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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벌어지는 일

2019.07.16

우연이 빚은 사건이 역사의 큰 전환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송환법 반대 100만 명 데모로 중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홍콩의 정치적 위기도 두 젊은 남녀의 비극적 여행이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홍콩에 사는 찬통카이(19)와 그의 여자 친구 푼휘잉(20)이 2018년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푼휘잉은 임신 4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행 일정이 지났는데도 푼휘잉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열 받은 푼휘잉의 아버지는 찬통카이를 추궁했습니다. 찬통카이는 여행 중에 다투고 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홍콩 경찰이 그를 조사했지만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그때 대만 당국이 감시 장치에 기록된 호텔 현장 광경을 찾아냈습니다. 찬퉁카이가 대형 핑크빛 가방을 힘들여 끌어내는 모습이었습니다.

홍콩 경찰청 형사들은 찬통카이를 집중 심문해서 그가 여자 친구를 살해했다는 자백과 함께 시체 유기 장소도 찾아냈습니다. 찬통카이가 경찰에 자백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타이베이 호텔에 투숙한 이틀 후 두 사람은 귀국 짐을 정리하다가 짐 싸는 방법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말싸움이 격렬해졌을 때 푼휘잉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찬통카이가 아니고 전에 사귀던 다른 남자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친구와 섹스 하는 장면의 비디오를 보여주었습니다. 화가 치민 찬통카이는 푼휘잉의 머리를 벽에 찧고 목을 졸라 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방에 시체를 담아 타이베이 지하철 인근 덤불 속에 버렸습니다.

범인의 자백과 증거가 있었지만 타이베이 당국이나 홍콩 당국이 찬통카이를 살인혐의로 처벌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대만은 범인이 이미 출국 상태여서 신병확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작년 12월 대만 검찰은 찬통카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홍콩 당국에 세 번이나 협의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홍콩과 대만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협정이 없습니다.

한편 홍콩 경찰은 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혐의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다만 홍콩 경찰은 죽은 여자 친구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혐의로 찬통카이를 구속했고, 홍콩 법원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유죄판결을 내려 28개월 형을 선고했을 뿐입니다.

푼휘잉 피살 사건 1주년이 되는 지난 2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추진에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람 장관은 푼휘잉 부모가 살인자의 처벌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람 장관 뒤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었습니다. 송환법 추진은 공산당도 바라던 일이었습니다.

송환법안은 야당과 시민운동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들은 송환법을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치권을 사실상 억누르기 위해 보내는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합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정치인과 지식인 및 문화인은 물론 기업인들도 중국 본토로 강제 송환할 수 있습니다.

반대 데모에 직면한 람 행정장관은 “송환법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시위세력이 요구하는 ‘법안 철폐’와 ‘장관직 사임’엔 일체 입을 다물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어떤 방법을 쓰든 홍콩을 손보려 들 것입니다.

찬통카이 소환을 요구하던 대만은 돌연 “홍콩 입법원이 송환법을 통과시켜도 송환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홍콩 데모대의 반 중국 정서에 힘을 보태는 행보입니다. 홍콩, 대만, 중국 간 기묘한 삼각관계를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홍콩은 중국이지만 중국이 아닌 지위를 누립니다. 중국 본토에는 없는 자유와 개방이 아직 이 도시에는 있습니다. 중국이 1997년 홍콩을 되돌려 받으면서 영국에 던진 홍콩의 자치 지위, 즉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47년 홍콩은 완전히 중국 정치체제에 흡수되어 홍콩의 특수한 지위는 없어질 것입니다. 중국에는 인구 1백만 명이 넘는 도시가 100개가 된다고 합니다.공산당 일당체제가 중국을 계속 통치한다면 홍콩도 그렇고 그런 중국 대도시의 하나로 전락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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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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