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예산 또 깎였다..."올해보다 1.7조 원 감소된 18.1조 원"...소주성 주도 여전


2020년 부처별 요구예산 498.7조


50만원 저소득층 구직수당 등

복지·고용만 두 자릿수 증가


최종안, 항상 초안보다 상회

추가과제 반영땐 500조 훌쩍


예산 증가율 3년연속 6%대

세수감소 불가피한 상황서

이 추세면 재정건정성 우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예산안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흐름이지만 문제는 `속도`와 `방향성`이다. 우선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부 각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과 기금의 총지출 규모 증가율은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내용을 보면 한층 더 심각한데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50만원씩 지급하는 정책을 위해 복지·고용 예산을 13%가량 늘렸다.


SOC 올해 예산 집행도 지연


소득주도성장의 폐해가 내년 예산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는 것이다.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안은 498조7000억원 규모지만 그동안 정부 예산안이 각 부처의 요구액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됐던 것을 감안할 때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498조7000억원이라는 부처별 요구예산은 다음달 중 결정될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은 숫자다.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는 이상 새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해 예산이 추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급등한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당초 부처별 요구예산은 각각 424조5000억원과 458조1000억원이었는데 최종 예산은 428조8000억원, 469조6000억원으로 4조~11조원가량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공공사업 인건비 증가분뿐 아니라 논란 속의 일자리안정기금 같은 최저임금 인상 사후보완책 예산이 추가된 결과다. 


여기에 이달 말 나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내용에 따라 예산이 소요되는 추가 경제정책 방향이 나오면 실제 예산은 500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의 예산 요구액은 중기재정운용계획상 정부가 계획한 내년 예산 규모(504조6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 예산 대비 6.2% 증가한 것이다. 이대로 된다면 예산 요구 증가폭은 지난해 6.0%, 올해 6.8%에 이어 3년 연속 6%대를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역 밀착형 사업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되고, 지방재정이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예산 요구 증가율은 7%가 넘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한 교부세·교부금 감소(1조7000억원)와 지방 이양 사업을 감안하면 실질 요구 증가 폭은 7.3%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질 증가율로 따지면 2012년(7.6%)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부진으로 최근 세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지출을 늘린다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각각 25조9000억원, 38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0억원 흑자 및 13조6000억원 적자였던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1년 사이에 나라 곳간 사정이 크게 나빠진 셈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이고,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과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수입을 제외한 지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재정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정부 내부에서도 재정건전성 문제로 부처 간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래 각 부처가 처음 요구한 예산안 총합은 올 예산보다 7% 이상 늘어난 금액이었다"며 "예산실에서 최대한 추려서 6%대로 낮췄다. 일단 7%까지 올라가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취합된 정부 예산안만 해도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인데 취합 단계에서는 이보다 더 컸다는 얘기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왜 지출을 늘리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소명이 필요하다"며 "늘려서 뭘 할 수 있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데 현재 청와대의 스탠스는 현재 재정에 여유가 있으니 일단 쓰자는 식이다. 지금은 (관리재정수지가) 감내할 만한 수준이니 5%포인트 늘려도 된다는 식의 집행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출 증가속도도 문제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방향성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작년과 재작년 초과세수로 인해 내년 예산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6% 이상의 증가율이 계속될 경우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아직 예산안 세부 내역이 공개된 건 아니지만 현 정부의 기본적인 방침이 변화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작년과 유사한 구성의 예산안이 편성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산안 세부 사항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대분류를 보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 확대, 한국형 실업부조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복지·고용 부문의 예산이 181조원으로 급증한 게 대표적이다. 이 부문에서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 예산 규모는 올 예산보다 12.9% 많다. 




정부가 강조한 한국형 실업부조의 내용에 따르면 내년 예산도 `퍼주기 예산`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저소득층 구직자가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정액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 안전망 강화제도다. 이달 초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한국형 실업부조의 이름을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확정하면서 내년부터 저소득층 구직자들에게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추진해 내년 7월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년에만 35만명에게 지급될 경우 5040억원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1조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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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금성 복지 지출이 과도한 상황에서 재정수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큰 정책이다. 실제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7조원 늘어난 1~4월 총지출(196조7000억원)을 따져보면 증가분 중 약 70%는 기초연금, 아동수당 같은 공적이전 지출에 몰려 있었다. 또 편성해 놓고 쓰지 못하는 예산을 삭감하기보단 규모만 늘린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도입해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를 대상으로 월급여 210만원 이하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예산 2조970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제 집행한 건 2조5136억원이었다. 불용 예산은 4564억원으로 미집행률을 계산하면 15.5%다. 




다만 R&D(연구·개발) 분야 요구액은 9.1% 늘어난 22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혁신성장의 구색은 갖췄다. 수소경제·데이터·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5G) 등 4대 플랫폼과 8대 선도산업, 3대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이다. 

[김태준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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