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임금 인상 고용 감소 첫 공식 인정


고용부 "영세 업종, 최저임금 인상
고용 감소" 조사결과 첫 공식 발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영세업종 사업주들이 고용과 근로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정부 실태 조사가 나왔다.

이는 정부가 일부 업종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한 것은 처음이어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발표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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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파악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뤄졌으며,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30인 미만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100인 미만 공단 내 중소제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 4개 업종, 2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는 집단심층면접(FGI) 방식이 활용됐고,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고용부 의뢰로 진행했다.

조사를 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도소매업의 경우 고용 감소가 대다수 기업에서 발견됐고, 근로시간 축소도 함께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급은 올랐지만, 근로시간을 줄여 총 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사업주들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고용을 줄이거나 손님이 적은 시간대의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연장 및 주말 근로를 줄였다"며 "초단시간근로의 확대도 보였다"고 했다. 초단시간 근로는 일주일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로 사업주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음식숙박업에 대해 노 교수는 "역시 대부분 사업장에서 고용이나 근로시간이 줄었다"며 "단, 업종 특성상 고용을 (도소매업에 비해) 줄이기보다는 매출이 적은 시간에 영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했다. 또 손님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노 교수는 "음식업과 숙박업에서 근로시간 조정으로 총 소득 인상을 억제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 노동이 확대되는 경향도 있었다"고 했다.

공단 내 중소제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 교수는 공단 내 중소제조업에 대해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근로자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일부 고용감소도 있었지만 근로시간 줄이는 일이 더 많았다"고 했다. 단시간 근로자 확대는 일부에서만 발견됐다.

다른 업종에 비해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적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적었다. 노 교수는 "일부 기업에서 고용이 감소한 기업이 있었지만, 고용이 증가하는 기업도 비슷하게 늘어 최저임금의 부정적인 고용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노 교수는 "조사 기업 중 많은 기업이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흡수했다"고 했다. 생산관리 효율화, 투자 확대 등으로 효율성을 강화하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일부 기업에서 발견됐다.

이번 실태 파악 대상 4개 업종은 다양하고 부정적인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최저임금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과당 경쟁과 인터넷 발달 등으로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 교수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 취약 업종과 영세기업의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어 원청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 등이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또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온라인 마케팅 등 영업능력 강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태 파악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도 일부 확인됐다. 노 교수는 "대부분 기업에서 임금 격차가 줄었다"며 "단, 숙련자(고경력자)와 비숙련 근로자(저경력자)의 임금 격차가 지나치게 줄면 인사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취약 업종에 대한 조사였기 때문에 다른 업종으로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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