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파트 난방요금 7월부터 7~8% 오를 듯...올 겨울 어떻게 나나


[단독] 아파트 난방요금 7월부터 7~8% 오를 듯...올 겨울 어떻게 나나


지역난방公, 인상안 심의 요청


버스비 등 생활물가 줄줄이 급등

국민들 시름 높아져


전기세도 곧 오를 듯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오는 7월부터 아파트 난방요금을 7.2% 올리겠다고 정부 심의를 요청했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뛰면서 적자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역난방공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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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는 최근 연료비 정산제에 따른 난방요금 적정 인상률을 7.2%로 산정했다. 연료비 정산제는 전년도 연료비 등락분과 소비자요금 간 차액을 매년 한 차례 정산하는 제도다. 정부는 회계 오류가 없을 경우 지역난방공사가 요청한 인상률을 거부할 수 없다.


지역난방공사가 난방요금을 올리는 것은 2013년 4.9% 인상 이후 6년 만이다. 이 회사는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인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역난방공사가 기준 요금을 올리면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GS파워, SK E&S 등 민간 사업자들도 기준 요율에 10%를 곱해 추가 인상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 GS파워 등에서 온수를 공급받는 전국 300만~400만 가구의 난방요금이 일제히 7~8%씩 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LNG값 폭등에 난방公 최악 손실 … 난방비 인상폭 11년來 최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심의를 요청한 7.2%의 ‘난방요금 인상 조정안’이 확정되면 2013년 후 동결 또는 인하했던 난방요금이 오는 7월 1일부터 한꺼번에 뛰게 된다. 오름폭만 놓고 보면 2008년(9.7%) 후 최대다. 겨울철 난방비로 월 20만원을 쓰던 가구는 매달 1만5000원가량 더 내야 한다. GS파워 등 민간 사업자들이 온수(열)를 공급하는 지역의 인상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역난방공사의 요금 인상률에 10%를 추가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이다.


연료비 상승분 한꺼번에 반영

전국 아파트의 난방요금이 한꺼번에 7~8% 뛰는 것은 2006년 도입한 ‘연료비 정산제’ 때문이다. 연료비 정산제는 직전 1년(2018년 1~12월)간의 연료비와 소비자 요금 간 차액을 놓고 매년 한 차례 정산하는 제도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변동할 때마다 소비자 요금을 조정할 수 없는 만큼 전년도 정산분을 기준으로 기준요율을 바꾸는 것이다. 새 요율은 당해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적용된다.


문제는 지역난방공사 등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LNG 가격이 작년에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작년 LNG 현물가격(CIF·본선인도 기준)은 1년 동안 27.2% 상승했다.


지역난방공사가 먼저 난방요금을 올리면 GS파워, SK E&S 등 민간업체도 일제히 요금을 올릴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시장 지배력 50%를 웃도는 기준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르면 민간 사업자는 지역난방공사의 요금 인상률에 10%를 곱해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요금 인상률을 7.2%로 확정하면, 민간 사업자들은 최대 7.9%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정산제가 도입돼 있는 만큼 회계상 특별한 오류가 없다면 지역난방공사가 요청한 인상률을 거부하긴 쉽지 않다”며 “다만 소비자 부담을 감안해 향후 수년간에 걸쳐 분할 정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난방공사 “내 코가 석 자”

오는 7월부터 인상된 난방요금 고지서를 받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00만 가구 이상이 될 전망이다. 지역난방공사는 전국 18곳에서 열병합발전소 등 집단에너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지역난방공사가 온수를 공급한 아파트는 총 157만 가구다. 나머지 150만여 가구는 민간 사업자가 공급한다.


지역난방공사가 공공요금 성격인 난방요금을 ‘정책적으로’ 낮출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매년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던 지역난방공사는 2017년부터 경영 실적이 나빠졌다. 작년에는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985년 창사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180% 정도였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62.7%로 급등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작년 말 노후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터진 뒤 안전 투자 비용까지 대폭 늘고 있어 비상경영을 하고 있다”며 “공기업이지만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GS파워와 같은 민간업체들은 연료비 정산제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적정 요율을 책정해야 자신들도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20여 개 회원사를 둔 한국집단에너지협회 관계자는 “민간업체들도 적자가 누적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역난방공사가 최소 7%대 인상률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오는 7월부터 아파트 난방요금을 올리겠다며 정부 심의를 요청했다. 지역난방공사에 열을 판매하는 한국동서발전 일산열병합발전소 모습.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버스비 등 생활물가 줄줄이 급등

외식비·택시비·버스요금 등 생활물가가 뛰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비용인 난방요금까지 오를 경우 서민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장 최근 오른 공공요금은 버스 요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부터 광역 급행버스(M버스) 요금을 전년 대비 평균 12.2%, 시외버스 요금을 10.7% 인상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오르면서 운전기사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버스업체에 주52시간 근로제가 일괄 적용되기 때문이다.


택시비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이어 경기도 역시 이달 말 택시요금을 전년 대비 20.05% 올릴 방침이다. 2013년 10월 이후 5년여 만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물가 상승 등에 따른 택시업계 어려움을 해소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밥상물가’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외식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올랐다. 구내식당 식사비도 2.9% 상승했다. ‘서민 전기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논의 중이다. 3단계인 누진제를 개편하면 1단계(월 사용량 200㎾h 이하) 요금을 내는 956만 가구의 요금이 뛰게 된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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