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작년 2월 착공식 불구 아직 첫 삽도 못떠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실제로는 첫삽을 뜨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 절차가 남은 데다 지역 주민 반발이 거세 착공과 개통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A노선 건설사업이 실시설계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실시설계는 공법, 공기 등을 정하는 절차다. 이 절차가 끝나야 본공사를 할 수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지난해 6월부터 A노선의 실시설계를 해왔다.




 그러나 공사에 필요한 실시설계가 추가로 남아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6월께 추가 실시설계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본적인 노반 설계 외에 철도 선로, 전기 등의 실시설계가 추가로 남았다”며 “이른 시일 안에 설계를 마치고 착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시설계가 끝나도 토지보상이 변수다. 토지보상이 늦어져 부지 확보가 안 되면 착공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토지보상을 벌이고 있다. 토지보상이 끝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착공할 계획이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보상 협의에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수개월이 걸려 상반기 착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GTX-A노선은 경기 파주와 동탄 사이 83.1㎞를 잇는 광역철도다. 지하 40m에 뚫린 터널을 평균 시속 100㎞로 달린다. 개통 뒤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이동시간이 4분의 1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데 이어 7개월 만인 연말에 착공식을 열었다. 통상은 1~2년 걸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사업 지연 우려에도 “차질없이 연내 착공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사업 지연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형식뿐인 착공식만 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 장관이 지역구 주민을 상대로 보여주기식 행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사업이 추진되면서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한국환경회의 등 56개 시민단체는 “GTX가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 청담동과 후암동 주민 수십 명이 “노선 일부가 주택가 지하를 지나 소음, 진동 등 주거환경 침해가 우려된다”고 항의해 국토부가 열려던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착공 시기에 급급하다 보면 운영이나 안전 측면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착공이 늦어지더라도 꼼꼼하게 추진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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