐야 할 절차 등을 생각하면 아예 실험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증플랜트에는 정수부터 하수, 폐수, 재이용까지 물을 이용하는 모든 과정을 다룰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환경)를 모아 놨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연속으로 물 1000∼2000t을 활용해 실증실험을 할 수 있다. 지리적 이점도 한몫한다. 인근 낙동강의 물을 끌어와 정수해서 쓰고 물산업클러스터 옆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나오는 폐수와 하수를 그대로 가져와서 실험에 쓴다. 실험용 물을 따로 물탱크에 담아 옮겨 오지 않고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자원(물)과 시설(실증플랜트)이 갖춰진 셈이다.


실증플랜트 옆에는 텅 빈 창고 같은 공간에 45개의 수요자설계구역을 마련했다. 비어 있지만 벽에는 ‘원수’ ‘폐수’ 같은 이름이 붙은 관들이 붙어 있다. 보안이 필요한 연구 등을 해야 할 때 원하는 용수를 이곳에서 공급받아 실험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대학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 기술연구에 힘을 쏟고 싶은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산업클러스터는 국내 물 산업이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기획되고 만들어졌다. 세계 물 시장은 2017년 기준 800조 원 규모로 환경부는 연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국내 물 산업 규모는 연간 전체 매출액이 36조344억 원이며 이 가운데 수출액은 1조7185억 원에 그친다. 그동안 국내 물 산업을 성장시킨 것은 주로 상하수도 보급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상하수도 보급률이 90%를 넘으면서 성장동력이 둔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물 관련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술을 개발해 입증하는 것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특히 물 관련 기술을 개발해도 검증할 테스트베드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이 물산업클러스터 운영 계획을 세우면서 실증플랜트에 가장 공을 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증 기술로 수출 길 열다

기업이 개발한 물 기술을 실증플랜트에서 검증했더라도 수출을 하려면 실제 시설에서 운용해봤다는 실적이 있어야 한다. 이때는 대구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산업클러스터에서 기술을 검증받은 기업들은 대구시의 정수시설과 하수시설, 폐수처리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시설이 기존 기능을 하면서도 기업이 개발해 검증받은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산업클러스터 밖의 테스트베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실증플랜트에 이어 유체성능시험센터를 지으려 하고 있다. 상하수도와 댐 같이 대규모 물 사업에 필수로 꼽히는 펌프 밸브 유량계 등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대형 토목 및 건설사업 등에 꼭 필요한 부품인 만큼 검증 시설도 그에 맞춰 규모가 커야 한다.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만 자체 운영장비 시험을 위한 유체성능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상하수도용 밸브의 국산화를 이끌고 있는 신정기공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수출을 시작했다. 올해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시장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댐과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이 포화상태인 우리나라와 달리 한창 성장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은 신정기공 같은 중소업체에는 기회의 땅이다. 오인식 신정기공 대표는 “해외에선 우리 기술이 얼마나 검증됐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실증플랜트에 이어 유체성능시험센터까지 갖춰진다면 수출이 훨씬 수월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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