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착시` 사라지자…허약한 경제 민낯 드러났다

삼성전자 이어 SK하이닉스도 1분기 실적 부진

中경기 둔화·IT투자 위축
D램가격 한달새 11% 하락
영업이익률 20%로 급락

하이닉스 "서서히 회복 전망"
일각선 시장회복 신중론
"재고 여전…가격하락 지속"

한국경제 역성장 쇼크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작년 4분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반도체 불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기업 실적을 거쳐 경제성장률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25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나 이달 초 잠정 실적을 공개했던 삼성전자 모두 2016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데이터센터 투자나 모바일 제품 수요 등이 살아나면서 2분기부터 서서히 메모리 수요가 늘기 시작해 하반기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회복 시기를 다소 늦춰 잡기도 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액 6조7727억원, 영업이익 1조3665억원, 순이익 1조1021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2.3%, 68.7% 감소했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31.9%, 69.2%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 분기나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7260억원)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또 1분기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44.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1%에 그쳤다.

D램은 계절적인 수요 둔화와 서버 고객의 보수적 구매가 지속되면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8% 감소했고, 평균 판매가격은 27%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도 높아진 재고 부담과 공급업체 간 경쟁 심화로 평균 판매가격이 32% 하락했다.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6% 감소했다.

SK하이닉스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은 메모리 시장 불황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메모리 업체들이 몇 년간 앞다퉈 투자에 나서 공급량이 늘었던 상황에서 글로벌 IT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늦추고, 중국 경기 둔화까지 더해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줄었다. 이는 가격 하락과 반도체 업체들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 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월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56달러로 지난달(5.13달러)에 비해 11.1%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지난해 4~9월 8.19달러로 고점을 유지한 뒤 같은 해 10월 7.31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올 들어서는 3월까지 37.1%나 급락했다.



메모리 불황은 한국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타격을 줬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올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6조2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60.4% 줄었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12.3%, 42.6%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2017년 2분기 이후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이상'을 유지해 오던 기록도 지난 1분기로 마감됐다. 올 1분기 매출은 2017년 1분기(50조5500억원) 이후 가장 적다.

삼성전자는 30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사업 부문별 성과도 공개할 예정인데, 작년 3분기 13조6500억원, 4분기 7조7700억원에 달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조14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월 23.3% 감소(전년 동기 대비)한 데 이어 2월에는 24.8%, 3월에는 16.6%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수요에 대해 2분기에 서서히 늘어 하반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분기 D램 시장은 모바일과 서버용 제품 수요가 그간의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개선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서버용 제품은 2분기에는 소폭 회복하고 3분기에는 계단형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저조했으나 3분기부터 큰 폭으로 증가가 예상되고 대만 업체들 수요도 증가하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20년 5세대(5G) 통신 등으로 인한 산업 변동과 데이터센터 서버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큰 폭의 활황을 예상한다"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클라우드 게이밍으로 생기는 수요 또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시장 회복에 대해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가격 낙폭이 줄어들고 있다고만 얘기했을 뿐 언제 가격 반등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도체 업체의 높은 재고 수준은 2분기에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어 당분간 가격 하락세를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용환진 기자]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