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된 게 있나요"…문재인 정부 출범 2년 해외 평가


소득주도성장, 그 실체를 “아직도 모르겠다”


    다음달 10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된다. 박근혜 정부 임기 중 출범한 만큼 많은 기대와 함께 책임과 부담도 컸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출범 2년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내부에서는 성향에 따라 평가와 이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제3자 입장의 해외 평가가 궁금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Has anything worked(뭐 된 게 있나요)?” 한 행사에서 글로벌 투자은행, 국제 신용평가사 관계자와 외신 기자 등에게 던진 첫 질문에 대한 냉혹한 평가였다. 칭찬 한마디부터 시작하는 외국인의 관행상 덕담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 깨졌다. “좀 더 기다려보자”는 한 외신 기자의 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다.




국정운영 목표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관해 물었다. 혁신성장은 어느 국가든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출범 초부터 이해됐고 성과도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추가 질문에 BTS(방탄소년단)의 성공을 꼽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실체를 “아직도 모르겠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2기 경제팀 들어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뒷전으로 물러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처음 보너스를 주면 근로자가 고맙다고 말하지만 다음에 줄 때는 더 많이 줘야 고맙다고 느끼는 점을 감안할 때 효과 여부를 떠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출범 2년 동안 최우선 순위를 둬서 추진한 남북 과제들에 대해서는 다들 말을 아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5년이 넘었고 경제력 격차가 큰데 추진 2년 만에 어떤 과제든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비핵화 추진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원샷 딜’은 잘못됐고 수정된 ‘굿 이너프 딜’은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인 조언 중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안건을 다루는 북·미 협상은 ‘겁쟁이 전략(chickenship)’보다 ‘벼랑 끝 전략(brinkmanship)’으로 임해야 의도를 관철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되면 ‘빅딜’, 안 되면 ‘노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중재자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 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해온 고용창출 과제에 대해서는 “일자리 상황판이 어디에 갔느냐”고 되물었다. “아직도 있다”고 하자 “출범 초 반짝였던 일자리 상황판의 불빛은 약해지지 않았느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더 이상 반문할 수 없었다. 청년 실업률 등과 같은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많았던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등에는 중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한국 기업의 수용 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고 밀어붙였던 1기 경제팀을 아쉬워했다. 2기 경제팀이 뒤늦게 유연성을 부과하려는 노력은 다행이라고 평가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과제들은 더 이상 기대를 갖고 평가해 달라고 말하기가 어려워 “한국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되돌아온 답은 작년 말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지적한 “갈라파고스 함정(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고 평가받을 사례는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갈수록 큰 정부가 돼 가고 있다. 거시경제 목표도 ‘성장’ 대비 ‘소득주도성장’(성장과 분배 간 경계 모호), 제조업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쇼어링’, 기업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이다. 규제정책은 ‘프리존’ 대비 ‘유니크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 아니라 일부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권자의 의식 및 가치가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해외 평가가 다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겨들어야 할 대목도 많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마지막 남은 2년 동안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아멘 코너를 넘겨 14년 만에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처럼 현 정부가 도약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1년 남짓 남았다. 3년 후에는 “Everything is good(모든 게 좋아요)”이라는 평가를 받길 희망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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