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국가운영하는 정부] 장기·단독 수주 자신했는데…`5년 하도급계약` 받아든 한수원..."국가적 수치"

장기·단독 수주 그렇게 자신했는데…`5년 하도급계약` 받아든 한수원


운영지원계약·핵연료 공급 등

초기계약 대부분은 韓 싹쓸이


UAE, 원전 주도권 쥐려하면서

2017년부터 균열 분위기 감지

한국 에너지전환 정책도 빌미


美 원전사 엑셀론 움직임 변수


추락하는 원전산업 

비상걸린 원전 수출…UAE원전 정비 일괄수주 무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계약은 규모나 비중에 있어 운영지원계약(OSSA)과 함께 양대 축으로 불리던 계약이다. 계약기간 10~15년, 계약금액 2조~3조원으로 전망됐던 만큼 원전 수주에 있어 정비계약은 `알짜` 계약으로 꼽힌다. 


바라카 원전은 국내 첫 원전 수출로 대부분 초기 계약을 한국이 독점했다. 2009년 12월 한국이 원전을 수주한 뒤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 UAE원자력공사(ENEC)와 계약을 체결하고 원전 운영 사업체인 나와(Nawah) 지분 18%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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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한국수력원자력은 10~15년간 원전 운영지원계약을 맺었고 핵연료 공급은 한전원자력연료가 초기 단계인 54개월(3주기) 물량을 따냈다. 원전 건설은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싹쓸이했다. 원전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맡고, 원자로·증기 발생기 등 기기 제작은 두산중공업, 건설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이 맡았다. 균열이 생긴 것은 장기정비계약 협상이 본격화된 2017년부터다. 2015년부터 진행되던 협상이 2년간 지지부진해지자 UAE가 당초 유력하던 한전KPS 단독 수주를 무산시키고 2017년 2월 수의계약 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한수원의 참여를 요청했다. 한수원은 한전KPS와 컨소시엄을 꾸렸지만 나와는 두산중공업 자회사인 영국 밥콕, 미국 얼라이드파워(AP)까지 끌어들였다. 


결국 한국과 체결한 장기정비계약은 계약기간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은 물론 정비 총괄은 운영사인 나와가 맡고,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은 정비 하도급을 맡게 됐다. 계약 이름까지 정비서비스계약으로 바뀌었다. 한수원은 장기정비서비스계약(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 두산중공업은 정비서비스계약(Maintenance Service Agreement)이다. 


정비계약은 기본적으로 인력계약이다. 정비물량에 따라 필요한 정비인력 수를 정하고 인력을 관리자, 기술자, 근로자 등으로 등급별 단가를 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가 이번에 한국 업체들과 맺은 계약에는 얼마만큼 정비물량을 맡길지, 몇 명의 인력을 요청할지 등에 관한 내용이 없다. 


실제 정비계약 과정에서 나와는 철저히 한수원과 독점계약을 피했다. 당초 원전계약을 따낸 한수원이 정비계약도 독점으로 할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만 헛물을 켠 셈이다. 실제 입찰 과정에서 UAE가 한수원에 줄기차게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나와는 "바라카 정비계약은 나와 통제 아래 복수의 사업자가 진행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나와가 이번에 자체 총괄 조직을 꾸리면서 한수원에 고위급 인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정비업무를 나와가 틀어쥐면서 한수원 등 한국 입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계약 변경은 UAE 원자력 규제기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오히려 향후 책임 소재 면에서는 불리한 계약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정비업무 100%를 우리가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발주물량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면 책임 범위가 한정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바라카 원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엑셀론의 향후 역할도 변수다. 엑셀론은 직원만 3만4000명에 달하는 세계 3위, 미국 최대 원전 운영 업체다. 정부 관계자는 "UAE가 엑셀론과 자문이나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여 향후 정비 등 여러 업무에 참여할 수도 있다"며 "UAE의 분명한 입장은 향후 어떤 계약이든 한국에만 몰아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비계약 입찰 결과는 장기적으로 원전 운영에 있어 자신들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UAE의 장삿속에 끌려다닌 결과지만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도 빌미가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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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이 논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UAE가 이를 협상에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 당시 약 2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수출 효과는 21조원, 후속 효과로는 7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바라카 원전에서 한국 위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재훈 사장은 "계약기간 15년과 단독 수주는 UAE와 합의됐다기보다는 2009년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 희망사항이었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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