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국 원전 생태계

전세계 원전 건설 국가들
탈원전 선언한 한국 더이상 원전강국으로 생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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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생태계 이상 징후가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4일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정비 업무를 따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반쪽 수주'로 드러났다. 당초 15년 장기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5년으로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일괄수주도 아니다. UAE가 한국 아닌 다른 원전 기술 국에도 정비업무 일부를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최대 2~3조원으로 낙관했던 관련 한국의 매출은 수천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3조 짜리 UAE 원전 정비사업도
몇천억에 불과...그것도 하도급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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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전경./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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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한빛 원전 1호기 열출력 급증 사고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중간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의 실수, 인재(人災)였다.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업무 몰입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계는 시름하고 있는데 정부는 "탈원전 영향은 없다"는 말 뿐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해도 원전 수출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원전은 한번 건설되면 60~100년 가동된다. 장기간 최고의 전문가와 자재 공급이 확보되어야 한다. 원전 발주국이 탈원전을 추진하는 한국에 안심하고 원전 건설과 정비를 맡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한국의 원전 산업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계약기간과 사업분야를 쪼개고 나누는 것이다.

미래 원전 산업을 이끌어갈 학생들의 상황을 봐도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지난해 입학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32명 중 6명이 자퇴했다. 카이스트는 올해 하반기 전공을 선택한 학생 98명 가운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 단 한명도 없는 상태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탈탄소화 시대에 한국이 원전 기술로 선두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지난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미래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아그네타 리징 세계원자력협회 사무총장은 "원전건설을 맡기는 국가 입장에서는 지속적 관리 역량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국내에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해외에 원전을 수출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세계적 기후학자 케리 이매뉴얼 MIT 교수는 "스위스 국민이 자신을은 초콜릿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하면 한국이 이를 수입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탈원전 이후 원전업계에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기술이 UAE와 미국계 원전 업체에 유출됐다는 정보가 입수돼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전력이 22조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원전 전문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년간 우리는 탈원전 정책이 수십년 피땀 흘려 이룬 원전 경쟁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무너지는 원전 생태계를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UAE 방문 중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행사에서 "우리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보니 자랑스럽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을 하루빨리 수정해 30년 후, 50년 후에도 한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안상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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