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 넘으면 증시 반등?"…3가지 이유


    지난 20일 이후 한주동안 원·달러 환율이 잠잠(소폭 하락)했지만, 증시는 부진했다. 4월 이후 환율이 급등하면 지수는 내리고, 환율이 하락하면 지수는 반등하는 역동조화 패턴이 깨진 것이다. 전문가 중 일부는 내리든 오르든 1190원대에 머물고 있는 환율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차라리 1200원을 훌쩍 넘으면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근거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전례를 보면 환율 1200원 위에서는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했다는 점이다. 또 다수 증권사가 1200원 위에서는 내국인들의 해외 투자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투자 자금이 국내 투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1200원 수준이 되면 신흥국 중에서도 원화 가치가 압도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수출이 활성화되고 외국인들의 한국여행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①달러로 보면 제일 부진한 韓증시, 이 정도면 저평가 매력 있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기준 코스피지수는 이미 지난해 기록했던 저점을 하회했다.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뒤 한국 주식을 매매하기 때문에 달러기준으로 지수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30일 기록한 저점이 1985.95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39.2원이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2040포인트대로 지난해 저점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긴 하지만, 환율이 1190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당시보다 낙폭이 큰 상황이다.

다수 전문가는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이 나쁘기는 하지만, 외국인들이 여기서 더 폭발적으로 매도 규모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변곡점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환율이다. 만약 환율이 1200원선을 넘는다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손해 폭이 너무 커서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환율이 1200원을 넘으면 매도 공세를 일삼던 외국인이 매수로 전환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2011년 이후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1160~1200원일 때는 열심히 팔던 외국인이(평균 주간 2003억원 순매도) 1200~1240원 구간에는 748억원 순매수했다고 밝혔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도 공세가 가장 거침없이 이뤄지는 구간이 1160~1200원 구간"이라며 "통계로만 보면 1200원을 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했다.



②"해외주식 직구열풍 주춤해질 것" 기대
최근 원화 약세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로 개인 큰손들의 해외 부동산 및 주식투자 열풍이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 한국은 주요 나라 중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이 부진하게 나오고 있다. 일부 자산가는 원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자 해외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대부분 증권사 PB센터가 올해 주요 투자처로 달러 표시 채권과 일본 부동산 및 리츠, 미국 주식 등을 내걸고 있다. 모두 다 원화 약세를 불러일으키는 투자처다.

하지만 환율이 1200원을 넘으면 더 이상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PB센터의 견해다. 이미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달러 발행어음 판매 속도조절에 나섰고, 해외채권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PB는 "1190원에 진입한 이후 고객이 문의하지 않는 이상 먼저 제안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만약 1200원대에 진입한다면 차익 실현을 권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해외 투자 열풍이 잠잠해지면, 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③수출 환경 개선? 내수환경도 개선
환율이 오르면 수출주에 긍정적이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환율 상승으로 수출주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수출주 뿐 아니라 내수주도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게 일부의 분석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들의 국내 여행 수요가 늘고, 이로 인해 미디어나 화장품 등도 긍정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는 브라질 헤알화 정도만 제외하고 신흥국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빠른 속도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 이후 환율 상승기의 수혜 업종을 봤더니 전통적인 수출주보다 통신서비스, 소비재, 건강관리, 화장품, 미디어업종 주가가 괜찮았다"고 분석했다.
안재만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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