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신탁 활용해 종부세 절반 줄인다"…다주택 자산가 '은밀한 절세 전략'

대출규제·보유세 강화 방침에 '세법상 모순'
관리신탁 맡기면 신탁사에 과세…7조원대 급증
年 0.2~0.6% 수수료 부담…절세 효과 없을 수도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해 부동산 관리신탁을 활용하는 고액 자산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한 부동산의 소유자 명의가 형식상 부동산신탁사로 바뀐다는 틈새를 이용한 절세 전략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부동산신탁사에 형식상 명의를 넘기면 연 0.2~0.6%가량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다주택 보유세를 줄이거나 주택 대출을 받는 편법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방침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집을 신탁하고 있다. 종부세 부과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부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가 몰린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관리신탁 1년 새 12% 급증
29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부동산신탁 수탁자산 총액은 255조6984억원이다. 이 중 관리신탁 자산 규모는 7조8405억원이다. 지난해 2월 말 6조9465억원보다 12.8%(8940억원)가량 증가했다. 2017년 말만 해도 5조원대였다.



관리신탁은 은행, 증권, 보험회사를 비롯해 부동산신탁사가 취급하는 신탁 상품이다. 부동산 소유자(위탁자)가 신탁계약을 통해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 등을 부동산신탁사(수탁자)에 맡기고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주로 부동산 소유자가 외국으로 장기간 나가 있거나, 법인이 다수의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관리신탁이 절세 수단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지방세법상 납세 의무자가 실질적 보유자인 위탁자가 아니라 형식상 보유자인 수탁자라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A씨가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아파트 두 채(총 20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매년 670만원씩 종부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한 채(10억원)를 신탁사에 관리신탁하고, 남은 한 채(10억원)를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면 160만원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때 수수료(연 0.2%)가 200만원 발생하지만 원래 내야 하는 종부세와 비교하면 총 부담액은 절반 수준이다. 한 금융권 PB 관계자는 “이 방법을 활용하면 종부세가 최대 4분의 3가량 줄어든다”며 “본래 2014년 지방세법 개정 후 자산가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졌던 세금 절감 방법이지만 지난해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문의하는 자산가가 늘어났다”고 했다.

다주택자 대출도 가능
관리신탁뿐 아니라 명의가 신탁사로 바뀌어 다주택자 대출이 가능해지는 ‘담보신탁’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담보신탁 수탁 총액은 2017년 2월 123조5714억원에서 올해 2월 167조9990억원으로 40%가량 증가했다. 이 중 부동산신탁사의 담보신탁은 같은 기간 97조4996억원에서 128조7402억원으로 늘어났다. 신탁업계에서 집계한 부동산신탁사 15곳의 담보신탁 수수료 총액도 2015년 말 75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담보신탁은 부동산을 신탁사에 명의 이전하고 신탁사가 발행한 수익권증서로 금융회사에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관리신탁처럼 명의가 형식상 바뀌다 보니 서울 등 조정지역에서도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아파트 10여 채를 보유한 자산가가 한 채를 뺀 나머지를 신탁사에 분산해 담보신탁하고 이를 통해 받은 대출로 다른 아파트 투자에 나선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탁자(부동산 소유자)에서 수탁자(신탁사)로 바꾸는 지방세법 개정을 했다.

그로 인해 명의가 바뀐 수탁자산은 위탁자의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박용진 국회의원 등이 2017년 신탁 부동산에 대한 납세 의무를 다시 위탁자에게 돌리는 지방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의원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리신탁과 담보신탁의 절세 전략이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다.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 자산 보유 현황에 따라 절세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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