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司正 담당인 민정수석이… 反日메시지 9일간 42건 쏟아내

[일본의 경제보복]
조국, 文대통령이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후 여론전 전면에
인사검증 실패, 전방위 감찰 의혹 등 고유업무 문제됐을 땐 침묵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한 '대일(對日) 여론전'의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조 수석은 인사 검증, 공직 감찰, 법률 문제 등을 주로 담당하는 역할로, 대일 외교 문제의 직접 담당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80년대 운동권 노래인 '죽창가'를 올리며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21일까지 9일간 페이스북에 42건의 글을 폭풍처럼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정치적 보복'으로 규정한 이후 조 수석이 전면에 나서 정치적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에선 "조 수석은 자신의 고유 업무인 인사 검증에 거듭 실패했을 때, 민정수석 지휘를 받는 특감반이 민관(民官)을 대상으로 전방위 감찰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 입장 표명 한마디 없이 침묵했다"며 "직접 자기 업무도 아닌 이번 일엔 지나치게 나서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 수석이 내년 총선과 그 이후 대선 상황까지 바라보며 문 대통령의 대변자나 계승자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조 수석이 '주특기'인 소셜미디어를 앞세워 자기 정치를 하며 위상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했다.



'죽창가'서 '전쟁' '이적' '친일파'까지
조 수석은 20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고 "판결을 부정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한국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느냐가 모든 사안의 뿌리"라고 했다. '이적(利敵)' 언급에 이어 청와대·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모두 '친일 행위'로 몰아붙인 것이다.

조 수석은 21일 오전엔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와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본과 외교 담판을 제대로 한 적도 없고, 이를 통해 국익을 지켰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일본과 맞대응식 전쟁을 벌이자는 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희·이순신 역할을 했다기보다 '애국적 인물'을 끌어들여 정부 역할을 과장한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것이다.



조 수석은 21일 "일본 국력, 분명 한국 국력보다 위"라며 "외교력을 포함한 현재 한국의 국력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법적·외교적 쟁투(爭鬪)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며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도 했다. 이어 "한·일 외교전이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벌어진다"며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라고도 했다. 하지만 장시간이 걸리는 WTO 제소로는 당장 닥칠 수출 규제로 인한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당들도 "정부가 사태 해결은 못 하고 총선을 겨냥한 '내수용 발언'만 내놓고 있다"며 "국민까지 끌어들여 '전쟁'을 치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도 글을 올려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한국 대법원이 틀린 판결을 내려 현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비방,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들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 판결 이후 넋 놓고 있었던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 수석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죽창가'를 언급하며 첫 '대일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동학동민운동의 죽창은 일본만이 아니라 부패하고 무능한 집권세력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왔었다. 그는 18일엔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해 야권의 반발을 샀다.

문 대통령 의중 반영됐나
조 수석은 20일 '친일파' 발언을 하면서 "(민정수석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법률 보좌가 업무 중 하나"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연일 대일 메시지를 올리는 게 민정수석 업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월에도 페이스북에 경제·사회 현안에 대한 글을 올려 여당에서도 "참모가 지나치게 나선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조 수석의 잇따른 발언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조 수석의) '여론 대응' 역할에 청와대·여당 간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돼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조 수석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이자 정치적 선봉대로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민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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