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 만에 전격 금리인하

경기부양 나선 한은…3년 만에 전격 금리인하


한은,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 접어…"경기부양 시급하다 판단"

美금리인하 예고에 변수 제거…日경제보복, 수출여건 더 악화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만에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제 연 1.50%로 역대 최저금리(1.25%)보다 불과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여력이 부족해 금리인하 시기를 8월로 늦출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은의 결단은 그만큼 경기부양의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불황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할 성장률 전망치도 2%초반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조선업 구조조정 후 첫 금리인하…"금리동결할 명분 사라져"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건 2016년 6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은은 조선업 구조조정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렸다. 2015년 3월과 6월에는 경기부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이 금리인하의 배경이 됐다. 경기안정과 금융안정을 책무로 둔 한은은 경기하방 흐름이 뚜렷할 때 비로소 금리를 인하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번 금리인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통관기준)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2.6%로 집계되면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주열 총재가 경기하방요인으로 언급했던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으로 하반기에도 개선 확률이 크지 않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반도체 수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를 시행한 데 이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시사했다. 해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금리인하는 미국에 앞선 선제적 인하라는 데서 더욱 의미가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한은은 이를 확인한 뒤 8월에나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조정한 적이 상당히 드물지만 이번에는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더 이상 금리인하를 미룰 명문이 사라졌다"며 "일본과의 협상도 마냥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은도 2%대 초반 성장률 내나…추가 인하설도 '모락' 

한은이 이달 금리를 인하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정부와 시장 사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2.4~2.5%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최근 해외 전망기관이 내놓은 전망치는 1%후반에서 2%초반에 머물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2.1%, 2.0%를, 모건스탠리는 1.8%를 제시했다. 


경기 침체 공식적 인정한 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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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이 시장의 예상을 뒤집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한은도 2%초반의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로 2.3% 전후를 예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를 포함하면 2.3%도 낙관적일 수 있다"며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내린건 신중하게 대응하기에는 대외적 여건이 긴박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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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논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 후에도 경기 개선이 뚜렷하지 않거나 대외적 경제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역대 최저금리인 1.25%까지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기는 내년으로 보는 견해가 앞선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내년 1.00%까지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을 따라가면서 내년에 한 번 정도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회 인하로 금리저점인 1.25%를 밑도는 1.00%까지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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