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수주 반 토막 그 이유가..


"저유가에 석유화학 수주 급감 탓"


   국내 건설회사들의 해외 수주가 반 토막이 난 주요 원인이 석유화학 분야 수주 부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유가가 계속되며 발주가 줄어든 데다,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건설회사들이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선 탓이다. 하지만 최근 그동안 ‘인연’이 없던 유럽 시장에서 대형 수주를 거둔 사례가 나오는 등 석유화학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43% 줄어든 74억5100만 달러에 그쳤다. 해외 건설 수주는 지난 2010년 716억 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2014년 680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82억 달러로 2년 전보다 절반 이하로 내려간 해외수주액은 조금씩 회복하며 지난해 321억 달러까지 늘었지만, 다시 감소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전통적으로 수주량 상위권에 있던 석유화학 분야다. 해외건설협회가 수주액 상위 20개 공종을 따로 집계한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을 해보면 지난해 전체 수주 금액 중 40.0%에 달했던 석유화학 관련 수주 비중이 올해는 7.8% 수준까지 떨어졌다.




311억 달러를 수주한 지난해의 석유화학 관련 분야 수주액은 129억 달러였다. 72억 달러를 수주한 화학공장이 전체 공종 중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원유시설 33억 달러(3위), 정유공장 20억 달러(6위), 가스시설 4억 달러(13위) 등 공종별 순위 20위권 안에 석유화학 관련 공종이 4개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수주액 75억 달러 중 정유공장과 원유시설이 각각 3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등 이렇다 할 수주 성과가 없다. 지난해 가장 많은 수주가 나온 화학공장 공종의 수주액은 4700만 달러로 1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올해 수주가 많이 늘어난 분야는 공장 건축으로 벌써 지난해 수주액(31억 달러)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은 24억 달러가 수주됐다. 이중 상당수는 국내 기업의 해외 공장 공사다.


해외건설업계에서는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관련 발주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 등으로 수주 여건이 나빠진 탓이라고 분석한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해외발 부실로 몸살을 앓은 건설업계가 수익성이 좋은 발주에만 관심을 두며 다소 움츠러들어 있다는 점도 수주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어지간한 프로젝트로는 사내 수주 심사를 통과하기도 굉장히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형 수주 소식이 들리는 데다 하반기 수주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수주 낭보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2일 폴란드에서 1조3000억원짜리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직 해외 수주 통계에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유럽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수주한 석유화학 플랜트 중 가장 큰 규모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동 지역에서 발주가 늘어날 예정이라 하반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올해 수주 금액이 적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발주 절차를 마치고 낙찰자 선정이 지연된 공사도 많아 상반기를 마칠 무렵에는 수주고가 작년 수준의 80~90%까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전체적인 수주 금액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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