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절반 가동 중단됐는데… 태양광·풍력 늘리겠다는 정부


올 초까지 전국서 21건 잇단 화재

조사위, 4개월 되도록 원인 못밝혀


   최근 1년 반 동안 전국에서 ESS(에너지 저장 장치) 화재가 21건이나 일어났지만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정부가 지난 1월부터 '민관 합동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하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곳에서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ESS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발전(發電) 확대를 위해서는 ESS가 필수적이다. 화재가 잇따르자 전국 ESS의 절반은 가동 중단 조치됐고, ESS 신설 역시 중단돼 관련 업계는 도산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ESS 중 절반 가동 중단

ESS 화재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올 1월까지 전국에서 21건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15건(71%)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연계된 ESS에서 일어났다. 원인 미상의 화재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지난 1월 울산의 한 가스 공장 ESS 설비에 불이 나자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정부는 ESS 화재가 잇따르자 일부 시설에 대해 가동을 중단시키고, 원인 조사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울산의 한 가스 공장 ESS 설비에 불이 나자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SS 화재 발생과 가동 중단 현황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12일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ESS 1490개 중 747개가 가동 중단 상태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신규 ESS 설치 계약 물량도 끊겨 ESS 산업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ESS 핵심 부품은 배터리와 전력변환 장치인데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대기업이, 전력변환장치는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한다. ESS 업체 관계자는 "시스템 운용이 중단돼 업체별로 매달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그나마 대기업은 어떻게든 버틸지 몰라도 중소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ESS용 전력변환 장치를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신규 전력변환 장치 수요가 70% 급감했다"며 "발전 사업자들의 신규 사업 수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ESS를 설치한 전기 다(多)소비 업체들도 ESS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화재 원인, 진압 방식도 못 찾는데 재생에너지 확대만 강조

ESS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공청회에 부친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안'에서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35%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보조금을 주면서 ESS 설치를 장려해왔다. 그 결과 2016년 206개에 불과하던 ESS는 4월 현재 7배인 1490개로 늘었다. 그러나 연이은 화재에도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등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ESS는 화재나 폭발 위험이 높고, 열 손실이 많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도 못한 채 재생에너지를 35~40%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유섭 의원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만 강조하면서 정작 안전 문제에는 소홀했다"며 "재생에너지와 ESS 확대에 앞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확실한 화재 진압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화재 원인도 찾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상반기 중 화재 사고 원인 조사 활동을 마치고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ESS 산업 생태계를 조기에 복원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 중에 있다"고 밝혔다.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저장시스템)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가정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배터리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들쑥날쑥한 태양광·풍력발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필수 시스템이다. 정부는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ESS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잇따른 화재에도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태양광발전 우후죽순…농지 잠식 가속화


5년간 마라도 면적 6.5배인 195만㎡ 달해

道 억제 정책 추진


    농산물 과잉 생산 및 가격 폭락에서 벗어나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나서면서 농지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태양광 발전을 권장하고 있지만, 우량 농지가 사라지는 부작용이 초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지역에서 감귤원 폐원지에 들어선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 전경.


21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농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은 2014년 31만㎡(114건), 2015년 15만㎡(44건), 2016년 1만9000㎡(8건)로 감소했다.


그런데 산업부가 감귤원 폐원지에 태양광 시설을 하면 1㎿(메가와트) 기준 연간 5100만원의 고정 수입모델을 도입하면서 2017년 29만㎡(93건)에 이어 2018년 119만㎡(318건)로 면적이 급증했다.


지난 5년간 도내 농지에 들어선 태양광 발전은 195만9000㎡로 마라도 면적(30만㎡)의 6.5배에 이르고 있다.


최근 도정질문에서 제주도의회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남원읍)이 태양광 사업의 90%가 농지 및 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에 원희룡 지사는 “태양광 발전을 빙자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건물과 지붕 등 이미 개발된 곳에서만 시행하도록 하겠다”며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앞으로 경작지가 집단화되거나 밭기반 정비사업으로 용수·배수로·경작로가 갖춰진 곳에선 태양광 발전 허가를 억제할 방침이다.


단, 암반 노출이 많고 경사도가 높은 농업 조건불리지역 등에 한해서만 허가를 해주는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다.


농민은 물론 기업에서 농지에 태양광 발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준공을 하면 지목이 잡종지로 변경돼 추가 개발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야는 20년간 태양광 발전 사업 후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일환으로 지난해 2월부터 농민이 농지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면 농지전용 부담금의 50%를 감면해 주고 있다.


일부 농민들이 농지를 담보로 연금처럼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는 이유다.


이에 반해 제주도는 농지 보전과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향후 억제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지 전용을 통해 태양광 사업을 계속 허용해주면 농민들은 작물을 심기보다는 발전 사업으로 기울게 되고, 결과적으로 농지 잠식에 따른 농업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밝혔다.

좌동철 기자 제주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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